쓰쓰가무시증, 진드기 유충 물려 감염
물린 부위 직경 5∼20㎜ 검은 딱지 특징
유행성출혈열, 들쥐 배설물 통해 전파
감염 후 3∼5일 지나면 몸에 붉은 반점
렙토스피라증, 야생동물 소변 통해 전염
황달이나 신장 손상 경우 30%는 사망
“잠복기 거쳐 오한·발열·두통 공통 증세
즉시 의료기관 찾아 전문진료 받아야”

가을이 되면서 야외 활동이 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져다준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산과 들을 찾아 밖으로 나가고 있다. 증가한 야외 활동만큼 각종 진드기와 세균으로 인해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자도 늘 수 있다. 이들 질환은 대부분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코로나19 또는 독감 환자로 오인될 수 있어 더욱 조심해야 한다.
가을철 대표적인 발열성 감염 질환은 ‘쓰쓰가무시증’이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쓰쓰가무시증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4005명이다.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인 9월부터 점점 증가해 11월 2283명으로 절정을 이룬다. 쓰쓰가무시증 매개인 진드기 유충이 9월에 나타나 11월에 가장 많아지는 것과 야외 활동이 증가하는 시기가 겹치기 때문이다.
쓰쓰가무시증은 쓰쓰가무시균(Orientia tsutsugamushi) 감염에 의한 급성 발열성 질환이다. 들판이나 풀숲에 사는 들쥐 등 설치류에 기생하는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 감염된다. 제3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주로 팔이나 다리, 목 등 외부에 노출된 부위에 물리는데, 1∼3주 정도 잠복기를 갖는다. 이후 갑작스러운 오한과 발열, 두통 등이 나타난다. 근육통, 구토, 기침, 복통, 인후염 등이 동반되며 발진과 가피(부스럼딱지)가 나타난다. 심할 경우 기관지염, 폐렴, 심근염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쓰쓰가무시증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오한, 발열, 두통, 전신 쇠약, 근육통 등은 독감이나 코로나19 증상과 유사하다. 다만 가려움증이 없는 발진과 진드기에 물린 부위에 직경 5∼20㎜ 검은 딱지가 생긴다는 점이 다르다. 야외 노출이 있고 발열·발진이 있고 특징적인 가피가 있는 경우 쓰쓰가무시증을 의심한다. 이후 혈액 검사나 흉부 방사선 촬영, 항체 검사 등으로 확진한다. 치료를 위해선 독시사이클린, 테트라사이클린과 같은 항생제를 사용한다.
늦가을에 유행하는 발열 질환인 ‘신증후군출혈열’은 유행성출혈열 또는 한국형출혈열이라 불린다. 한탄바이러스, 서울바이러스, 푸말라바이러스 등이 원인균이다. 감염된 들쥐의 배설물이나 침을 통해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나오고, 호흡기를 통해 전염된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15만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초기 증상은 독감과 유사하다. 고열과 두통, 복통 등의 증세를 보이며 감염 후 3∼5일이 지나면 얼굴과 몸에 붉은 반점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쇼크 증상이나 단백뇨, 빈뇨, 요통, 신부전증, 출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출혈은 각종 장기에 일어날 수 있으므로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신증후군출혈열은 2∼3주 전에 쥐가 많은 삼림 지역이나 논밭에 노출된 경력이 있으면서 특징적인 임상 증상과 검사 소견, 병의 진행 경과 등을 보일 때 발병을 의심한다. 아직 유행성출혈열 원인 바이러스를 없애는 효과적인 치료법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병의 단계별로 적절한 대증요법을 사용하는 것이 치료의 원칙이다. 설치류와 설치류의 서식지에 접촉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백신이 개발돼 있기는 하지만, 효능에 대해 일부 논란이 있다.

‘렙토스피라증’은 렙토스피라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급성 열성 전신성 질환이다. 사람과 동물이 감염되는 가장 흔한 인수공통전염병의 하나다. 가축이나 야생 동물의 소변을 통해 전파되며, 그로 인해 오염된 강물, 지하수, 흙과 접촉해도 감염이 된다. 감염 후 7∼12일 정도 잠복기를 가지며, 이후 발열과 두통, 오한, 종아리와 허벅지 등에 심한 근육통, 충혈(눈 흰자위가 벌겋게 보이는 증상) 등이 대표적 증상이다. 심할 경우 급성 신부전증, 전신 출혈 등과 같은 증세도 나타난다. 황달이나 신장 손상이 발생할 경우 30%는 사망에 이른다.
혈액이나 소변 등의 현미경 관찰이나 항체·DNA 검사 등으로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치료에는 여러 종류의 항생제를 사용한다. 항생제 선택은 약물 이용의 용이성, 환자 나이, 동시에 투여되고 있는 다른 약의 종류에 따라 결정한다. 렙토스피라증은 살짝 긁히는 정도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으니 야외 활동을 할 때 상처가 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대동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 김미란 센터장은 “쓰쓰가무시증 등 가을철에 유행하는 발열성 감염 질환은 증상이 최근 유행하는 코로나19와 유사해 본인 건강은 물론 의료기관 및 방역체계 혼선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야외 활동 후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에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하며 야외 활동력을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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