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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점 막자” 너도나도 공공배달앱… “혈세로 시장경쟁” 비판 [심층기획]

입력 : 2020-09-15 06:00:00 수정 : 2020-09-15 08: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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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시장 뛰어드는 지자체들
배민 합병·수수료 논란이 불붙인 경쟁
지자체들 수수료 0∼2% 앱 개발 나서
서구 등 운영… 서울선 16일 시범서비스
“지자체가 관리 대신 과도한 개입” 지적
‘위메프오’ 등 수수료 낮춘 앱도 잇따라
가성비 내세운 공공앱, 성적은 ‘글쎄’
군산 ‘배달의 명수’ 최근 이용자 줄어
창원·양산 등선 사업성 이유로 보류
“편리성이 성공 좌우… 경쟁력 갖춰야”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이 문장을 본 이들은 대부분 반사적으로 ‘배달의민족’이란 단어를 떠올릴 것이다. 이 유명광고 카피로 인기를 끈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우리 사회에서 배달애플리케이션(앱)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2010년 3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이었지만, 10년 만에 기업가치가 4조원이 넘는 ‘공룡’이 됐다. 가히 ‘스타트업 신화’라고 불릴 만한 성공이다. 그러나 몸집이 너무 커져 버린 공룡은 이제 자영업자들에게 높은 수수료로 고통을 안겨주는 독과점기업이라는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정부에서 주는 각종 혁신·우수기업상을 휩쓸며 ‘효자기업’ 소리를 듣던 과거와 달리 ‘공공의 적’이 돼 지방자치단체들의 집중포화를 받는 처지다.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까지 배민을 겨냥해 ‘독과점 플랫폼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각 지자체는 ‘공공배달앱’ 구축에 뛰어들었다. ‘수수료 부담으로 고통받는 소상공인을 살린다’는 취지이지만, 일각에서는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배민 독주’ 막아라…지자체 공공배달앱 잇따라

배민의 수수료·독과점 논란은 지난해 ‘딜리버리히어로’와 합병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본격화됐다. 딜리버리히어로는 국내 배달앱 시장 2위인 ‘요기요’와 3위권인 ‘배달통’을 운영하는 독일 기업이다.

14일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달앱 사용자(1322만명) 중 배민·요기요·배달통의 점유율은 97.4%에 달했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2위인 요기요가 어느 정도 경쟁자 역할을 했으나 합병이 된다면 사실상 배민 독주체제가 되는 것이다.

지난 4월 배민이 내놨던 수수료 개편 방식도 논란에 불을 붙였다. 자영업자 부담이 커진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계획은 열흘 만에 백지화됐지만, 배달앱이 정치 이슈로 흐르며 30여개의 지자체에서 공공배달앱 카드를 꺼냈다. 지난 4월 총선 때 10명이 넘는 후보가 공공배달앱 공약을 들고나왔을 정도다. 현재 전북 군산시와 인천 서구 등에서 공공배달앱을 운영 중이고, 서울시는 오는 16일부터, 경기도는 다음달부터 시범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지자체 공공배달앱은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광고료·중개 수수료가 0∼2%로 기존 배달앱(6∼12%)보다 적어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5∼10%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등)로 결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지자체들은 공공배달앱이 배민의 독과점 횡포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 7월 열린 ‘경기 수원형 공공배달앱 구축 토론회’에서 신훈 한국외식업중앙회 기획조정실장은 “(공공배달앱은) 독과점 상태인 배달앱 시장의 폐해를 막고 소비경제를 선순환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과도한 시장 개입·세금 투입 논란

배민의 독과점 폐해를 막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편이다. 그렇다고 ‘공공배달앱 운영’으로 대응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이견이 나온다. 정부·지자체의 역할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수수료 제한 등의 규제를 만들고 규제가 잘 지켜지는지 감시하는 것이지 직접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공공배달앱 수준으로 수수료를 낮춘 민간배달앱이 속속 나오고 있다. 유통기업 위메프는 주 8800원의 정액 수수료가 가능한 ‘위메프오’를 출시했고, 카카오도 수수료를 1.5%로 낮춘 배달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배달앱 업체 관계자는 “최근 쿠팡의 ‘쿠팡이츠’가 몇몇 통계에서 배달통을 제치고 업계 순위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며 “오랜 시간 지속된 ‘배민·요기요·배달통’ 3강 구조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또 “수수료 논란이 소비자들에게 많이 알려졌고, 유통 대기업들도 배달앱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업계 판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며 “굳이 지자체가 직접 나서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세금이 투입된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지난 3월부터 운영된 군산시의 ‘배달의명수’는 앱 개발에만 1억3000만원가량이 들어갔고 연간 1억5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다음달부터 공공배달앱 시범운영을 준비 중인 경기도는 도의회에 33억원의 예산안을 제출했지만 도의회가 ‘배달 플랫폼은 민간영역’이라며 전액 삭감해 진통을 겪고 있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자체가 민간기업하고 경쟁하면서 마케팅을 한다는 건데 결국 세금으로 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나 지자체가 수수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관리역할을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에서 배달원이 포장된 도시락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만드는 것보다 유지가 중요…소비자 유인책 있어야

예산 투입 등이 논란이 되면서 서울시는 앱을 별도로 구축하지 않고, 기존에 있던 중소규모 민간 배달앱들을 모아 ‘제로배달 유니온’을 출범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제로페이 가맹점에 중소 배달앱이 입점할 수 있도록 해서 가맹점 확보를 수월하게 해줄 것”이라며 “배달앱들은 마케팅 비용을 줄인 만큼 수수료를 2% 이하로 설정해 소상공인의 부담을 낮출 수 있고, 서울시 예산은 들어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로배달 유니온이 배민에 위협이 될 만큼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시의 공공배달앱은 처음이 아니다. 2017년에는 택시 승차거부를 없애겠다며 10억원을 들여 목적지 미표시 택시호출앱 ‘지브로’를 출시했지만 결국 사라졌다. 소비자들이 카카오택시 등 편리하고 익숙한 민간앱을 두고 ‘굳이’ 지브로를 찾을 정도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점은 민관 합작 모바일 결제서비스인 제로페이만 봐도 알 수 있다. 제로페이의 경우 자영업자에게 ‘수수료 0%’ 혜택을 준다. 하지만 소비자에겐 지역사랑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사실상 혜택이 크지 않다.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과거 한국배달음식협회, 한국외식산업협회 등도 수수료가 없는 무료배달앱을 출시했지만 소비자의 외면으로 모두 실패했다. 아무리 취지가 좋은 앱이라도 소비자들이 사용하지 않으면 생명력이 없는 것이다.

군산시의 배달의명수는 지난 3월 출시 이후 5월 주문 건수가 4만여건까지 늘었으나 8월은 2만7000여건으로 내려왔다. 민간앱보다 쓰기 불편하고 혜택이 부족한 점 등이 한계로 꼽힌다. 인천 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2)씨는 “얼마 전 공공배달앱 ‘배달서구’로 주문했는데 주문이 취소돼서 문의했더니 업체에서 배달서구 시스템이 불편해 안 쓴다고 했다”며 “결국 같은 업체에 배민으로 주문했더니 배달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공공앱인지 민간앱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고 사용하기에 편리한 앱에 손이 간다”고 덧붙였다.

결국 공공배달앱의 성공은 지자체들이 단순히 출시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유인책을 만들어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 경남도와 창원시, 양산시 등은 앱 개발은 가능하지만 운영과 관리 부분에 한계가 있다고 느끼고 공공배달앱 개발을 잠정 보류한 상태다.

지난 5월 발간된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의 ‘외식업계의 비대면 서비스 변화에 대한 보고서’도 “배민을 견제할 만한 배달앱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결국 소비자와 외식업주 모두 효율성·편의성에 기반한 앱 주문 시스템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지자체의 공공배달앱) 개발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인프라, 비용 조달 등에 대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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