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국군은 北 상대 안돼 주장
장성택 시신, 고위간부 볼 수 있게 전시
文 정부, 무산 위기 북·미회담 성사 기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2017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쟁을 준비했었다고 자신에게 말했다고 밥 우드워드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으로 12일(현지시간) 전해졌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기자인 우드워드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7월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18차례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격노’(RAGE)를 15일 출간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가 ‘북한과 전쟁이 가까웠던 것으로 안다’고 하자 “맞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가까웠다. 누구보다 김정은이 더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하는 등 북·미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2017년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2017년 8월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북한의 한 항구를 폭격할지 고민했지만 전면전을 우려해 단념했다는 내용도 책에 포함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5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중단되지 않는 데 대해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도발적인 연합군사훈련이 주요 이슈를 논의할 우리 두 나라의 실무 협상에 앞서 취소 또는 연기될 것으로 믿었다”며 “누구를 패배시키고 공격하려는 의도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현재도, 미래에도 한국군은 나의 적이 될 수 없다”며 “한국군은 우리 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각하, 당신과 이렇게 솔직한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를 갖게 돼 매우 자랑스럽고 영광스럽다”고 덧붙였다. 우드워드는 “톤은 정중했지만, 메시지는 두 정상의 관계가 영원히 식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친구나 연인에게 실망했다는 것처럼 보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후 머리 없는 시신을 북한 고위 간부들이 볼 수 있도록 전시한 일을 자신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나에게) 모든 걸 말해줬다”며 “그는 고모부를 죽였고 그 시신을 바로 계단에 뒀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 고위 관리들이 사용하는 건물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AF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잘린 머리는 가슴 위에 놓였다”고 덧붙였다. 처형한 뒤 본보기로 시신을 고위 관리들이 사용하는 건물 계단에 내버려뒀다는 것이다.
장성택은 2013년 12월 국가전복음모죄로 처형됐다. 북한이 장성택 처형에 대공포를 사용했다는 보도는 있었지만, 어떻게 처형됐는지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었다. AFP는 김 위원장과의 친밀함을 보여주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장성택 참수 사실을 처음으로 언급한 것이라고 전했다.
문재인정부가 2018년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의 물꼬를 트는 데 역할을 하는 등 2차례나 무산될 뻔했던 북·미 회담이 성사되는 데 기여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에게 표면적으로 아시아 국가 순방을 하도록 하면서 한국에서 북한 인사와 비밀 접촉을 갖도록 했다. 그러나 펜스 부통령이 북한 핵 개발 의도를 비난하면서 북한 인사들과 예정된 만남은 2시간 전에 전격 취소됐다. 문재인정부는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북한으로 보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도록 했다. 우드워드는 “정 실장은 방북 3일 뒤 미 백악관에서 트럼프 정부 핵심 인사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추가 핵·미사일 실험 보류, 한·미 연합훈련 지속 무방, 트럼프 대통령과 만남 희망 등 4가지를 명확히 약속했다고 설명했다”고 명시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겠다”며 정 실장에게 발표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과 관련해 김 위원장이 합의하지 않을 경우 “리비아 모델을 재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은 또다시 무산될 뻔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사실상 회담 취소를 통보하는 편지를 보냈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 미국이 판문점에서 회동할 수 있도록 조율했고 며칠 뒤 북·미 정상회담은 다시 추진되기 시작했다”고 우드워드는 소개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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