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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은 핵무기 너무 사랑해 팔 수 없는 집처럼 여겨”

입력 : 2020-09-10 19:55:33 수정 : 2020-09-11 00: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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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우드워드 신간 ‘격노’ 15일 공식 출간
트럼프와 인터뷰한 내용 등 공개
金, 트럼프 환심 사려 ‘각하’ 존칭… 두 번의 편지서 모두 16번 등장해
美 안보팀 2017년 핵전쟁 우려… 트럼프, 코로나 위험 알고도 무시
“트럼프는 문 뒤의 다이너마이트… 그 직분에 맞지 않는 사람” 평가
지난 2019년 2월 27일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회담에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 하노이=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무기를 너무 사랑해서 팔 수 없는 집처럼 여긴다’고 비유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이 9일(현지시간)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Rage·사진)를 인용해 보도했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기자인 우드워드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7월까지 트럼프 대통령을 18차례 인터뷰해 쓴 이 책은 오는 15일 공식 출간된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주고받은 27통의 친서를 보고 내용을 읽어 녹음했는데, 이 중 25통은 공개된 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그(김 위원장)는 결코 웃지 않는다. 내가 그를 웃게 만드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자랑했다.

 

◆‘각하’, ‘판타지 영화’ 낯 뜨거운 수사 가득한 27통의 친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017년 ‘말 폭탄’을 주고받았고, 북·미 간 갈등은 극에 달했다. 그러다 2018년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친서가 오가는 등 급격하게 가까워졌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2018년 12월 25일과 2019년 6월 10일 각각 보낸 친서에서 여러 차례 ‘각하’(Your Excellency)라는 극존칭을 썼다. 두 번의 편지에 등장한 ‘각하’는 총 16번에 달한다. 친밀하고 과장된 표현도 자주 등장한다. 김 위원장은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나와 각하의 또 다른 역사적 회담을 희망한다”고 적었고, “북·미 회담은 깊고 특별한 우정이 어떻게 ‘마법의 힘’(magical force)으로 작용할지를 보여주는 소중한 기억”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크리스마스, 이듬해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을 나흘 앞두고도 친서를 보냈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아첨에 마음을 사로잡혔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1차 정상회담에서 처음 만난 김 위원장에 대해 ‘영리함 그 이상’이라며 놀랐다고 했다.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다시 만난 직후 두 사람의 사진을 1면에 실은 뉴욕타임스 사본에 “위원장님, 멋진 사진이고 훌륭한 시간이었다”고 적어 김 위원장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밀고 당기기도 있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2차 정상회담 때 북한이 어떤 핵시설을 해체할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모든 장소를 알고 있다”고 압박했는데도 김 위원장이 꿈쩍하지 않자 “로켓을 공중으로 쏘는 것 외에 다른 일을 한 적 있는가. 함께 영화를 보러 가자. 골프를 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도 지난해 7월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되지 않자 친서에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관계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2017년 핵전쟁 우려… “美, 신형 핵무기 시스템 개발… 매티스는 기도하러 성당 가”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북한과 전쟁에 얼마나 근접했는지도 밝혔다. 그는 “나는 이전에 이 나라에서 아무도 갖지 못한 무기 시스템인 핵을 개발했다. 우리는 당신이 보거나 듣지 못한 물건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는 푸틴(러시아 대통령)이나 시(진핑 중국 주석)가 전에 결코 듣지 못한 물건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가진 것은 믿을 수 없는 정도다”고 강조했다.

 

우드워드는 익명의 소식통을 통해 미군이 비밀 신형무기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확인했는데,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공개한 데 대해 매우 놀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팀은 2017년 북한과 핵전쟁에 근접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표했다고 우드워드는 적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우드워드에게 “우리는 그것이 진짜인지, 허세인지 결코 몰랐다”고 말했다고 한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북한의 발사에 대비해 옷을 입은 채로 잠을 잤고, 기도하기 위해 성당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미군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광범위한 비용을 지불하는 ‘호구’”라고 칭했다.

◆“트럼프, 코로나19 치명적 위협 알고도 축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독감보다 훨씬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 위험성을 공개적으로 무시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코로나19 부실 대응 책임론이 재점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월7일 우드워드에게 “그것은 매우 까다롭고 다루기 힘든(delicate) 것”이라며 “당신의 격렬한 독감보다도 더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독감보다 5배 더 치명적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밀정보 브리핑을 받을 때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은 “코로나19가 대통령 임기 중 가장 큰 국가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윌밍턴=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그(트럼프 대통령)는 (코로나19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았고 고의로 경시했다. 더 나쁜 것은 미국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이 나라의 치어리더다. 사람들을 겁먹게 하고 싶지 않고 패닉을 만들고 싶지 않다”면서 “우리는 놀라운 일을 해왔다. 우리가 한 일을 하지 않았다면 수백만명이 죽었을 것이다”고 자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백악관 TF(태스크포스)의 핵심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그(트럼프)가 주의 집중할 수 있는 지속시간은 마이너스 숫자와 같다”고 했으며 “그의 유일한 목적은 재선되는 것”이라고도 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우드워드는 “트럼프는 문 뒤의 다이너마이트”라며 그 직분(job)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평가로 책을 끝맺는다고 CNN은 전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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