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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보다 휴양… 피카소가 사랑한 ‘태양의 도시’ [박윤정의 hola!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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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9-12 03:00:00 수정 : 2020-09-09 20: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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⑬ 지브롤터 떠나 말라가로
‘작은 영국’ 지브롤터의 호텔 창밖엔
우뚝 솟은 바위주변 새들 아침사냥
다국적 풍경 즐기며 짧은 여정 마감
다시 찾은 ‘피카소 고향’ 천혜 휴양지
한가로이 해변산책… 시간 정지된 듯
파라도르 말라가 골프 리조트. 골프 코스를 가로지르니 한가로운 해변이 펼쳐진다. 누워 책을 읽는 사람들과 반려견들을 데리고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함께한다

해가 저물면서 지브롤터의 정전사태가 해결되었다. 어둑해지던 야외 테이블이 환해지더니 주변이 다시 현대문명의 혜택 속에서 밝게 빛난다. 레스토랑의 분위기도 어느 도시 못지않게 즐거움이 넘치고 웃음꽃이 피어난다. 다민족이 모여 사는 곳인 만큼 건네준 메뉴판에는 다양한 음식문화가 어우러진 메뉴들로 구성되어 있다.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모로코, 인도 등의 음식이 현대적으로 해석되어 메뉴에 설명되어 있다. 작은 양으로 여러 문화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것으로 주문을 했다.

지브롤터는 세금이 적고 법인 설립이 간편한 곳으로 유명하다. 유럽의 높은 세금을 피한 각국의 회사들에게 조세피난처로 이용되면서 수많은 회사가 세워졌다. 이는 지역 경제에 큰 기반이 되었다. 최근 세금이 다소 조정되면서 일부 회사들이 떠나긴 했으나 현재까지도 유럽 내 대표적인 조세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암호화폐 시장도 활발해 거래소가 설치되고 많은 암호화폐 회사들이 설립되었으며, 최근에는 낮은 세금을 이용해 온라인 게임이나 유명한 대형 스포츠 베팅 회사들이 이곳에 법인을 설립하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 회사들이 많아서인지 시내의 레스토랑 거리에는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젊은이들이 많이 보인다.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이 테이블에 모여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며 지브롤터의 밤을 즐기고 있다.

다음 날 아침은 새들의 지저귐 소리로 시작되었다. 호텔 창밖에 우뚝 솟은 웅장한 바위 주변으로 수많은 새가 날아다니며 아침 사냥에 여념이 없다. 지브롤터에는 다양한 바다새들이 있지만 나라 새로 지정된 것은 바바리반시라는 꿩과의 새다. 바바리(Barbary)는 이집트를 제외한 북아프리카 회교지역의 옛 이름이며 반시(半翅)는 짧고 둥근 날개를 의미한다. 위급할 때는 비행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날기보다는 달려서 도망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브롤터. 호텔 창밖에 우뚝 솟은 웅장한 바위 주변으로 수많은 새들이 날아다니며 아침 사냥에 여념이 없다

밝은 빛이 내려앉은 하얀 테이블보가 세팅된 식당에서 푸른 물결에 햇빛이 반사되어 한없이 깊어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아침식사를 즐긴다. 지브롤터에서의 짧은 여정이 아쉽지만 딱히 오래 머물기보다는 하루 정도의 관광이 적당하다는 생각이다. 여유로운 아침식사 후 짐을 꾸리고 스페인에서 마지막 여정을 위해 다시 길을 나선다. 높은 암벽들로 둘러싸인 도로를 따라 내려오니 길은 공항으로 이어진다. 넓은 활주로를 가로질러 구름의 배웅을 받으며 지브롤터 국경선을 통과한다.

다음 목적지는 이번 여행의 시작점이었던 피카소의 고향 말라가다. 긴 여정을 가로질러 다시 말라가의 휴양지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마지막 여정을 잡았다. 차는 뜨거운 태양을 맞으며 북쪽으로 바다를 따라 올라간다. 멀리서 화려한 리조트 단지들이 굽이굽이 펼쳐진다. 알보란해를 동쪽으로 두고 해안가를 따라 1시간40여분을 달려야 말라가 지방으로 들어선다. 곧이어 에스테포나(Estepona) 도시를 지난다. 에스테포나는 해변 길이가 21km에 달하고 17곳의 해수욕장이 있는 휴양도로 바다와 산으로 둘러싸인 자연환경 때문에 연간 평균 325일이 맑은 날이라고 한다. 일 년 중 흐린 날이 하루뿐이라니 천혜의 휴양지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1990년대 초 월트 디즈니사의 유로 디즈니를 건설할 당시 파리와 함께 최종후보지로 경합한 곳이라고 한다.

푸엔히롤라(Fuengirola)로 알려진 8km 이상의 해변과 중세의 무어식 요새가 있는 관광 리조트 지역을 지나 드디어 목적지인 파라도르 말라가 골프 리조트로 들어선다. 해안가에 골프장이 있는 데다 출국을 위한 공항이 인근에 자리하고 있어 마지막 여정으로 선택한 곳이다. 체크인을 하는 데스크는 햇살이 밝게 비추고 평안한 느낌이다. 안내해 주는 객실은 환하고 넓은 방으로 거실과 객실이 분리되어 있어 장기간 머무르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베란다 아래에는 수영장이 넓게 자리하고 그 옆은 골프코스로 이어져 있다. 따뜻한 날씨 속에 골프와 해수욕을 즐기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어서 유럽의 휴양객들에게 인기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짐을 정리하고 잠시 해변 산책을 나선다. 골프코스를 가로지르니 한가로운 해변이 펼쳐진다. 누워 책을 읽는 사람들과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함께한다.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 평화로운 모습이다.

숙소에서 멀지 않는 곳에 쇼핑센터가 있다는 직원의 말을 듣고 쇼핑몰을 방문했다. 말라가 외곽의 쇼핑몰은 현지인들과 휴양지에서 물건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넓은 쇼핑몰은 마치 우리나라 아웃렛과 별다름 없어 보이지만 들리는 언어는 다양하다. 옷과 인테리어 소품, 가정용품 판매점을 지나 식료품 매장으로 들어선다. 호텔에서 식사는 아침, 저녁으로 제공되지만 객실에서 간단한 요리를 할 수 있는 주방시설이 설치된 것이 기억나 신선한 과일과 더불어 간단 요리 식자재와 간식거리를 챙긴다. 장기 투숙을 하는 휴양객은 아니지만 마치 그들처럼 일상을 즐기며 하루를 보낸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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