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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영화에서 기후 문제가 음모를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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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8-29 14:00:00 수정 : 2020-08-28 23: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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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넘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얼마 전까진 이상 기후로 안타까운 피해도 겼었다. 전염병과 이상 기후 문제는 바람만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원인을 찾아 근본적 해결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음모론이 등장하곤 한다.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파고드는 건데, 그중 일부는 가짜뉴스로 판명되기도 하고, 또 일부는 합리적 의심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사실 가짜뉴스인지, 합리적 의심이지 구분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의학적, 과학적 설명을 이해하기도 만만치 않다. 그저 각각의 주장이 제시하는 근거들이 논리적이고 상식적인지 파악하려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오늘은 영화에서 기후 문제가 음모를 만난 경우를 좀 찾아볼까 한다. 

 

보통 극영화에선 기후 문제의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지 않는다. 이미 발생했고, 어쩔 수 없는 재해로 설정하고, 함부로 해결하려 들지 않는다. 해결의 노력을 하더라도, 근본적인 원인 해결보다는 대증적인 문제 해결 정도가 시도된다. 재해로 인해 고립된 사람을 구출하거나, 재해에서 벗어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탈출하는 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음모론은 주인공을 행동하게 하는 동기로 활용된다. 의심과 불신으로 행동을 시작하게 되거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던 중에 음모를 깨닫게 된다. 자연재해인 줄 알았는데 음모에 의한 인재였다든지, 실수인 줄 알았는데 의도였다든지 하는 식이다.  

 

‘지오스톰’(감독 딘 데블린, 2017)에선 기후 문제가 이미 해결된 미래가 배경이다. 원인이 해결된 건 아니고, 최첨단 위성 기술로 기후를 조절하게 됐다. 그런데 기술적 오류로 인해 더 끔찍한 기후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주인공은 기술적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우주 기지로 가 애쓰던 중, 정치적 음모가 숨어있다는 걸 감지한다. 그 음모를 파헤치지 않고서는 기술적 오류도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주인공은 지구에 남아있는 가족을 위해서 목숨을 건 노력을 시작한다. 

 

기후 문제는 단시간 안에 단순하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보니, 2시간짜리 극영화에서 섬세하게 다루기 쉬운 소재는 아니다. 그렇다 보니 자연 앞에서 무력한 인간이지만,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며 숭고한 희생까지 감내하는 스토리의 배경으로 주로 활용된다. 음모는 인간의 또 다른 민낯을 드러내고,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좀 다르다. 보다 적극적으로 기후 문제를 다룬 영화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비포 더 플러드’(감독 피셔 스티븐스, 2016, 사진)와 ‘불편한 진실 1’(감독 데이비스 구겐하임, 2006), ‘불편한 진실 2’(감독 보니 코헨, 존 쉔크, 2017)는 ‘지구 온난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로 인간에게 당장 노력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비포 더 플러드’에서는 유명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선다.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디카프리오는 이상 기후로 고통 받는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며 문제의 심각성을 목격하고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탄소세’를 도입하고, 쇠고기 소비를 줄이고, 화석 연료 대신 재생 연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등 여러 해결 방안들을 주장한다.  

 

‘불편한 진실’ 시리즈에서는 미국 전 부통령 앨 고어가 나선다. 오랜 기간 ‘지구 온난화’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그의 행보를 보여주는데, 세계 곳곳에서 강연을 하고, 정치인, 행정가들을 만나 설득한다. 국가별 업계별 입장차이도 보여준다. 세계 각국의 피해 상황과 더불어 태양열, 풍력 등 재생 연료 사용의 사례를 소개하며 변화 가능성을 피력한다. 

 

 

이 영화들에서도 음모론이 등장한다. 지구 온난화 해결을 위한 노력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주장하는 음모론인데, 기후 문제 자체를 부정한다. ‘지구 온난화’는 실재하지 않는 음모라고 주장하며, 화석 연료 사용도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고 주장한다.  재생 연료 사용 즉 태양열, 풍력 등을 이용한 발전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주로 법을 만들거나 바꿀 수 있는 정치인들이 이런 음모론을 제기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런 음모론이 거대한 정치계 후원자인 화석 연료 업계 즉 정유사 등의 입장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건강보험 문제를 다루며 국민건강보험제도는 공산주의제도라고 주장하는 정치계와 그들과 연계된 보험 업계의 관계를 강조하던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2007)이 떠오르기도 한다. 어떤 분야든 권력과 기득권이 이동해야 하는 변화가 요구되면 음모론이 등장한다. 

 

과학적 설명을 모두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후가 이상해지고 있다는 건 체감하고 있다. 너무 많은 비가 내리거나 너무 적은 비가 내리고, 너무 춥거나 너무 더운 극단적인 날씨가 반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홍수나 화재가 발생하기도 한다.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고, 바다에 잠겨 사라진 섬나라들도 생겨났다. 코로나 19 확대로 인해 인간들이 잠시 활동을 멈춘 사이 돌아온 야생 동물이나 환경 변화도 감지됐다. 

 

영화에서 음모는 결국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극영화에서는 음모를 해결하기 위해 주인공의 사투를 보며 긴장하게 되고, 다큐멘터리에서는 제기되는 음모를 통해 문제 해결이 절대 쉽지 않다는 현실을 실감하게 한다. 영화에서 음모는 이래저래 대중을 정신 번쩍 들게 한다. 

 

최근 날씨 변화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다면, 위 다큐멘터리 영화 감상을 추천한다. 유명 배우와 정치인의 주장을 들어보고, 제기되는 음모가 가짜뉴스인지 아닌지도 판단해보기 바란다. 더불어 동참할 부분들이 있는지도 고민해보기 바란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 위 기사는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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