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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日 3대 차별과 아이누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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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8-23 21:50:57 수정 : 2020-08-23 21: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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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등 대상 외국인 차별
부락·민족 차별과 함께 지속돼
아이누민족, 첫 원주권 요구訴
日, 포용의 부재 해소될지 주목

일본에는 3대 차별이라는 게 있다. 외국인 차별, 부락 차별, 민족 차별이다.

외국인 차별은 재일동포를 의미하는 자이니치(在日) 등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차별이다. 과거부터 교육·거주·취업 기회의 박탈, 참정권 제한 등 외국인 차별은 일본 내에서도 문제가 됐다. 최근 한국인을 죽이자거나 쫓아내자고 하는 헤이트 스피치, 사원을 대상으로 한국인은 짐승 같다는 교육을 해 파문을 일으킨 후지 주택 사건은 외국인 차별의 예다.

김청중 도쿄특파원

부락 차별은 천민 출신에 대한 차별이다. 부락(部落)은 과거 일본에서 천민이 거주하는 지역을 말한다. 1868년 출범한 메이지 정부는 천민 제도를 폐지하고 천민을 신평민으로 편입시켰으나 차별은 일본 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 있다.

1945년 패전 후 극소수 왕족을 제외한 신분 제도가 폐지된 현재 천민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한반도의 경우 해방 후 6·25전쟁과 압축성장형 산업화로 인한 지역 간 대이동, 급격한 사회 변화로 봉건적 신분제가 급속히 붕괴했다. 이와 달리 일본의 전통 사회는 커다란 전변(轉變) 없이 대부분 과거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대체로 호적 주소가 과거 부락이었던 지역의 주소지면 천민 출신임을 가늠할 수 있다.

신평민 등 출신 성분이 기재된 메이지 정부의 임신(壬申)호적(1872년 편제)의 열람이 1968년 이래 금지됐으나 기업 등에서는 부락지명총감(部落地名?鑑)처럼 부락 주소를 정리한 책자를 가지고 부락 출신을 차별해 사회문제가 됐다. 현재도 부락 출신은 보통 일본인보다 교육, 취업, 결혼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1997년 마이니치출판문화상을 수상한 다카무라 가오루(高村?)의 소설 ‘레이디 조커’는 차별 부락 출신 혈통임을 알게 된 청년의 죽음이 이야기 전개의 발단이 되고 있다.

민족 차별은 근세 이후 일본에 편입된 소수 민족에 대한 차별이다. 홋카이도의 아이누민족, 오키나와의 류큐민족이 대표적이다. 일본인을 구성하는 다수 민족은 마이너리티 민족과 구별하기 위해 와진(和人)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이누민족이 처음으로 일본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원주권(선주권·先住權)을 요구하며 법적 다툼에 나섰다. 아이누 민족단체가 유엔 원주민권리선언에 따라 하천에서의 연어잡이 어업권을 인정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삿포로 지방재판소에 제기한 것이다. 2007년 채택된 이 선언은 선주 민족 집단이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자원에 대한 권리를 비롯해 정체성·언어·노동 등의 권리 인정, 차별금지 등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원고 측은 에도 시대(1603∼1868) 이래 홋카이도 동부의 주요 하천인 우라호로토카치가와 주변에서 연어잡이를 해온 아이누민족의 후손이다. 이들은 메이지 시대(1868∼1912) 초부터 정부가 상업용 목적의 연어잡이를 금지한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 하천 하구 4㎞ 범위에서 조업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국립아이누민족박물관을 개관하는 등 아이누민족에 대한 동화정책을 추진해왔지만 사회 저변의 차별 의식은 여전하다. 망언 제조기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는 지난 1월 “2000년의 긴 세월에 걸쳐 하나의 언어, 하나의 민족, 하나의 왕조가 이어지고 있는 나라는 여기(일본)밖에 없으니, 좋은 나라”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단일민족의 신화를 맹신하며 소수 민족을 일본인에서 제외한 문제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아이누민족을 선주민족으로 규정하고 시행된 아이누시책추진법에도 정면 배치되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3대 차별의 원인은 역사적으로, 사회경제적으로 복합적이나 그 공통점은 다름의 배제와 포용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사회도 국제화와 함께 인종주의가 하나의 화두로 부상한 지 오래다. 최근 예멘 난민 문제, 방송인 샘 오취리씨 이슈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아이누민족의 권리를 둘러싼 재판에서의 논의가 우리에게도 더불어 사는 지혜를 나눌 소중한 기회가 될지 주목된다.

 

김청중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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