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형 이어폰에 노이즈캔슬링 ‘미션’… 개발자들 초유의 프로젝트 성공 올인
“갤럭시 제품과 연결 최적의 조합 완성” 모든 사람 귀에 착 감기는 편안함 구현
다양한 나이·성별·인종 2000명 테스트… 이동·작업환경서도 착용 불편없게 개선
지하철·버스 수시로 타며 소음잡기 몰두… ANC에 손상 음질 보정기술까지 탑재
젊은 세대엔 패션아이템으로 귀 안쪽에 ‘쏙’… 강낭콩 모양 디자인 선택
겉은 금속 재질 광택… 액세서리 기능도 최대 29시간 연속 사용 배터리 성능 향상
갤럭시 AI비서 ‘빅스비’ 음성 호출도 가능

“오픈형 이어폰에 노이즈캔슬링을 적용하라는 미션을 처음 받았을 땐, 뭐 황당했죠.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만들어라? 아니면 겨울에 문 열고 히터를 틀어야 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문 프로는 버즈 라이브 개발 초기에 대해 이렇게 떠올렸다. 무선이어폰은 크게 커널형과 오픈형으로 나뉜다. 커널형은 귀에 밀착돼 외부 소음이 잘 차단되지만, 귀 안쪽의 압력이 높아져 장시간 착용이 어렵고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오픈형은 특성상 소음 차단에서 약점을 지녔지만, 비교적 편안한 착용감이 강점이다. 버즈 라이브는 오픈형이면서도 액티브노이즈캔슬링(ANC)을 탑재했고, 디자인 측면에서도 대대적인 변화를 준 만큼 기존 커널형과 활용성 측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버즈 라이브의 기획부터 출시까지, 개발에 걸린 시간은 2년이 조금 넘는다. 제품명만 보면 갤럭시 버즈와 갤럭시 버즈 플러스에 이은 후속작으로 생각되지만, 시리즈 첫 제품인 버즈가 지난해 3월 출시됐음을 감안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는 갤럭시 버즈 시리즈와는 별개로 오픈형 무선이어폰 프로젝트로 시작된 것이다. 문 프로는 “기존 무선이어폰에 대한 시장조사를 해보면서 커널형 제품이 대부분이었지만 오픈형에 대한 고객 수요도 분명히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갤럭시 버즈 라이브는 처음부터 편안한 착용감 등 오픈형의 장점에 기반해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하루 내내 착용해도 편안한 무선이어폰”
오픈형 무선이어폰 개발을 확정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먼저 ‘하루 내내 착용해도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를 미션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불편함을 따지기 전에 귀에 잘 고정되는 것이 선결과제였다. 가만히 앉아서 이용하기보다는 이동하거나 다른 작업을 하면서 이용하는 경우가 더 많은 상황에서 빠지기라도 하면 분실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기존에 대세를 이룬 커널형 이어폰과는 착용법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게 귀에 고정할 수 있는 새로운 구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를 위해 개발팀은 모든 사람의 귀에 맞출 수 있는 구조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전 프로는 “사람마다 다른 귀의 크기와 구조에 구애받지 않고 잘 고정되는 제품이어야 했기 때문에 나이나 성별, 인종 등에 이르기까지 2000명 정도를 테스트했다”며 “최소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일상생활은 물론 운동과 같은 격렬한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조건을 확인하면서 개선 작업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최우선은 이어폰으로 잘 기능하는 것이다. 고정이 잘되더라도 마이크를 가려 소리를 담지 못하거나 ANC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이어버드 바깥쪽에 뚫린 두 개의 외부 마이크 홈 중 한쪽에는 1㎝가량의 홈이 패어있는데, 이것이 소리 전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버즈 라이브를 이용하기 위해 케이스를 열면 스마트폰 화면에 착용법을 설명하는 애니메이션이 뜬다. 문 프로는 “그 설명 영상은 일반적인 크기와 형태의 귀에 대한 착용법”이라며 “모든 형태와 크기의 귀에서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각자 편하게, 잘 고정되는 방식으로 착용하더라도 통화나 음악감상에 별다른 무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루 내내 쓸 수 있는 제품을 위해 배터리 성능도 크게 향상됐다. 이어버드의 경우 큰 차이는 없지만, 케이스 배터리의 경우 472mAh로 버즈(252mAh)와 버즈 플러스(270mAh)에 비해 두 배 가까이 향상되며 최대 29시간(ANC·음성명령 끈 상태)까지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액세서리로도 기능할 수 있는 무선이어폰”

기존 커널형 제품과 디자인이 대폭 달라졌기 때문에 내부 구조 또한 큰 변화가 불가피했다. 디자인적인 요구 측면에서도 하루 내내 착용하는 제품이 귀 밖으로 돌출된 형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에 착용감을 높이면서도 외부에서 봤을 때 이물감을 줄이기 위한 설계가 진행됐다. 장 프로는 “커널형 위주인 기존 제품은 배터리와 각종 기판 등 내부 부품들을 가로로 쌓는 구조이기 때문에 두꺼워져 귀 밖으로 돌출되는 형태가 많았다”며 “이 모든 것을 귀 안쪽으로 넣기 위해 기존에 쌓던 방식을 풀어헤쳐 재배열하는 작업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강낭콩 형태로 제품의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디자인이 유출돼 ‘갤럭시빈’이라는 별명이 붙으며 전 세계 이용자의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귀 밖 돌출을 최소화했지만 하루 내내 착용하도록 제작됐기 때문에 외관적인 측면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젊은 세대일수록 디자인 측면을 중요시하고, 이를 본인의 정체성과도 연관 짓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기능성도 중요했던 셈이다.
이를 위해 귀와 닿는 이어버드 안쪽은 감촉이나 밀착 측면을 고려해 재질을 선정했고, 바깥쪽은 크롬 도금을 통해 금속 재질의 광택이 나도록 했다.
케이스 디자인 또한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 탄생했다. 초기에는 이어버드와 비슷한 형태가 논의되기도 했으나 ‘이어폰 케이스가 아닌 선글라스 케이스의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배제된 것으로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전작의 긴 원형이 아닌 모퉁이가 둥근 정사각형 형태의 케이스로 출시됐다.
케이스 힌지(연결 부위) 쪽을 제외한 나머지 3면을 따라 깊은 홈이 패어있는 것은 어느 방향에서든 열기 쉽게 사용성을 개선한 것이다. 기존 버즈 시리즈에서는 힌지 반대편에만 일부 홈이 패어있었다. 여기에 미스틱 브론즈와 미스틱 블랙, 미스틱 화이트의 색상과 광택 등은 지난 5일 언팩 행사에서 공개된 갤럭시 노트20과 갤럭시탭 S7, 워치 등 다른 갤럭시 제품군과 디자인적 통일성을 이루도록 했다.
◆“지하철 소음은 잡되, 안내방송은 잘 들리게”
버즈 라이브에는 ANC가 적용됐지만, 오픈형이기 때문에 소음의 완전한 차단을 추구하는 커널형의 노이즈캔슬링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오픈형 무선이어폰에서 ANC를 구현하기 위해 개발팀에게 주어진 미션은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차량의 소음은 잡되, 안내방송은 잘 들리게 하라’였다.
초유의 미션을 완수하기에 앞서 개발자들은 우선 현장으로 나갔다. 버스나 지하철 등 다양한 대중교통을 직접 이용해보면서 차량별 소음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에서도 테스트를 위해 수백명이 동원됐다. 별도로 채용한 외부 요원도 있었지만, 내부 직원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이 많은 테스트는 항상 엔지니어들이 직접 현장으로 나가 검증하는 과정을 또다시 거쳤다. 문 프로는 “삼성전자에서 신제품을 개발할 때 이 정도의 기간과 테스트 규모를 거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며 “정말 지겹도록 지하철에 올라 소음을 측정하다 보니 5호선의 소음이 가장 심한 느낌이 들었다”고 귀띔했다.
일반적인 ANC는 구동 과정에서 저음역 부분을 중심으로 소리가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해 음질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많다. 버즈 라이브의 ANC에는 어느 음역대에 손상이 가해지는지를 미리 계산해 보정하는 기술도 탑재됐다. 음질 측면에서도 가장 높은 단계의 AKG 인증을 받아 충분히 좋은 음질을 보장했다.
이번 언팩 행사에서는 갤럭시 생태계 확장에 대한 측면도 크게 강조됐다. 버즈 라이브를 통해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를 음성명령으로 호출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변화다. 갤럭시 노트20을 비롯해 빅스비가 탑재된 스마트폰이라면 버즈 라이브와의 연동을 통해 음성명령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언팩행사에서도 5가지 신제품을 비롯한 다양한 갤럭시 제품의 연결성을 강조했다”며 “이어버드는 단순한 부수적인 제품이 아니라 다른 갤럭시 제품들과 더해져 최상의 연결 경험을 줄 최적의 조합 완성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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