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지난해 7월 25일 신임 검찰총장에 임명장
“권력형 비리 있거든 엄정한 자세로 임해달라” 당부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신임 검사들에게 “권력형 비리에 당당히 맞서라”고 당부한 가운데 이 발언이 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한테 한 주문과 흡사해 눈길을 끈다. 윤 총장이 굳이 공식 법률용어도 아닌 ‘권력형 비리’라는 표현을 쓴 건 문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 ‘1년 전의 다짐을 잊지 않았는가’ 하고 상기시키려 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신임 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되어야 한다”며 “앞으로 여러분(신임 검사들)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정의롭게 법 집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검사는 언제나 헌법 가치를 지킨다는 엄숙한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전제했다. 우리 헌법의 기본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를 설명하는 과정에선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다”며 “이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권력형 비리에 당당히 맞서라’라는 윤 총장의 메시지는 사실 새로운 게 전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인 지난해 7월25일 윤 총장은 청와대에 들어가 문 대통령에게 2년 임기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우리 윤 총장님”이란 표현을 써가며 자신이 직접 고른 검찰총장을 따뜻하게 환영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에게 다음과 같이 엄숙한 당부를 했다.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 주시길 바랍니다.”(문 대통령)
‘권력형 비리에 엄정한 자세로 임하라’라는 문 대통령의 1년 전 지시가 이날 신임 검사들에게 윤 총장이 ‘권력형 비리에 당당히 맞서라’라는 취지의 훈시를 할 수 있었던 배경인 셈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윤 총장이 여러 표현 가운데 ‘권력을 이용해 저지른 비리’를 뜻하는 권력형 비리를 굳이 선택한 건 1년 전 임명장 수여식 때 문 대통령 스스로 한 발언을 여권 인사들에게 상기시키려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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