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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 속 한동훈, “일개 장관이 국민 알권리 포샵질” 맹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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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언유착’ 의혹 대화서 추미애 겨냥 발언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이 사석에서 기자와 나눈 대화 도중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부분이 21일 공개돼 눈길을 끈다. 해당 의혹 사건으로 구속된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 측이 이날 공개한 대화 녹취록 전문을 통해서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 검사장은 추 장관 취임 후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사실상 좌천된 바 있다.

 

한동훈 검사장. 뉴스1

이 대화는 지난 2월13일 부산고검 차장검사 사무실에서 한 검사장과 이 기자, 그 후배인 백모 기자 간 이뤄졌다. 당시 한 검사장은 기자들과 추 장관이 추진한 수사-기소 분리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딱 하나야, ‘무조건 권력에 대한 수사를 막겠다’ 그런 일념밖에 없어서 그렇지”라며 “공부 좀 하고 하라고 그래”라고 지적했다. 당시 법무부는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는 방안과 관련해 대검찰청에 협의를 요구했지만 윤 총장이 이를 거절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표면화했다. 한 검사장은 추 장관이 수사-기소 분리의 해외 사례를 언급한 것을 겨냥해선 “(추 장관이) 지금까지 맞는 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잖아”라고도 평가했다.

 

추 장관의 공소장 공개 금지 방침과 관련해 법무부 법무관들이 미국 등의 사례를 찾느라 고생하고 있다고 이 기자가 전하자 한 검사장은 “(추 장관이) 미국에 ‘명을 거역했다’고 얘기할 거냐”라며 “아니, 일개 장관이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를 포샵질(포토샵으로 사진 등을 수정하는 행위)을 하고 앉아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 검사장은 “국민의 알 권리가 나중에 알아도 될 권리냐”고 되물으며 “로또도 나중에 알고 먼저 아는 게 차이가 얼마나 큰 건데, 당연히 알 권리의 핵심은 언제 아느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 검사장은 “국민은 나중에 알아도 된다는 뜻은, 우리(정부여당)만 먼저 알겠다는 뜻”이라고도 지적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여권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신라젠 사건’ 수사와 관련해 한 검사장은 “1만명이 100억원을 털린 것하고 1명이 100억원을 털린 것하고 (놓고) 보면 1만명이 100억원을 털린 게 훨씬 더 큰 사안”이라며 “그런데 지금 보면, 요즘 사람들, 여기 사람들(여권) 하는 것 보면 별로 그렇게 안 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신라젠 사건은 검언유착 의혹을 촉발한 사건이기도 하다. 한 검사장은 “사회가 모든 게 다 완벽하고 공정할 순 없지만 중요한 건 국민들이 볼때 공정한 척이라도 하고 공정해 보이게 라도 해야 된다”며 “그런데 ‘아니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성내는 식으로 나오면 안 된다”고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일침을 놓기도 했다.

 

임 전 실장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을 당시 ‘(검찰이 내 혐의를) 입증할 수 있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한 검사장은 “공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입증할 수 있겠냐’라니, 아니 그걸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 방어니까 당연하지만 언론에 대고 입증할 수 있겠냐고 하는 건…”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한 검사장은 또 ‘추 장관이 여당에 안 좋은 일만 하는 것 같다’는 이 기자의 언급에 “당연하지, 그분은 항상 자기가 속한 조직에서 그런 짓을 하잖아”라고 비꼬았다. 그는 박근혜정부 시절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언급하며 “그때도 이렇게까진 안 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 밖에 한 검사장은 신라젠 사건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관심 없다”는 말로 확실히 선을 그었다. 한 검사장은 검언유착 의혹에 휩싸인 뒤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또 한 차례 좌천됐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뉴스1

한편, 이날 공개된 한 검사장과 이 기자 간 대화 녹취록에는 두 사람이 ‘강요’를 공모했다고 볼 만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앞서 KBS에 이어 MBC가 해당 대화에서 나온 발언을 토대로 두 사람이 강요를 공모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한 직후라 외려 판이 뒤집힌 모양새다. 앞서 이 기자는 수감 중인 이철(55)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찾아가 유 이사장의 신라젠 사건 연루 의혹에 대해 캐물으면서 검찰 고위 간부와의 친분을 내세워 압박을 한 혐의(강요미수)로 구속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해당 검찰 고위 간부가 한 검사장이라고 보고 조만간 한 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방침이다.

 

이 기자 측의 녹취록 공개 이후 중앙지검 수사팀은 “사안과 관련성 있는 내용 중 일부 대화가 축약되거나, 기자들의 취재 계획에 동조하는 취지의 언급이 일부 누락됐다”며 “표현과 맥락이 정확하게 녹취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중앙지검은 녹취록의 신빙성을 부인하진 않았다. 수사팀은 또 “범죄 혐의 유무는 특정 녹취록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확보됐거나 앞으로 수집될 다양한 증거자료들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며 추가 증거자료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이 기자의 변호인은 “의도적으로 누락 또는 축약한 부분이 전혀 없다”며 “의미 있는 내용이라면 구속영장에 나왔을 텐데, 오늘 공개된 내용이 전부”라고 맞섰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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