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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 “박원순 의혹, 양쪽 다 내게 책임지라 해” 하소연

입력 : 2020-07-13 21:10:47 수정 : 2020-07-13 21: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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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도 입을 뗄 수 없었다” 고충 토로
국내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라는 평가를 받는 서지현 검사. 연합뉴스

검찰 내 성추행 폭로로 국내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했다는 평가를 받는 서지현(47·사법연수원 33기) 검사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언급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미투 1호’인 자신에게 고인의 지지자들과 비판세력 양측으로부터 ‘책임지라’는 요구가 잇따른 데 따른 고뇌를 털어놓은 것이다.

 

서 검사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 역시 인권변호사로서 살아온 고인과 개인적 인연이 가볍지 않았다”며 “애통해하는 모든 분이 그렇듯, 개인적 충격과 일종의 원망만으로도 견뎌내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데 개인적 슬픔을 헤아릴 겨를도 없이 한쪽에서는 함께 조문을 가자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함께 피해자를 만나자는 메시지가 쏟아졌다”고도 전했다. 이어 서 검사는 “한쪽에서는 ‘네 미투 때문에 사람이 죽었으니 책임지라’고 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네 미투 때문에 피해자가 용기냈으니 책임지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서 검사는 “한마디도 입을 뗄 수 없었다, 숨쉬기조차 쉽지 않았다”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하는 분도, 피해자 옆에 있겠다고 말하는 분도 부러웠다”고 했다. 그는 “그 부러움조차 허용되지 않은 채 (제게) 메시지가 더더욱 쏟아졌다”고 부연했다. 서 검사는 “어떤 분들은 고인에 대한 기본 예의도 없이 무죄 추정도 모르고 명복을 빌 수 있는 게 부럽다는 소릴하냐고 실망이라고 했다”고도 전했다. 서 검사는 2018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는 이후 사회 각계로 확산한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 됐다.

 

서 검사는 또 “어떤 분들은 입장을 바꿔 네 가해자가 그렇게 되었으면 어땠을지 상상해보라고 했다”며 “제가 그런 경우를 상상 안 해봤을까 봐…”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 상상으로 인해 심장이 곤두박질치고 대책 없이 떨리고, 그런 상황이 너무 거지같아 숨이 조여드는 공황장애에 시달려보지 않았을까봐 (그런 말을 한다)”라고 했다.

 

이날 글에서 서 검사는 “정치인도 국가기관도 아닌 제가 감당해야 할 일들은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었다”며 “온갖 욕설과 여전한 음해나 협박은 차치하고라도, 여전히 계속되는 제 자신의 송사조차 제대로 대응할 시간적·정신적 능력마저 부족함에도, 억울함을 도와달라고 개인적으로 도착하는 메시지들은 대부분 능력 밖에 있었고, 함께 만나달라는 피해자를 만나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아냥을 받고 의절을 당하기도 하고, 성직자의 부탁을 거절 못해 가졌던 만남으로 지탄을 받고 언론사와 분쟁을 겪기도 했다”고 그간 겪은 어려움을 쭉 나열했다.

서지현 검사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일부. 페이스북 캡쳐

서 검사는 “능력과 분수에 맞지 않게 너무 많은 말을 해온 것 같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힘들다는 말을 하려는 것도, 누구를 원망하려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많은 기대를 해주시는 분들께 송구스럽게도 도져버린 공황장애를 추스르기 버거워 저는 여전히 한마디도 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서 검사는 “한마디도 할 수 없는 페이스북은 떠나있겠다”며 “참으로 세상은 끔찍하다”는 말로 글을 끝맺었다. 그는 추신을 통해 “저는 정치와 아무 관련이 없고, 그곳(더불어민주당)에도 여전히 저를 ‘정신병자’라 믿고 계신 분이 매우 많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고 박 시장은 지난 8일 전직 여비서 A씨에게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를 당했다. 고인은 이튿날 집을 나선 뒤 실종됐고, 수색에 나선 경찰이 지난 10일 자정쯤 서울 북악산 모처에서 숨진 그를 발견했다. 경찰은 발견 당시 현장 상황과 유언장이 있는 점 등을 토대로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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