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일 대북전단을 살포한 탈북민 단체를 경찰에 전격적으로 수사 의뢰했다. 대북전단에 대한 북한의 강한 반발에 ‘남북교류협력법’과 ‘항공안전법’ 등을 적용한 법적 처벌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10여년간 규제하지 않던 행위에 대해 유권해석을 바꿔 위법이라고 하자 구체적인 법 적용을 둘러싸고 정부와 탈북자단체 간 타당성 논란이 일고 있다.
◆갑작스런 법 적용에… “무리수” 지적도
통일부가 이날 대북전단을 살포하고 페트병으로 쌀을 보낸 탈북민 단체 두 곳에 적용해 경찰에 수사의뢰한 혐의는 ‘남북교류협력법’과 ‘항공안전법’, ‘공유수면법’ 위반이다.
통일부는 “현행법상 반출 규정을 보면 ‘남북 간의 물품의 이동을 말한다’고 돼 있다”며 전단 살포나 페트병을 통한 물품 살포 등은 반출 조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북전단은 그동안 반출허가 대상 품목이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남북교류협력법에서 규정하는 반출·반입대상 품목은 관세법으로 정하는 물품, 북한에서 발행돼 유통되는 화폐 등이 해당한다.
항공안전법은 드론(무인기)을 활용해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데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연료를 제외한 무게가 12㎏ 이상인 드론을 소유하거나 사용하려면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미리 신고하도록 규정한 법이다. 특히 휴전선 인근 등 비행제한공역에서는 드론을 날릴 때는 드론의 무게와 관계없이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공유수면법은 공유수면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폐기물, 폐수 등 오염물질을 버리거나 흘리는 행위를 금지해 대북전단에 적용될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대북전단 살포에 이들 법률을 적용해 오지 않았지만 유독 이번 사안에 엄격한 잣대를 내세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삼아 남북 통신선을 차단하자마자 관련 법을 모두 끌어모아 규제하겠다고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김태훈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대표는 “교류협력법에서 규제하는 대상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화라고 봐야 하며, 대북전단은 반출허가품목에 해당이 안 된다”며 “그동안 적용하지 않았던 법을 유권해석을 바꿔 적용하기로 한다면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 vs “접경주민 위험 초래”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가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데 이를 법률로 막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09년 무렵부터 일부 탈북민 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하고, 이후 2014년에 북한이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고사총을 발사하고 이에 군이 응사하는 사건이 벌어지며 대북전단 살포 금지 법률 제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실제 의원 발의도 됐었지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논란 때문에 현실화되지 못한 전례가 있다.
다만 헌법에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에 한해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특히 2016년 대법원이 전단살포 행위와 관련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에 따라 국가가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 판례도 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전단살포 행위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재산권에 위험을 초래할 경우 제한할 수 있다”며 “기본권을 과잉 제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불법행위를 규율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판문점선언이 근거?
통일부가 대북전단 살포 제한의 근거 중 하나로 언급한 4·27 판문점선언도 아직까지는 법적 효력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남북 정상은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 중지’라는 내용을 포함한 판문점선언을 했다.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는 이 사항을 위배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 통일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판문점선언은 국회의 비준을 받지 않아 국내법적인 효력을 가지고 있는 선언이 아니다. 남북 간 사안에 남북 합의를 중시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이지만 국민에게는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는 대목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대북전단 금지 근거로 판문점선언을 드는 것은 법적 근거라기보다 양 정상 간의 합의사항이기 때문에 남북발전 위해서 준수해야 한다는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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