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이 축음기와 백열등을 발명했고, 디젤엔진과 공기타이어가 발명되면서 포드자동차가 대량으로 생산됐다. 라이트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한 지 10년도 안 돼 루이 블레리오가 프랑스 칼레에서 영국 도버까지 영국해협을 건너는 비행에 성공했다. 기술자인 에펠이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해서 하늘을 향해 310여 미터나 뻗은 에펠탑을 건설했다. 사람들은 이 시대를 산업 자본과 기계시대의 산물이며, 과거에 대한 현재의 승리로 칭송했다.

지금부터 100여년 전 과학기술의 발달로 세계가 급변하는 모습이다. 미술도 변했는데, 예술가들은 과학문명의 발달로 변화된 사람들의 감성과 의식에 맞는 미술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로베르 들로네도 그런 예술가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에펠탑을 30번 이상 그렸는데, 산업기술의 결정체인 에펠탑이 현대성을 대표하는 이미지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블레리오에 대한 경배’에서 들로네는 그런 의도를 나타냈다. 에펠탑 주위를 날고 있는 비행기와 프로펠러와 프로펠러가 그리는 원반을 입체파 방식으로 재현했다. 당시 현대성의 또 다른 이미지는 프로펠러 비행기였는데, 블레리오의 영국해협 비행이 미래의 희망으로 생각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목도 ‘블레리오에 대한 경배’이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에 의해 미래의 새로운 영역이 개척되고, 새로운 사회가 건설된다는 생각이 그림 안에 낙관주의적으로 담겼다.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모습에서 착안한 형형색색의 원반들은 모든 사물을 움직이는 에너지를 암시하는 이미지였다.
블레리오의 비행에 경탄했던 일이 불과 100년 전인데, 일론 머스크가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려 국제우주정거장에 안착했다는 소식이 화제다. 그는 언젠가는 화성에 사람이 사는 식민지를 설립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2년 전 죽은 스티븐 호킹은 인류가 직면한 위협의 하나로 전염병의 유행을 들었고, 인류가 멸종을 피하려면 100년 이내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아침! 정말 화성시대가 올까 상상하며 코로나19를 잠시 잊는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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