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실업 쓰나미'가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에 집중되면서 정규직 보호 위주의 현행 고용보험제도에 대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1일 한국노총과 정책협의회에서 고용보험 밖에 있는 특수고용노동자와 예술인, 플랫폼노동자 등을 제도적 범위 안에 들어오게 하는 것이 긴급하다고 강조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도 그간 노동계가 요구해온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를 코로나 이후의 과제로 제시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2차관은 2일 페이스북에 곧 들이닥칠 고용 충격에 대비해 하루빨리 고용보험제도 등 안전망의 성벽을 보수할 시점이라고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실업급여의 수급권 밖에 있는 실업자를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에 대한 시각차는 있으나 산업구조 변혁에 따른 직업 형태 다양화 등으로 구멍이 숭숭 뚫린 고용보험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여러 가지 이유는 있겠지만 전체 취업자의 절반이 실업자에 대한 사회 안전망인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제도 개혁의 당위성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고용보험은 일반 직장인의 경우 취업과 동시에 의무적으로 가입해 고용주와 노동자가 절반씩 부담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나 예술인, 프리랜서, 플랫폼노동자, 자영업자 등은 법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험 의무가입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그렇다고 실업대란이 닥친 상황에서 이들을 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외면하거나 땜질 처방으로 넘기려다간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수 있어 국민의 기본적 생존권이나 복지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가 '포스트 코로나19' 대책으로 띄운 '전 국민 고용보험제' 논의가 여의도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청와대, 정부에 이어 더불어민주당이 가세하면서 21대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4일 민주당에 따르면 전 국민 고용보험제는 오는 30일 임기를 시작하는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의 중점과제 목록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최고위원들이 선별한 중점과제를 당 전략기획위가 우선적으로 차기 국회에서 검토·추진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박광온 최고위원이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감염병 방역에서 굉장히 중요한 것이 전 국민 건강보험제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며 그 한편으로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과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이 전 국민 고용보험제와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인 국민취업지원제"라고 강조했다.
박 최고위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저는 단계를 나눠서 한국형 실업부조를 이번 (20대) 국회에서 하고, 전 국민 고용보험제는 21대 국회에서 논의하자는 것"이라며 "최고위원들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을 전략기획위에 제시하면 위원장이 순서를 매겨서 진행하자고 논의를 모았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는 실직자의 안정적인 생활 유지를 위해 일정 기간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현행 고용보험제도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지난 3월 기준 1376만명으로 국내 전체 근로자의 약 50%다. 자영업자와 건설일용직,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등이 빠져 있다.
민중당의 4·15 총선 공약이었던 이 제도는 노동절인 지난 1일 청와대와 여야 인사들이 포스트 코로나19 대응책 중 하나로 언급하면서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지난 2일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충격에 대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당정청 간의 공감대 형성도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 논의 속도… 당·정·청 공감대 형성
전 국민 고용보험제와 함께 거론되는 한국형 실업부조는 당정이 지난해 6월 '국민취업지원제도'란 명칭으로 발표한 제도다. 근거법인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지만, 여전히 상임위 심사 단계에 머물러 오는 15일 종료되는 4월 임시국회 내 처리가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해 당내에서는 가능한 한 20대 국회 임기 내 한국형 실업부조 근거법을 처리하고, 늦어도 21대 국회 임기 개시 직후 고용안전망 강화를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선 당선에 성공한 이상민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실업위기는 취약계층에 가장 먼저 닥친다"며 고용안전망 재편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다만 그 구체적인 방향과 방식에 대해서는 '전 국민 고용보험제'를 도입할 것인지, 또는 '한국형 실업부조'를 도입할 것인지, 또는 '그 이외 다른 방안'을 도입할 것인지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와 입법적 제도화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은 통화에서 "야당에서 반대할 경우 (고용보험 확대 범위를) 일부 조정하더라도 사회안전망을 보강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전 국민 고용보험제를 도입했을 때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이유로 부정적인 의견이 있는 것은 알고 있으나,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하고 최근 늘어난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보장책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를 가장 먼저 주장한 민중당 정책실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고용보험 가입 대상을 대폭 늘린다 하더라도 장기 실업자나 아예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층 등은 포괄하기 어렵다"며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계층까지 적용하기 위해서는 전 국민 고용보험과 실업부조가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실업자, 취업하지 못한 청년층 등은 포괄하기 어려워…사각지대 해소해야”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4일 "정부여당은 전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에 책임 있게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이날 상무위원회에서 "정의당은 코로나19 민생 위기 극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전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을 약속했고, 지난 노동절, 여당과 청와대에서 이에 대한 필요성과 추진의사를 밝혔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그러면서 "전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은 당면한 코로나 실업 위기에 대한 대응일 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불안정 노동이 확대될 것을 고려할 때 실업에 대한 최소한의 소득 보장 체계로서 불가피하고 시급한 개혁과제"라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또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와 같은 참사를 방지할 법안이 중대재해 기업 처벌법"이라며 "슈퍼여당이 될 민주당에 요청한다. 이 법을 제정하고 (전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을 위한) 고용보험법을 개혁하는 데 앞장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대응책으로 비대면 산업 육성안이 거론되는 데 대해선 "원격의료나 헬스케어 산업을 육성한다고 서두를 일이 아니며 원격 교육이나 비대면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라며 "지금은 재계의 소원수리 차원에서 주요 규제를 풀어야 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필요한 규제를 재정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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