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美 서부 이상고온에 해변 몰린 인파… 집단감염 초비상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4-26 23:00:00 수정 : 2020-04-26 22:14:4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캘리포니아주 조건부 개방에도 시민들 ‘사회적 거리두기’ 외면 / 한여름 무더위 방불 수만명 몰려 / 경찰 순찰 불구 ‘거리두기’ 어려움 / 美 확진자 조만간 100만명 육박 / 사망자도 5만명 넘어 전세계 25% / 트럼프 ‘살균제 주입’ 발언 등 역풍 / 뉴욕서 독극물노출 사고신고 급증 / 트윗서 클로로퀸 선전하자 ‘불티’ / FDA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 경고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93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캘리포니아 등 서부에 섭씨 40도에 달하는 열파로 해변에 수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코로나19 치료법과 관련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실언에 사회적 거리두기마저 느슨해지면서 미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25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LA) 시내 중심가는 전날 최고 섭씨 33도를 기록했고, 캘리포니아 일부 지역은 이날 40도에 육박하는 등 한여름 날씨를 방불케 했다. 캘리포니아의 주요 해변이 폐쇄된 가운데 최근 일부만 개방된 LA 오렌지카운티의 헌팅턴비치와 뉴포트비치 등에 인파가 몰려들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헌팅턴비치가 마치 한여름 휴가철처럼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로 가득하다. 미국 서부 일대는 전날부터 33∼40도에 육박하는 이상 고온현상으로 코로나19 확산 사태에도 불구하고 일부 해변에 수만 명이 몰리고 있다. 헌팅턴비치=AFP연합뉴스

뉴포트비치 인명구조대는 CBS방송에 “해변 방문자가 매일 두 배로 늘고 있다. 어제는 5만명이 찾았다”고 말했다. 현지 경찰이 순찰을 강화했지만 밀려드는 인파로 사회적 거리두기는 유명무실해졌다.

 

이날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브리핑은 생략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살균제 인체 주입’ 발언이 역풍을 맞은 탓이다. 전날 브리핑도 문답 없이 22분 만에 끝났다.

 

앞서 23일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러스가 고온 다습한 환경에 약하고 살균제에 노출되면 빨리 죽는다’는 연구 결과가 소개되자 “주사로 살균제를 몸 안에 집어넣는 방법은 없나. 폐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확인해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이에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TV에 돌팔이 약장수가 나온 것 같다”고 비판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트위터에 “살균제를 부적절하게 사용해선 안 된다”는 경고문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에 “적대적인 언론을 향해 비꼬는 투로 발언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문제는 대통령이 브리핑에서 효과가 검증되지 않거나, 부작용이 있는 약과 치료법을 홍보해 많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살균제 주입을 언급한 직후 뉴욕시 독극물 사고 신고 접수가 평소보다 늘었다. 뉴욕시 건강정신위생부는 독극물통제센터(PCC)에 24일 오후 3시까지 18시간 동안 30건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사례별로는 살균제 노출 9건, 표백제 노출 10건, 기타 가정용 세척제 노출 11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총 13건 접수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제로 호평한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신클로로퀸. 라스베이거스=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부터 코로나19 치료제로 추천한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과 하이드로클로로퀸의 판매량도 급증했다. 뉴욕타임스(NYT)가 의료정보 분석업체 IPM.ai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효능을 언급한 지난달 19일 클로로퀸과 하이드로클로로퀸의 처방 건수는 평일 평균보다 무려 46배 많았다. 류머티즘, 심질환, 피부병, 정신질환뿐만 아니라 심지어 족병 전문의까지 의료 전 부문에 걸쳐 그날 3만2000여건의 처방을 쏟아냈다. 특히 코로나19 피해가 큰 뉴욕주, 뉴저지주 등에서 처방이 많았다. 플로리다주는 인구 대비나 절대 처방건수 모두 가장 컸는데 1000명에 1명꼴로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트위터를 통해 이들 약에 대해 “게임체인저(상황을 극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실질적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자 소매약국의 처방 건수는 평일 평균보다 무려 114배나 많았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급기야 두 약에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며 병원이나 임상시험에서만 쓰여야 한다고 지난 24일 권고했다.

 

25일 미국의 코로나19 환자는 93만8154명으로 조만간 1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사망자는 5만3755명으로 전 세계 사망자(20만698명)의 4분의 1을 넘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