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71) 이스라엘 총리가 정치적 라이벌인 베니 간츠(60) 청백당 대표와 거국비상내각 구성에 합의했다. 총선을 연달아 세 번이나 치르며 1년여 간 이어진 정치적 혼란이 마침내 봉합됐다.
20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양측은 네타냐후 총리가 3년 임기의 전반부 동안 먼저 총리직을 수행한 뒤 2021년 10월 간츠 대표에게 총리 자리를 넘기는 내용의 권력분점안에 합의했다. 이로써 5선 고지에 오른 네타냐후 총리는 앞으로 18개월간 임기를 차질 없이 마무리하면 자신의 최장 집권 기록을 15년 7개월로 늘리게 된다. 뇌물수수, 사기,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그는 다음달 24일 시작되는 재판 과정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네타냐후 총리가 차기 법무장관과 검사 임명에 관한 효과적인 거부권을 갖게 됐으며, 대법원이 형사 피고인의 총리직 수행을 금지하는 결정을 하더라도 이를 무력화하는 법안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전망했다.
간츠 대표는 새 내각의 임기 후반부 총리 자리와 국방·경제 장관 등 내각 절반의 지명권을 보장받았으나, 야권 지지층의 실망을 사게 됐다. 네타냐후 총리를 축출하기를 바랐던 그의 지지자 상당수는 이번 합의를 ‘굴복’이라고 평가하며 실망감을 드러냈다고 NYT는 전했다.
그간 ‘부패 혐의로 기소된 총리와는 손잡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간츠 대표가 태도를 바꾼 이유로는 코로나19가 꼽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 봉쇄령까지 내려지면서 정치적 교착을 타개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2018년 12월 연립정부 붕괴로 의회가 해산한 뒤 1년 4개월간 세 차례나 총선을 치렀으나, 네타냐후와 간츠 모두 연정 구성에 번번이 실패했다. 간츠 대표는 이날 합의 뒤 트위터에 글을 올려 “우리는 4번째 선거를 막았다”며 “민주주의를 지키고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울 것”이라고 했다.
양측이 오는 7월1일부터 요르단강 서안을 합병하는 법안 표결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합의안에 담으면서 중동 정세에 격랑이 예상된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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