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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장비로 北교신 감청… 첩보원 통한 ‘휴민트’는 거의 불가 [디펜스 포커스]

입력 : 2020-04-11 15:07:56 수정 : 2020-04-11 15: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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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정보수집 현주소 / 한·미, 정찰기·선박·지상 감청시설 활용 / 요원, 산봉우리 등서 24시간 첩보 수집 / 축적된 정보, 빅데이터·AI 등으로 분석 / 같은 언어 사용 유리… 北인사 이력도 파악 / 北, 휴대폰·인터넷 제한… 기만책도 사용 / 철저한 폐쇄정책에 휴민트 작동 곤란 / 일각 “잠재력 충분… 장기적 관점 전략 필요”

007시리즈 영화 ‘어나더데이’(2002)에서 제임스 본드(피어스 브로스넌 역)는 북한에서 비밀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배신자로 인해 위기에 직면한다. 북한군에 붙잡힌 제임스 본드는 협상을 통해 귀환했지만 영국 정보국은 정보누설 혐의로 제임스 본드의 살인면허를 박탈한다. 그가 명예를 회복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영화이지만 제임스 본드가 겪은 위기는 북한에서의 정보수집과 공작활동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간접적이나마 알 수 있게 해준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러시아, 중국, 이란 등도 정보수집이나 공작이 쉽지 않은 나라이지만 북한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어렵다. 대북 정보수집이 감청이나 위성사진 분석에 크게 의존하는 이유다.

◆첨단 감시장비로 북한 동향 관찰

한·미 정보당국의 대북 정보수집은 정찰기와 선박, 지상 감청시설 등을 통해 북한의 유·무선 교신을 엿듣는 특수정보(SI·Special Intelligence)에 크게 의존한다. 감청요원들은 산봉우리 등 북한군 통신을 쉽게 잡을 수 있는 곳에서 24시간 첩보를 수집한다. 북한과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특성을 잘 활용하면 대화를 주고받는 북한 측 인사들의 출신지나 학력, 직업까지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첩보를 축적해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면 기존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정보 획득도 가능하다. 군당국이 국방개혁2.0의 일환으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국방’을 적극 추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미 군당국이 수집하는 특수정보는 북한 내부 동향 파악에 요긴하게 쓰인다. 월드컵 열기가 뜨거웠던 2002년 6월29일 발생한 제2차 연평해전 당시 우리 군은 북한군 사망자 대부분이 우리 해군의 함포 사격을 받고 현장에서 숨졌다는 사실과 부상자 후송 병원 위치, 북한의 의도적 도발 여부 등을 상세히 파악해 대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특수정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북한에서는 휴대전화 사용이 제한되고 인터넷은 외부와 차단돼 있다. 한·미 정보당국을 방해하고자 일부러 역정보를 흘리거나 무선 주파수, 암호체계를 변경하는 등 기만책을 사용하기도 한다. 감청을 피하기 위해 도·감청이 불가능한 광케이블 유선 통신망을 쓰기도 한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감청요원들은 필사적으로 정보수집에 매달린다. 대북 정보요원 침투가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에서 특수정보는 놓칠 수 없는 ‘정보의 보고’다. 하지만 특수정보를 통해 수집된 북한 동향이 외부에 공개되면 북한은 통신망과 암호체계 등을 모두 바꿔 버린다. 이로 인한 정보 공백을 회복하려면 최소 수개월이 걸린다. 군이 정보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이유다.

위성사진 분석을 이용한 대북 정보수집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북한은 미 정찰위성이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 시간을 파악하고 있어 정찰위성의 감시를 회피하는 데 중점을 둔다. 하지만 미국의 ‘플래닛 어스’처럼 위성사진을 제공하는 민간기업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북한 미사일 기지 동향 등 군사비밀이 외부에 노출되고 있다.

미국 국가지구공간정보국(NGA)을 비롯한 정보기관들은 지난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수개월 동안 자체 정찰위성과 민간위성을 동원해 북한 전역을 샅샅이 정찰해 영변 이외 지역 소재 핵시설들을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낙엽이 지는 가을이나 눈이 쌓이는 겨울철에는 북한이 숨겨둔 시설이 위성사진에 더욱 잘 드러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첩보원 활동은 불가능에 가까워

첩보원에 의한 정보수집인 휴민트(HUMINT·인간정보)는 대북 정보분야에서 가장 어렵고 취약한 부분으로 평가받는다. 러시아, 이란 등 반미성향 국가들은 상사 주재원이나 특파원들이 있어 제한된 수준이나마 활동이 가능하다. 반면 북한은 철저한 폐쇄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은 감시의 대상이 된다. 휴대전화, USB, 태블릿PC, 노트북 컴퓨터, 인터넷 검색 기록 등은 언제든 검열될 수 있다. 북한 체제나 지도자를 비판하는 출판물 등을 소유하면 범죄행위로 간주돼 장기간 구금되고 벌금을 물어야 한다. 허가받지 않은 국내 여행이나 현지 주민들과의 접촉, 사진 촬영 등도 범법 행위다. 외국인들을 해로운 바이러스처럼 경계하는 북한에서는 정보수집의 마지막 퍼즐이라 할 수 있는 휴민트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휴민트 문제는 정보 실패 논란을 빚기도 한다.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한·미 정보기관들은 북한 공식 발표 전까지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다. 정보당국은 2016년 2월에는 리영길 당시 북한군 총참모장이 숙청됐다고 했지만 3개월 후 열린 노동당 7차 대회에서 리영길은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됐다. 지난달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설 명절 공연 관람 당시 고모인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가 6년 만에 등장했다. 2013년 12월 남편 장성택이 반혁명분자 혐의로 처형된 이후 숙청설, 건강 악화로 인한 사망설, 독살설이 제기됐지만 모두 사실이 아니었던 셈이다.

정보 소식통은 “우리나라는 북한과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휴민트가 외국 정보기관보다 우위에 있을 잠재력이 충분하다”며 장기적 관점에서의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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