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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X·원숭이’ 中·日에 적개심… 미국인 범죄는 피해자 비난 [한국형 외국인 혐오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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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3-23 06:00:00 수정 : 2020-08-05 16: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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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차별적 제노포비아 / 이방인 향한 이중잣대 당신은 자유로운가요 / 빅데이터 속 부끄러운 자화상 / 5년간 외국인 범죄 댓글 분석 결과 / 亞 국가엔 혐오… 유럽·북미엔 관대 / 국적·인종·피부색 따라 시선 달라 / 한국사회 차별적 혐오 확산 추세 / 같은 아시아국가인데도 노골적 멸시 / 미국인 범죄 기사 부정 댓글은 41% / 조선족·일본인 기사는 47·48% 달해 / 미국인 연관 ‘외국인·영어’ 등 중립적 / 조선족 연관어 ‘추방’… 日은 ‘혐한’ 많아 / 출신국가 사회 발전 수준 따라 시각차 / “일자리 등 경쟁… 위협적 존재로 인식”
혐오는 공포와 무지를 먹고 자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확산한 지난 두 달여 대한민국은 온갖 혐오로 가득했다. 특히 외국인에 대한 혐오, 즉 ‘제노포비아’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외국인 중에서도 특정 국가, 인종이 혐오의 ‘타깃’이 됐다. 이른바 차별적 혐오다. 비단 코로나19 때만이 아니다. 차별과 혐오라는 반인권적 단어의 결합은 최근 몇 년 새 우리 주변에서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혐오는 어떻게 우리의 일상이 됐을까. 세계일보는 네이버·다음에 게재된 기사의 댓글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과 정보공개 청구, 외국인 설문조사 등을 통해 우리 안에 만연한 차별적 혐오의 실체를 들여다봤다. 부끄럽지만 부정할 수 없는 우리의 이중성이다.

 

#1. 지난 2월8일.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한 건의 기사에 네티즌의 관심이 집중됐다. 40대 남성 A씨가 길 가던 여성 B씨를 성추행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A씨는 편의점에서 B씨의 동의 없이 신체의 일부를 만진 혐의로 구속됐다. 언뜻 특별할 것 없는 기사지만, 유독 네티즌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가해자의 국적 때문이었다. ‘중국인 남성’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기사에는 수많은 댓글이 이어졌다. 단순히 A씨의 행동을 비난하는 수준을 넘어 “죽어라”, “미개한”, “짱XXX” 등 혐오 표현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2. 한 달가량 앞선 1월17일. 유사한 성추행 기사에 대한 네티즌 반응은 사뭇 달랐다. 술에 취한 20대 남성 C씨가 여성을 성추행하고 달아났다가 뒤늦게 경찰에 붙잡혔다는 기사였다. 기사 댓글에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 여성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뤘다. “김치녀”, “여자가 꽃뱀이네” 등 여성 혐오 표현도 쏟아졌다. “미국인이라니까 여자가 먼저 꼬리 친 것 아니냐”는 댓글에 ‘좋아요’가 이어졌다.

 

대한민국에서 제노포비아는 국적과 인종, 피부색에 따라 ‘질’을 달리했다. 특히 아시아 국가이면서 같은 아시아 국가를 유독 혐오했다. 역사적 관계가 얽혀 있는 중국과 일본에 대한 혐오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였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북미, 유럽 국가 등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 전 세계에 걸쳐 확산하고 있는 제노포비아가 우리나라에서 독특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코리안 레이시즘(한국형 인종차별)’이라 불릴 만한 상황이다.

 

22일 세계일보가 빅데이터 분석업체 ‘올빅뎃’에 의뢰해 최근 5년간 외국인의 주요 범죄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2만6980건을 분석한 결과 외국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이중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동포(조선족)에 대한 혐오가 두드러졌다.

 

2016년 1월1일부터 2020년 2월20일까지 게재된 조선족 관련 범죄 기사의 평균 ‘부정어’ 건수는 167.4건에 달했다. 조선족 범죄 기사 한 건에 달린 댓글에 167개 이상의 부정적인 단어가 포함됐다는 뜻이다.

 

◆중국인·일본에 집중된 혐오

 

조선족에 이어 일본인 85.3건, 중국인 49.4건, 베트남·태국·우즈베키스탄인 51.4건, 주한미군 40.3건, 미국인 16.2건 순이었다. 조선족과 중국인을 합친 경우에도 평균 76.8건의 부정어가 달렸다. 비슷한 유형의 범죄 기사라 하더라도 가해자가 조선족인 경우 미국인일 때보다 10배가 넘는 부정어 댓글이 달린 셈이다.

댓글의 혐오 수준도 달랐다. 조선족 관련 기사 댓글에는 “짱XXX, 모두 추방해라”, “쓰레기 같은 중국X이 한국에서 활개를 친다. 사형시켜라”, “짱X들 다 내쫓아야 한다. 교화도 안 되는 쓰레기들이다. 짱XX들 그만 좀 받아라” 등 원색적인 혐오가 넘쳐났다.

 

일본인 관련 기사에 대한 댓글도 혐오 일색이었다. 일본인 범죄 기사에는 ‘원숭이’, ‘쪽XX’, ‘왜놈’ 등 특정 단어가 높은 빈도로 사용됐다. “쪽XX XX가 미쳤네”, “역시 원숭이들이 사는 나라답다”, “야동 선진국, 몰카 천국답다. 다 사형시켜라” 등의 댓글이 주를 이뤘다.

 

반면, 미국인 관련 기사에는 댓글의 성향이 다르게 나타났다. 국가, 인종에 대한 전체적인 혐오보다 개인행동에 대한 비난이 많았다. 특히 성폭행이나 성추행 등의 기사에는 “갓양남이 그럴 리가 있나? 92년생 돼지영의 망상이겠지”처럼 오히려 피해자인 여성을 혐오하는 경우도 많았다.

 

우리나라 거주 비율이 높은 베트남·태국·우즈베키스탄인 관련 댓글에서는 혐오와 비하가 뒤섞여 나타났다. “나라 수준이 그 모양이니 뻔하다”, “우리나라에서 저런 벌레들 좀 치워라” 등의 글이 이어졌다.

 

댓글에 담긴 감정을 계량화하기 위해 2만6980건 전체를 ‘KOSAC’ 감성어 사전을 통해 분석한 결과도 차이를 보였다. KOSAC은 서울대학교에서 만든 한국어 감성 분석 체계다. 분석에 따르면 미국인 범죄 기사에 달린 댓글은 전체 어휘의 41%가 부정어인 반면, 조선족과 일본인 관련 기사는 부정어 비율이 각각 47, 48%에 달했다. ‘나라’, ‘국가’, ‘사람’ 등과 같은 가치 중립적 단어를 배제할 경우 이 같은 차이는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동재 올빅뎃 대표는 “댓글은 완전한 형태의 단어, 문장으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혐오 표현을 전부 반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특히 조선족이나 일본인을 대상으로 하는 혐오 단어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조선족은 ‘추방’… 미국인은 ‘외국인’

 

댓글 속 연관어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연관어란 한 문장에서 특정 단어와 함께 자주 쓰인 단어를 말한다. 예를 들어 댓글에 ‘조선족’이라는 단어와 함께 가장 자주 쓰인 단어를 연결하는 형태다.

 

댓글 속에서 ‘미국인’이라는 단어와 가장 많이 쓰인 어휘는 ‘외국인’이다. 이어 사람, 나라, 경우, 한국인, 유리, 처벌, 운전, 영어, 경찰 순으로 나타났다. 처벌 등 일부를 제외하면 비교적 중립적인 성향을 지닌 어휘와 함께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주한미군’의 최다 연관어는 ‘철수’였다. 다음으로 나라, 범죄, 처벌, 사건, 여자, 사과, 성추행, 문제 등이었다. 특히 주한미군이라는 키워드의 특성상 정부나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개정, 철폐 등과 같은 정치적 단어도 연관어에 올랐다.

 

조선족과 중국인, 일본인의 연관어는 부정의 강도가 강하게 나타났다. 조선족의 경우 가장 높은 빈도로 나타난 연관어는 ‘추방’이었다. “조선족은 모두 추방해야 한다” 식의 댓글이 가장 많았다는 의미다. 이어 중국인, 한국인, 한족, 짱X, 판사, 집행유예, 쓰레기, 문제, 인간, 새X 등이 짝을 이뤘다. 판사의 경우 조선족에 대한 법원 판결에 불만을 토로하며, 조선족과 판사를 모두 혐오하는 내용의 댓글이 주를 이뤘다.

 

중국인의 연관어도 조선족과 유사한 형태를 보였다. 최다 빈출 연관어는 한국인이었으며 이어 추방, 조선족, 제주도, 폭행, 범죄, 외국인, 금지, 국민, 비자 등으로 높았다. 일본인과 관련된 단어로는 혐한, 처벌, 조심, 협박, 쓰레기, 개돼지, 죽창, 잘못, 주변 등이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댓글에서 나타난 이중적 형태는 국가, 인종, 피부색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출신 국가의 경제, 문화, 정치적 발전 수준 등에 따라 사람들이 느끼는 ‘거리감’이 달라진다고 본다. 김은미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논문 ‘다문화 범죄 보도에서 기사 구성 방식과 출신국에 대한 태도가 댓글이 미치는 영향’에서 이 같은 거리감이 혐오의 강도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외국인에 대한 사회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외국인 개개인을 지칭하지 않고 그들의 출신국과 종교에 대한 비난성 댓글이 늘었다”며 “특히 복지, 직업 등 희소한 자원을 놓고 경쟁이 벌어진다는 박탈감을 갖게 될 경우, 소수 집단의 존재를 위협으로 인식해 이들에 대한 배타적 태도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어떻게 분석했나... 최근 5년 포털 범죄기사 분석 댓글 약 2만7000건 전수조사  

 

최근 5년간(2016년 1월1일~ 2020년 2월10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에 게재된 외국인 관련 뉴스 가운데 국내 거주 외국인 비율을 고려해 분석 대상을 설정했다.

 

거주 비율이 높은 △중국인 △일본인 △태국·베트남·우즈베키스탄인과 함께,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해 △조선족 △미국인 △주한미군 등 총 6개 집단을 검색 키워드로 선정했다. 기사 유형은 분석의 객관성을 고려해 범죄 기사로 한정했다. 지난해 기준 외국인 범죄 가운데 가장 많은 유형인 △폭력·폭행 △절도 △성폭행 사건을 국적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총 기사 532건(댓글이 없는 기사 제외)에 달린 댓글 2만6980건을 전수조사해 워드 클라우드·감성어·연관어 분석 등을 실시했다.

 

특별기획취재팀=안용성·윤지로·배민영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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