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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에게 인권은 사치… 신상 공개를” 靑청원 40만 돌파

입력 : 2020-03-20 17:38:00 수정 : 2020-03-21 20: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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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성착취 ‘n번방’의 충격적 실체 드러나
텔레그램 ‘박사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유포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20대 조모씨가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와 경찰 호송차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텔레그램에서 비밀리에 운영돼온 여성 성 착취물 제작·유통 단체대화방인 일명 ‘n번방’과 유사한 ‘박사방’을 운영해온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의 신상 공개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인원이 40만명을 넘어섰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지 사흘 만에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명의 두 배를 넘어선 것이다. 미성년자까지 포함된 피해자가 수십 명에 달하는 조직적 성 착취 범죄의 실체가 드러나자 공분이 일고 있다.

 

20일 오후 4시32분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 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40만655명이 동의한 상태다. 지난 18일 올라온 이 청원글 작성자는 “오늘 (n번방 피의자가) 검거됐다고 한다”며 “타인의 수치심과 어린 학생들을 지옥으로 몰아넣은 가해자를 포토라인에 세워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절대 모자나 마스크로 (피의자의) 얼굴을 가리지 말아달라”며 “동시접속 25만명에 어린 학생의 성기에 애벌레를 집어넣는걸 150만원이나 주고 관전하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비뚤어진 성 관념에 경종을 울려달라”고도 덧붙였다.

 

청원인은 또 “피해자를 겁박해 가족 앞에서 유사 성행위를 하고…”라고 말을 흐리며 “이게 악마가 아니면 뭐가 악마냐”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반드시 (피의자를) 맨 얼굴 그대로 포토라인에 세워야 한다”며 “타인의 수치심을 가벼이 여기는 자에게 인권이란 단어는 사치”라고도 강조했다. 청원인은 “이런 나라에서 딸 자식을 키우라는 건 말이 안된다”고도 했다. 해당 청원 참여인원은 지금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18일 올라온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 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란 제목의 청원. 게시 사흘 만에 청와대 답변기준인 20만명의 두 배를 넘어섰다.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앞서 경찰은 지난 16일 텔레그램 단체대화방 박사방의 운영자로 유력하게 추정되는 20대 남성 조모씨를 체포했다. 조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 위반 혐의로 전날 구속됐다.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을 발부하며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강요해 음란물을 제작하고 이를 유포해 막대한 이득을 취했으며 피해자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가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왜곡된 성문화를 조장했다는 점에서 사안이 엄중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의 신상 공개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가 운영한 박사방에서만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가 미성년자 16명을 포함해 74명에 달한다. 이들은 ‘노예’로 불렸다. 조씨는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유인해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낸 뒤, 이를 빌미로 성 착취물을 찍도록 협박하고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구청·동사무소 등에서 일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을 포섭해 피해 여성과 박사방 유료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빼돌려 협박과 강요의 수단으로 삼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또 피해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물 유포 등 자신의 범죄에 가담하게 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 조모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나오고 있는 모습. 그는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 수십 명의 성 착취물 등을 유포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연합뉴스

박사방은 3단계의 유료 대화방으로 운영됐다고 한다. 1단계는 20만∼25만원, 2단계는 70만원, 3단계는 150만원 안팎의 가상화폐를 ‘후원금’ 명목으로 내야 했으며 누구나 영상을 볼 수 있는 ‘맛보기’ 대화방도 운영됐다. 조씨가 박사방을 운영하며 챙긴 범죄 수익은 수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조씨의 주거지에서만 현금 약 1억3000만원을 압수하고 나머지 범죄수익을 추적 중이다. 박사방은 운영자 조씨 외에도 여러 명의 ‘직원’이 조직적으로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조씨의 공범 13명을 검거해 그 중 4명을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으며, 나머지 9명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다. 이들 중엔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성 착취물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은 n번방을 시작으로 우후죽순 생겨났다. 조씨가 운영한 박사방은 지난해 9월 등장했다. 지난해 9월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수십 차례의 압수수색과 폐쇄회로(CC)TV 분석, 국제공조 수사, 가상화폐 추적 등을 통해 조씨의 신원을 특정하고 이달 16일 체포했다. 조씨는 체포 직후 자신은 박사가 아니라며 유치장에서 자해 소동을 벌이기도 했지만, 현재는 범행을 시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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