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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한국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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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양당 의석만 겨냥한 ‘꼼수’ / 승자독식 정치문화 종식되어야

대한민국의 선거제도는 해방 이후 많은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아직도 민의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비판에 따라 선거제도 개혁이 계속 요구되었으며, 최근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도입된 이른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그 결과물이다.

본래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비례대표를 기본으로 하되, 지역구 선거를 가미한 것이다. 즉, 스웨덴 등의 순수비례대표제와 유사하게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그 정당에 배분되는 의석수를 결정하되, 지역구 선거를 통해 당선된 후보자에게 먼저 의석을 주고, 남은 의석을 비례대표 후보자 명부의 순위에 따라 배분하는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

예컨대 의원정수가 300명인 경우, A 정당이 30% 득표를 하면 그 정당의 의석수는 90석이다. 그런데 지역구 선거에서 A 정당 후보자가 40명 당선되었다면, 남은 50석을 비례대표 순번에 따라 배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의 정당지지율에 상응하는 의석수 배분이 가능함과 동시에 지역 대표성을 적절하게 가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를 도입한 나라는 적고, 성공한 국가는 더욱 적다. 그 이유는 제도의 성공조건 때문이다. 비례대표 중심의 선거여야 하며,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 의석수가 1:1에 근접해야 한다는 기본적 요청을 지키지 못하면 연동형 비례대표는 실패할 위험이 크다. 그 결과 독일과 뉴질랜드에서 성공한 제도가 헝가리와 루마니아에서 실패한 것이다.

필자가 참여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에서 의원정수를 360명으로 늘리고,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을 240:120으로 하자고 제안했던 것은 지역구 의석을 대폭 줄이기 어렵다면, 의석수 비율이 최소한 이 정도 되어야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애초의 정개특위 안에서 의석수 비율을 225:75로 정했던 것도 이 문제를 의식했던 것이다.

그런데 새로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왜곡이 너무 심하다. 비례대표 중심도 아니고, 비례대표 의석수도 적다. 그나마 47석의 비례대표의석 중에서도 30석에 대해서만 연동형을 적용한다. 그러니 양대 정당들은 지역구 의석을 빼고 연동형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는 숫자가 매우 적을 수밖에 없다. 그 결과가 오로지 비례대표 의석만을 겨냥한 꼼수 비례 정당(위성정당)의 창당이다.

현행법상 이런 꼼수 정당들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법을 개정해서 규제하기도 어렵지만, 양대 정당이 꼼수 비례 정당을 만든 상황에서 선거 후에는 또 어떤 방법으로 이를 규제할 것인가? 독립된 정당 간의 선거연대라고 주장할 경우에 위성정당임을 확인하기도 어렵고, 결국 한국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완전한 왜곡과 실패가 될 수밖에 없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모국인 독일에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비례대표 선거가 중심이고, 지역구 선거는 이를 보완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성정당을 둘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역구 선거만을 위한 위성정당을 둔다면, 그 후보자들이 국민의 선택을 받아 당선될 수 있을까?

한국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출발부터 잘못되었다. 비례대표 중심이라는 본질을 외면하고 지역구 선거 중심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선거는 여전히 승자독식이다. 한 표라도 더 많이 얻은 후보자는 당선되고, 그 밖의 후보자들에게 투표한 것은 모두 사표(死票)가 된다. 설령 30%의 득표로 당선되고, 그 후보자를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이 70%에 달하는 경우(사표)에도 말이다.

이제는 승자독식의 정치문화가 종식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서는 안 된다. 유신 시절처럼 중선거구제로 양대 정당이 나눠 먹기 하는 것도 문제고, 대선거구제를 채택할 경우는 당선자들 사이의 득표율 차이가 민주적 정당성과 관련하여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그러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는 시도 자체는 환영할 만하다. 다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려면 왜곡 없이, 원형에 가깝게 해야 한다. 현행처럼 할 바에는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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