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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국회, ‘타다금지법’ 통과시켜 / 표에 눈멀어 소비자선택권 무시 / 4차 산업혁명 낙오 자초한 꼴 / 국토부, 타다 해결책 제시해야

2018년 10월 출시된 ‘타다 서비스’는 기존 택시산업에 큰 충격을 줬다. ‘타다’ 기사는 친절하고 과속·난폭 운전을 하지 않는다. 사전에 목적지도 묻지 않고, 호출하면 반드시 온다는 믿음을 준다. 특히 여성들의 호응이 컸다. “택시서비스는 타다 출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우리 가족들도 몇 차례 이용했는데 만족스러웠다.

 

서비스가 쾌적하니 요금이 비싸도 승객들은 주저 없이 지갑을 열었다. 타다는 1년 반 동안 170만명이 넘는 이용자와 1만2000명의 기사를 보유한 서비스로 성장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77%가 타다 활성화를 찬성하는 걸 봐도 그렇다. 기존 택시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지난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타다금지법’의 후폭풍이 거세다. 법원이 “타다는 적법한 사업 모델”이라고 무죄 판결한 지 일주일 만에 국회가 타다에 ‘사형선고’를 내렸다. 타다의 베이직 서비스가 다음달 10일 중단된다. 1년 반 이내에 대부분의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보류해야 한다. 타다의 모 회사인 쏘카 이재웅 대표는 “혁신을 금지하는 정부와 국회는 죽었다”고 항의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도 “타다가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국회는 택시운송업자의 승차 거부 등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은 외면하고 있다”는 성명을 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개정안이 타다금지법이 아니라 ‘모빌리티(운송) 혁신법’이라고 주장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타다를 제도권 내로 편입하기 위한 상생법안이라고 했다. 하지만 조금만 살펴봐도 이 법안이 결국 규제라는 걸 알 수 있다. 개정안은 타다 서비스의 허용 범위를 대폭 축소했다. 관광 목적으로 11∼15인승 차량을 빌리는 승객에게 사업자가 운전자를 알선할 수는 있지만, 6시간 이상 사용하거나 대여·반납 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일 때에만 가능하다. 택시처럼 승객이 원하는 짧은 거리를 갈 때는 이용할 수 없다. 영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만약 타다가 정부에 기여금을 내고 운행 차량 수를 택시총량 범위 안에서 규제받는 ‘플랫폼운송사업자’로 등록하면 예외적으로 영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수익성이 낮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게 타다 측의 항변이다. 게다가 시행령에 명시할 플랫폼 사업자의 기여금(면허구입비)이 높게 매겨지면 신규 진입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국회의 결정은 4월 총선을 앞두고 타다에 반대하는 25만여 택시업계 종사자들의 표를 의식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당은 “택시업계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미래통합당은 유보적 입장이었으나 표를 의식해 막판에 찬성으로 당론을 정했다. 스타트업계에선 “여야가 택시업계와 노조 압력에 굴복해 혁신사업을 좌초시켰다”고 비판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타다금지법으로 국내에선 모빌리티 혁신을 이루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2015년엔 일반 차량을 택시처럼 이용하던 ‘우버X’ 서비스가, 2018년엔 심야 전세버스 공유서비스 ‘콜버스’가 택시업계 반발과 정부의 위법 판단 등으로 각각 사업을 접었다. 지난해엔 출퇴근 시간 차량공유 서비스인 ‘카카오카풀’도 택시업계 반발로 중단됐다. 이러니 정부 여당이 말로만 혁신을 외친다는 비난이 나온다. 오죽하면 타다 박재욱 대표가 “이젠 창업을 권하지 않겠다”고 하겠나.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타다 같은 혁신적 영업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타다금지법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한다. 대통령의 혁신성장에 대한 진정성까지 의심받을 것이다. “더 이상 희망고문 하지 말라”는 이재웅 대표의 말이 공감을 사고 있다. 이제는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기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모빌리티 산업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 중 하나다. 미국 등 선진국뿐 아니라 동남아 국가들은 이미 승차공유 서비스까지 도입했다. 이런 변화를 거스르면 4차 산업혁명 낙오자가 될 뿐이다. 혁신성장이 아직 유효한지 묻고 싶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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