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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마스크가 기가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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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3-10 22:48:58 수정 : 2020-03-10 22: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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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상상력은 참 엉뚱하다. 마스크 혼란을 부추기는 위정자들의 태도에서 그들이 싫어하는 사이비 광신도의 모습이 떠올랐으니 말이다. 광신도의 특징을 가장 설명하는 심리학 용어가 인지부조화 이론이다. 자신의 태도와 현실이 어긋나면 양자가 일치하도록 태도를 바꾼다는 것이다. 1954년 미국의 한 종교단체 사례가 대표적이다. 교주가 “말세의 심판에서 나를 따르는 사람들은 비행접시로 구출된다”고 외쳤지만 지구 멸망의 심판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신도들은 교주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우리의 믿음 덕분에 세상이 구원받았다”면서 되레 믿음이 강해졌다고 한다.

요즘 마스크 대란 와중에 말 바꾸기를 일삼는 위정자들의 태도가 딱 그 짝이다. 보건당국은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뒤 국민에게 최고 등급 보건용 마스크를 쓰라고 권했다. 그러다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면 마스크를 써도 된다”고 말을 뒤집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깨끗한 환경에서 일하거나 건강한 분들은 마스크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처음엔 마스크를 쓰는 것이 타인의 건강을 위한 배려라더니 이제는 안 쓰는 것이 배려라고 우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요리조리 말을 바꾸는 행태에 마스크가 기가 막힐 지경이다.

정부의 신뢰는 말에서 나온다. 신뢰의 ‘신(信)’은 ‘인(人)’과 ‘언(言)’이 합쳐진 말이다. 말이 정직해야 신뢰가 생긴다는 뜻이다. 자기 말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당국자에게서 신뢰가 형성될 리 없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콩 한쪽도 나눈다는 심정으로 위기를 극복하자”고 국민에게 호소하지만 위기 극복을 위해 절실한 덕목이 바로 신뢰다. 신뢰는 사람들을 한 덩어리로 묶는 접착제와 같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풍토라면 누가 콩 한쪽을 나눠 먹으려고 하겠는가.

정부의 말대로 건강한 사람들이 마스크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배려일지 모른다. 하지만 마스크를 꼭 써야 하는 부류가 있다. 정신건강이 의심스러운 거짓말쟁이와 코로나 상처를 헤집는 협잡꾼들이다. 그들에게 최고 등급의 ‘방음용’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자. 더 이상 소음이 세상에 새어 나오지 않도록.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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