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사진) 노동당 제1부부장이 청와대를 맹비난하는 심야 대남 담화를 발표한 것을 두고 남북관계의 적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4일 남북 간 상호존중이 필요하다고만 말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 부부장 담화와 관련해 따로 언급할 사항은 없다”며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남북이 상호 존중하며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만 말했다. 청와대도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관련 질문에 “드릴 말씀이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담화의 배경, 의도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김 부부장의 태도에 대해 우리 측 관계자들의 평가가 나쁘지 않았던 만큼 충격이 작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담화는 이날 발행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으며, 대내용 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이나 조선중앙TV에도 보도되지 않았다.
김 부부장은 전날 밤 담화에서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발사에 유감을 표명한 청와대를 두고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고 비난했다. 김 부부장이 대남 담화를 낸 것은 처음이다. 수위도 높았다. ‘주제 넘은 실없는 처사’ ‘바보스럽다’ ‘세 살 아이와 다르지 않다’ 등의 비아냥이 시종 등장했다. 그는 2018년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도 여러 차례 만나 ‘메신저’ 역할을 한 바 있다.
이번 담화는 북한 내부에서 김 부부장의 위상 강화도 의미하지만, 무엇보다 김 부부장이 남측을 두 번이나 다녀온 점을 이용해 당분간 남북관계에 미련이 없다는 대남 메시지를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김 부부장은 한·미 연합훈련 연기에 대해 “남조선에 창궐하는 신형코로나비루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연기시킨 것이지 평화나 화해와 협력에 관심도 없는 청와대 주인들의 결심에 의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부부장의 담화는) 사실상 김 위원장의 우리 정부에 대한 최고 수준의 불만과 유감을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며 “3월 한·미 연합훈련 중단 이후에도 상당 기간 남측과 대화 재개나 관계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시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담화를 통해 김 부부장의 대남 전선에서의 위상 강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과 함께 향후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추가 시험발사 가능성을 짚었다.
홍주형·김달중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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