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한국인 차별·격리 노골화… 감염 진원지 中의 ‘적반하장’ [코로나19 비상]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2-27 18:49:10 수정 : 2020-02-27 20:34:2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중앙정부 묵인 속 ‘기피’ 심각 / 中 9곳서 한국인 226명 격리 / 관영매체 “외교보다 방역 중요” / ‘한국인 바이러스 감염원’ 시선 / 일부 아파트 주민들 자체 조치 / 한국인 집 비운사이 대문 봉인 / 中 정부, 초법적 행위 ‘모르쇠’
베이징 한인 밀집지역에 ‘마스크 착용’ 현수막 중국 내 한국인 최대 밀집 지역인 베이징 왕징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 한국어로 “마스크를 착용하십시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교민 제공

한국인에 대한 중국 내 차별과 격리가 점점 노골화하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 묵인하에 지방 성과 시 정부별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강제격리, 집중 관찰, 출입금지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한국인이 사는 집 문 앞에 ‘봉인딱지’를 붙여 출입을 아예 막거나, 아파트 단지 앞에 ‘한국인 출입금지’ 경고문이 등장하기도 했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마치 ‘한국인이 코로나19를 퍼트리는 감염원’인 것처럼 보는 시선이 중국 내에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동대응 실패로 전 세계를 코로나19 감염 공포로 몰아넣은 것에 대해 한 마디 사과나 유감 표명 없이 일시 처지가 바뀐 한국인을 대상으로 차별을 노골화하는 중국의 행태에 한국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베이징 한인 밀집지역에 ‘마스크 착용’ 현수막 중국 산둥성의 한 아파트 관리직원이 지난 26일 단지 입구에 ‘한국·일본에서 온 사람의 출입을 금한다’는 내용이 적힌 안내판을 세우고 있다.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27일 주중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중국에서 강제격리가 시작된 지난 25일부터 이날 현재까지 격리조치 중이거나 격리를 경험했던 한국인은 중국 전역 9곳에서 모두 226명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25일(19명)과 26일(30명) 웨이하이 공항에서 인근 호텔로 한국인 45명이 격리됐다. 지난 25일 난징에서도 한국인 65명이 격리된 바 있다. 같은 날 산둥성 옌타이에서 한국인 탑승객 13명이 격리돼 현재 집중관찰을 받고 있다. 앞서 광둥성 선전에서도 한국인 탑승객과 승무원 37명이 지정 호텔에 격리됐다가 모두 귀가 조처했다.

랴오닝성 선양과 지린성 옌지에서도 한국인 탑승객들이 검역 조사를 받은 후 격리조치됐다. 상하이시는 최근 2주 동안 대구·경북지역을 다녀온 사람들에 한해서 2주간 자가격리 요구했고, 광저우 공항도 한국발 승객에 대해 DNA 검사를 하기로 했다. 이 같은 성, 시 정부 차원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강제격리 조치와 입국통제는 한국 상황 악화에 따라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난징공항 입국장에서 한국 승객들이 줄을 서 방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입국장 외국인 안내판에 '한국인'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중국 중앙정부의 애매한 태도가 중국 내 한국인 기피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공식적으로는 “한국인의 도움에 감사한다”, “어려운 한국을 돕겠다”고 하면서도, 한국인 격리와 차별현상을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 또 관영 매체를 통해 입국통제와 격리가 당연한 조치라는 것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한국인과 일본인 입국통제는 결코 차별이 아니고, 외교 문제도 아니며, 인민 안전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이나 일본처럼 창궐이 심각한 지역에서 오는 입국자에 대한 격리는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일부 국가가 방역 강화를 위해 출입국 관련 필요 조치를 했고, 이는 자국민, 외국인의 건강과 생명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며 “과학적이고 적절하면 모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국통제를 명시한 것은 아니지만, 우회적으로 입국통제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이해된다.

중앙정부의 묵인하에 지방 성과 시 정부와는 또 별도로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한국인을 격리하고, 출입금지하는 등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법률이나 규정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아파트 주민이 자체적으로 논의해서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상하이에 있는 한 교민은 “상하이시 정책과는 별도로 아파트 주민이 투표해서, 한국인이 추가 복귀할 때는 기존 가족과 함께 격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또 허베이성 창저우의 한 교민도 위챗 교민 방에 “일부 아파트 단지들이 최근에 이미 한국에서 귀국한 사람에 대해서도 추가 격리를 논의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교민은 “집에 돌아와 보니 봉인이 붙어 있는데 문을 열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중국 공안이 25일 웨이하이공항에서 인천발 제주항공 7C8501편 도착 전 격리 조치를 준비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인 최대 밀집지역인 베이징 왕징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엔 한국어로 된 “마스크를 착용하십시오”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한국 교민 사회에선 “2, 3일 만에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는데, 적반하장”이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한편, 중국 당국이 중국 내 신천지예수교 신도들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이날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1월에 열린 (신천지 이만희 교주 친형의) 장례식과 관련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을 때 한국을 방문한 신도들이 조사 대상이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조성민 기자 ws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브 장원영 '빛나는 미모'
  • 아이브 장원영 '빛나는 미모'
  •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여자)이이들 미연 '순백의 여신'
  • 전소니 '따뜻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