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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폐쇄로 진료공백 현실화…불안 가중 [코로나19 비상]

입력 : 2020-02-21 06:00:00 수정 : 2020-02-21 07: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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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대구·경북 일부 병원 응급실 문 닫아 / 지역 감염 위험에 선별진료소 크게 붐벼 / 일부 대기시간 길어지자 발길 돌리기도 / 중수본 선별진료소 대폭 확대 불구 역부족 / 1차 기관, 중소·대학병원 역할분담 필요 / 전문가 “새 방역전략으로 확산 속도 늦춰야”
의심환자들 검사 대기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20일 서구 중리동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에 코로나19 의심환자들이 검사를 받으려고 줄지어 서 있다. 대구=뉴시스

20일 대구 영남대병원 응급실은 ‘출입 금지’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은 채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이 병원을 다녀간 환자가 전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폐쇄 조치가 취해진 것. 응급실 내부에선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 병원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31번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이날 병원 내 선별진료소를 찾은 김모(40)씨는 “코로나19 진료를 받으려고 2시간째 기다리는 중”이라며 “선별진료소로 지정된 보건소를 먼저 갔다가 대상자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 해서 여기로 왔는데, 사람이 많아 마냥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은 진료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한참을 기다리다 발길을 돌렸다.

대구 지역의 코로나19 대규모 감염 사태로 확진자가 다녀간 주요 병원이 줄줄이 폐쇄되면서 의료공백이 현실화하고 있다. 지역사회 감염 우려로 선별진료소 등 병원을 찾는 시민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작 병원이 제기능을 못하는 실정이다. 잇따른 병원 폐쇄로 코로나19 대응은 물론 중증 환자의 의료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응급실 폐쇄는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경기 수원 아주대병원과 일산 동국대병원은 코로나19 의심환자 내원으로 응급실을 한때 폐쇄했다. 전날에는 확진자 동선에 포함된 대구 영남대병원과 경북대병원 등 대구·경북 병원들이 응급실 문을 닫았다.

환자 중 확진자 2명이 나오면서 31번 확진자와의 관련성이 제기된 경북 청도 대남병원은 환자와 직원 전체에 대한 진단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나 격리 해제됐어” 20일 오전 광주 광산구 공무원교육원 내 소방학교 생활관에서 임시격리가 해제된 한 의료진이 두 팔을 번쩍 들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그나마 대구 영남대병원은 21일, 경북대병원은 22일부터 진료를 재개하기로 했다. 계산대동산병원과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의심환자가 음성 판정을 받음에 따라 폐쇄했던 응급실 운영을 이날 재개했다.

중수본은 대구 지역의 선별진료소를 14곳에서 22곳으로 확대하는 등 의료공백 보완에 나섰지만, 대규모 집단 감염에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진 상태다. 선별진료소를 찾은 이모(50)씨는 “늑막염을 앓고 있는데, 얼마 전 태국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못했다”며 “우선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데, 전날 파티마병원에서는 하루 검사량이 끝났다고 받지 못해 오늘 영남대로 다시 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의심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빨리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전염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코로나19의 추가 확진을 막기 위해 확진자의 동선에 포함된 병원도 폐쇄 조치하고 있다. 이날부터는 확진자와 접촉한 의료진, 간병인 등에 대한 관리기준도 강화했다. 이는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한 선제적 방역 조치이지만, 대구에서처럼 대형병원이 줄줄이 폐쇄되는 상황이 발생하자 기존의 방역체계에 따른 의료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료진 안전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응급의료기관에 코로나19 운용사항을 전달하고 ‘의료진이 환자를 진료할 때 얼굴을 가리는 고글이나 라텍스 장갑, 일회용 비닐 앞치마 등 레벨D 수준에 준하는 보호장구를 착용할 것’을 권고했다. 시민들에게도 대형병원 응급실에 환자가 몰리지 않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김강립 중수본 부본부장은 “1차 의료기관과 중소병원은 선별진료 역할을 확대하고, 대학병원은 중증 환자에 대한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역할 분담이 어느 때보다 긴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시 서구 중리동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환자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계에서는 기존보다 선별진료소를 확대해 의료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대형병원이 응급실을 폐쇄할 경우 코로나19 대응은 물론 중증 환자의 의료대란까지 우려되는 만큼 그 역할을 분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환자를 대형병원에서 주로 받다 보니 과부하가 생긴다”며 “중소병원들은 확진자 발생 시 폐쇄 등에 대한 부담으로 환자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정부에서 이런 부분을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중소 지역병원도 환자 대응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정부에서도 이런 부분이 가능하도록 지원방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한 시점에서 새로운 방역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의 오명돈 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이날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사회 전파가 유력한 현재 상황에서는 행정·방역체계 및 의료체계를 정비하고 범부처 공중보건기관의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껏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격리하는 고전적인 방식의 방역전략을 취했다면 이제는 집회 자제, 학교 휴교, 재택근무 등으로 사람 간 거리를 넓혀 코로나19의 확산 속도를 늦춰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환자 수 증가를 늦춰야 의료기관도 병실과 시약 등을 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구성 기자, 대구=이강진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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