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폐렴 확진 환자가 태국과 일본, 한국에 이어 대만, 마카오 등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감염자가 나왔다. 우한 폐렴 확진자가 아시아 밖에서 나온 것은 처음이다. 발원지인 중국에서는 확진 환자가 이미 400명을 넘어섰고 의심환자도 속출해 ‘제2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대한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22일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확진자 수를 공개했다. 이날 오후 4시30분(한국시간) 기준 중국 확진자는 443명, 사망자는 9명으로 확인됐다. 감염자 수가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 앞서 대만과 마카오에서 각각 1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태국은 확진자가 4명으로 늘었다. 홍콩에선 의심 환자 100여명이 발생하는 등 중화권 전체로 우한 폐렴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 리빈 부주임은 이날 회견에서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 때문에 확산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전력을 다해 방제 작업을 실시하고 반드시 바이러스 확산 추세를 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한 폐렴 관련 중국 정부의 기자회견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정부는 회견을 계기로 총력전에 나서는 분위기다. 중국 정부는 전날 우한 폐렴을 사스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해당하는 차상급 전염병인 ‘을류’ 전염병으로 지정했다. 대응책은 흑사병, 콜레라와 같은 ‘갑류’ 전염병 수준으로 높이기로 했다. 2002년 사스 대유행 때와 같은 최상급 조치다.
‘갑류’ 전염병 수준에선 정부가 모든 단계에서 격리 치료와 보고를 요구할 수 있다.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면 공안이 강제할 수 있고, 공공장소 검문도 가능하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정부가 ‘우한 폐렴’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도 첫 확진자가 나왔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1일(현지시간)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에 사는 30대 남성이 우한 여행을 다녀온 뒤 첫 우한 폐렴 환자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CDC는 우한 여행경보를 2단계로 상향 조정하고 공항 검색을 확대하는 등 적극 대처에 나섰다.
CDC는 지난 17일부터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샌프란시스코 3개 공항에서 중국을 거친 여행객에 대한 검역 활동을 벌여왔고,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과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 등 2곳에 대해서도 검역 활동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우리 정부도 중국 춘제(24∼30일)와 설 연휴(24∼27일)를 앞두고 전국 공항과 항만에 가용 장비와 인력을 최대한 투입해 국내 확산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관련 상황을 보고받고 검역과 예방조치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베이징·워싱턴=이우승·정재영 특파원wslee@segye.com, 김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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