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올해 일몰되는 주택용 절전 할인제도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같이 일몰할 예정이던 ‘전통시장 전기요금 할인’은 내년 6월까지 연기한 뒤 종료하고 ‘전기차 충전 전력요금 할인’은 내년 6월부터 2년간 할인 폭을 점차 축소한다. 유예 기간을 두는 방식으로 올해 끝나는 전기요금 할인 제도를 모두 연장하지 않았다.
한전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제도 개편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한전은 올 상반기에만 1조원가량 적자가 쌓이며 재정부담에 시달렸다. 지구온난화 방지와 미세먼지 감축 기조 속에서 발전 원료가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대체되고 신재생 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서 발전 단가는 해마다 비싸지자 초래된 결과다.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탈원전’ 정책으로 한전 적자는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그동안 한전 김종갑 사장은 “두부(전기요금)가 콩(원료)보다 싼 현실은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특례 할인 일부 중단은 이런 기조 속에서 이뤄진 것이다. 한전이 내년 상반기 정부와의 전기요금 협의에서 요금 인상을 관철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전 이사회는 30일 이사회를 열고 31일로 기한이 끝나는 3가지 특례 전기요금할인 제도에 대한 도입취지와 할인 효과 분석,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등을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 3가지 제도 중 가장 할인규모가 컸던 주택용 절전할인제도는 연장하지 않고 일몰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2017년 2월에 도입한 주택용 절전할인제도는 직전 2년 동안 같은 달 평균 사용전력량보다 일정하게 전력을 절감한 주택용 고객에게 전기요금을 할인해 주는 제도다. 한전은 “도입 효과 분석 결과 전후 전력소비량에 큰 폭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고, 제도에 대한 인식수준도 낮은 등 절전 유도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제도가 시행된 3년 동안 평균 177만여가구(2019년은 예상치)가 가구당 한 해 평균 2만161원의 요금을 할인받았다. 전체 주택의 7% 정도다. 한전은 제도 특성상 매년 할인받는 가구가 변동하기 때문에 정확한 할인 폭을 측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올해 2만4000상점에 전기요금의 5.9%를 할인해 총 27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는 전통시장 전기요금 할인제도도 종료한다. 한전은 대신 내년 6월까지 동일한 수준의 요금할인 혜택을 직접 지원하기로 했다. 사실상 6개월 연장 후 종료다. 전기자동차 충전전력요금 할인제도는 내년 6월까지 연장한 뒤 점진적 축소에 들어간다. 한전은 내년 6월 이후 2년 동안 점진적으로 할인 폭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종료하기로 했다. 제도 연장을 계속하면 전기차 증가로 한전의 부담은 1000억원(2022년 기준)까지 늘어난다.
전통시장·전기차 특례할인 부분 연장은 산업부와 타협한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모든 할인 제도 종료에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한전 관계자는 “전통시장과 전기차 할인제도는 할인 폭이 커서 일몰을 선택하면 충격이 있을 것 같아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정부와 충분하게 효과를 분석하고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도형·김선영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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