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트럼프 법원 장악 막아라"… '루스벨트 개혁안' 소환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19-12-30 13:48:11 수정 : 2019-12-30 13:48:1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트럼프 취임 후 일제히 '우향우'한 미국 연방법원 / 민주당·진보진영 "대법원 도둑맞아… 대책 시급" / 1936년 루스벨트 개혁안 주목… 가능성은 '글쎄'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미국 연방법원의 신규 판사 대부분이 보수 성향 법조인 중에서 충원돼 사법부의 ‘우경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경선주자로 나선 유력 정치인이 1930년대 ‘좌경화’한 연방대법원을 무력화하고자 민주당 행정부가 추진한 정책을 연상시키는 사법개혁안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보수 성향인 닐 고서치 판사(가운데)의 대법관 후보자 지명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고서치 대법관의 부인. 연합뉴스

◆트럼프 취임 후 일제히 '우향우'한 미국 연방법원

 

30일 외신에 따르면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법관 후보자 12명의 임명을 인준했다. 미국 헌법상 연방법원의 판사는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하고 상원이 인준하면 임명된다. 현재 미국 상원은 공화당이 원내 과반수를 차지,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그대로 관철될 수 있는 조건이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임명된 연방판사는 총 187명이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공화당과 ‘코드’를 함께하는 보수적 법조인들이란 점이다. 사법부의 정점에 있는 연방대법원의 경우 대법원장을 포함한 9명의 대법관 중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는 닐 고서치와 브렛 캐버노 2명으로 모두 보수 성향이다. 현재 대법원의 이념적 분포는 보수 5명 대 진보 4명으로 보수가 앞서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에서 대법관을 포함해 모든 연방판사는 ‘종신직’이다. 한 번 임명되면 의회 탄핵으로 파면을 당하거나 건강 악화로 법관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되거나 본인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사망 시까지 판결에 관여하며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대법관 후보자로 지명한 보수 성향의 브렛 캐버노 판사가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진보진영 "대법원 도둑맞아… 대책 시급"

 

당장 민주당과 진보 법조계는 ‘비상’이 걸렸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를 지낸 해리 리드 전 의원은 최근 언론 기고문에서 “대법원을 (보수에게) 도둑맞았다”며 “차기 대권을 노리는 민주당 경선주자들이 사법부의 이념적 균형을 되찾을 구체적 계획을 세워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경선주자 중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내놓은 사법개혁안이 미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수를 지금의 9명에서 15명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대법원에서 진보가 보수에게 매번 4대5로 패배하는 현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하려는 ‘고육지책’이다.

 

부티지지 시장은 연방판사의 종신제도 폐지하자는 입장이다. 정년을 두든지 임기를 정하든지 해서 일정한 나이가 되면 더 이상 판결에 관여하지 못하고 법원을 떠나게 만듦으로써 사법부의 ‘물갈이’에 속도를 내자는 것이다.

 

이는 1930년대 대공황 시절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민주당 행정부가 추진한 사법개혁안을 연상케 한다. 루스벨트 대통령도 똑같이 대법관 정년제 도입, 그리고 대법관 증원을 추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보수 성향인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1936년 루스벨트 개혁안 주목… 가능성은 '글쎄'

 

당시 연방대법원은 보수 대법관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이들은 대공황 타개를 위해 정부의 재정 지출과 경제 개입을 확대하는 일명 ‘뉴딜’ 정책을 사회주의적 발상으로 여겨 경계했다. 행정부가 야심차게 시행한 뉴딜 법률들이 대법원에서 잇따라 ‘위헌’ 판결을 받고 무력화하자 격분한 대통령은 1936년 사법부를 향해 ‘칼’을 빼든다.

 

루스벨트 사법개혁안의 핵심은 법관 종신제를 뜯어 고쳐 대법관이 70세에 이르면 ‘은퇴’할 수 있게 하되 은퇴하지 않은 대법관 한 사람마다 추가로 대법관을 임명, 총 15명까지 대법관 정원을 늘리는 것이다. 행정부를 지지하는 대법관이 다수가 될 때까지 대법원을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노골적이다.

 

하지만 루스벨트 대통령의 구상은 실현되지 않았다. ‘사법권 독립 침해’라는 반발이 거셌다. 심지어 대통령의 측근들조차 등을 돌렸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우여곡절 끝에 루스벨트 행정부의 대법원 개혁 법안은 좌절됐다”며 “이것은 미국 대통령이 대법원을 무력화하겠다고 위협한 사례로 오늘날 기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