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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과 비식별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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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2-11 23:07:29 수정 : 2019-12-11 2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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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두 얼굴’ 가진 개인정보 / ‘비식별화’로 프라이버시 보호 / 사회적 신뢰·기술문제 해결 필요 / 정부·기업, 전문가 양성 대책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5세대(5G) 통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사물인터넷(IoT)에 연결된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사물, 기기들이 서로 소통하며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는다. 데이터가 IoT를 통해 전송되고 저장돼 차곡차곡 쌓이면 빅데이터가 된다. 이런 빅데이터를 잘 분석해 가치를 만들어내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춤형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진정한 개인 맞춤형 가치 사회가 된다. 그런데 올해 4월 페이스북 사용자의 5억4000만건의 데이터가 아마존 클라우드 서버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등 지난 10년간 유출된 개인정보가 무려 2억3000만건에 달하며, 침해신고도 100만건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개인정보는 인간에게 유용하지만 한편으로는 피해를 줄 수도 있는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의 이익을 위해 잘 활용하면서도 프라이버시를 잘 보호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 ICT학

그것이 바로 개인정보를 비식별화해 처리하는 것이다. ‘비식별 처리’란 개인정보의 일부를 삭제하거나 일부 또는 전부를 대체하는 등의 방법으로, 추가 정보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가명처리하거나 시간·비용·기술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할 때 다른 정보를 사용해도 더 이상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로 만들어 익명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가명처리가 잠재적인 식별성 제거라면 익명처리는 사실상 비가역적인 식별성 제거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비식별화가 되면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걱정 없이 개인정보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 점에서 비식별 조치는 원유에 해당하는 개인정보라는 식별정보를 가명정보, 익명정보라는 석유로 만드는 정제작업이다. 정제작업을 통해 식별성이라는 불순물을 제거해 실제 사용가능한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에 향후 어떤 기술적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 비식별 조치가 된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을 위해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이미 2016년부터 정부는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비식별 조치 방법으로 정보주체의 이름을 다른 이름으로 변경 처리하는 가명처리, 식별자 수치를 총합해 평균값으로 처리하는 총계처리, 식별자 정보의 전부 혹은 일부를 삭제 처리하는 데이터 삭제, 식별자의 특정 값을 범위로 처리하는 데이터 범주화, 식별자의 일부 값을 변경 처리하는 데이터 마스킹 등 5가지 처리기법으로 구분된 17가지 기술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비식별 조치 이후에는 비식별 조치가 적정하게 이루어졌는지를 외부 평가단을 통해 평가하도록 하는 적정성 평가를 하도록 했으며, 그 기준으로서 ‘k-익명성’을 활용하도록 했다. 이는 동일한 값을 가진 레코드를 k개 이상으로 해 특정 개인을 추론하기 어렵도록 하는 것이다. 가령, k값을 5로 정해 비식별 조치했다면 데이터세트 내에 개인식별요소가 없음은 물론, 최소 5개 이상의 레코드가 동일해 개인식별이 어렵게 되는 것이다.

다만, 기존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이를 따른 사업자가 면책근거로 활용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가명처리와 익명처리에 대한 구별이 없는 문제가 있다. 비식별 조치기술의 경우에도 k-익명성만을 들고 있어 다양한 기술발전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향후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포함된 비식별 조치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편 법 개정 후 기업이나 기관에서 데이터를 비식별화해 활용하고자 하는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합리적으로 비식별 조치를 이해하고 기준을 만들어 실제 적용할 수 있는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가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이로 인해 이런 전문가가 없는 경우 비식별 조치의 사회적 신뢰 확보가 요원해질 것이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은 전문가 양성에 특단의 대책을 취해야 할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 ICT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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