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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년 만에 임자 찾아 돌아간 '레마겐 다리'의 아코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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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2-06 16:05:44 수정 : 2019-12-06 16: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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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말기 '레마겐 다리' 전투 참가한 미군 / 우연히 주운 아코디언 70여년간 소중히 보관 / 손자인 미 공군 장성, 원래 주인 찾아 돌려줘

제2차 세계대전 말기인 1945년 3월 독일 라인강 유역 레마겐에선 미군과 독일군이 일명 ‘레마겐의 다리’라고 불린 철교를 놓고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라인강을 건너는 유일한 다리였기 때문에 미군이 이 철교만 손에 넣으면 독일 내륙 깊숙한 곳으로 단숨에 진격할 수 있었다.

 

당시 그곳에서 독일군과 싸웠던 어느 미국인 병사는 우연히 주운 아코디언을 집으로 가져가 평생 보물처럼 아꼈다. 이 아코디언이 꼭 74년 만에 원래 주인을 찾아 독일로 돌아갔다는 소식이 눈길을 끈다.

 

나토 군사위원회 부의장인 스콧 카인즈바터 미 공군 중장(왼쪽)이 지난달 28일 독일 여성 크리스텔 니어호프에게 아코디언을 반환하고 있다. 이 악기는 카인즈바터 중장의 할아버지가 2차 대전 때 독일에서 가져 온 것으로, 니어호프는 악기의 원래 소유자인 미아 쿠프(2007년 별세)라는 여성의 동생이다. 나토 사령부 제공

6일 미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독일 슐라이덴에서 70여년 동안 아코디언을 보관해 온 미국인 가족, 아코디언 임자였던 독일인의 가족과 친지, 그리고 이 도시 시장과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뜻깊은 반환식이 열렸다.

 

아코디언을 돌려준 미국인은 미 공군 중장으로 나토(NATO) 사령부에 근무 중인 스콧 카인즈바터 장군, 아코디언을 돌려받은 독일인은 크리스텔 니어호프(87)라는 여성이다.

 

카인즈바터 장군은 2차 대전 참전용사인 앤드류 카인즈바터의 손자다. 이야기는 앤드류가 미 육군 제60보병여단 소속 일병으로 유럽에서 독일군과 싸우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대가 라인강을 향해 진군하는 도중 앤드류는 버려진 작은 아코디언을 우연히 발견해 챙겼다. 1945년 3월 레마겐 철교의 전투 당시 크게 다친 앤드류는 퍼플하트 훈장을 받고 본국으로 후송됐다. 집에 돌아간 그는 배낭 안에서 아코디언을 꺼내 가족에게 보여줬다. 이후 아코디언은 카인즈바터 가문의 보물이 되었다.

 

레마겐의 철교. 2차 대전 말기인 1945년 3월 당시 라인강을 건너는 유일한 다리였다. 철교를 점령하려는 미군과 파괴하려는 독일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인 끝에 결국 미군이 다리를 확보했다.

10여년 전 할아버지로부터 아코디언을 물려받은 손자 카인즈바터 장군은 원래 임자를 찾아 반환하기로 결심하고 독일 각지를 수소문했으나 별 성과가 없었다.

 

카인즈바터 장군이 나토 군사위원회 부의장에 임명돼 나토 사무국이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근무하게 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의 밑에서 부관으로 일하던 독일군 중령이 각고의 노력 끝에 아코디언 주인을 기어코 찾아냈다. ‘미아 쿠프’라는 이름의 여성인데 2007년 별세했고 그 여동생이 아직 살아 있었다. 올해 87세인 여동생 이름은 크리스텔 니어호프, 사는 곳은 라인강 유역의 소도시 슐라이덴이었다.

 

지난달 28일 카인즈바터 장군은 직접 슐라이덴을 방문, 니어호프에게 아코디언을 전달했다. 그의 가족은 물론 쿠프와 니어호프의 가족 및 친지, 그리고 슐라이덴 시장과 시민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카인즈바터 장군은 “오랫동안 집안의 가보였던 이 보물을 원래 임자에게 돌려주게 돼 무척 기쁘다”며 “우리 가족의 오랜 꿈을 현실로 만들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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