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졌다. 며칠째 간신히 매달려 있었던 마른 갈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찬 공기가 옷깃을 파고드니 맑은 동태탕 뜨뜻한 국물이 절로 생각난다. 노가리, 코다리, 생태, 황태, 북어, 먹태, 짝태 등 이름이 30가지가 넘는 물고기. 그 옛날 함경도 명천 땅의 태씨 성을 가진 어부에서 따온 이름, 명태.
대구목 대구과에 속하는 명태는 보통 70cm 정도에 이르는 바닷물고기이다. 입 큰 물고기 대구처럼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가 각각 3개와 2개이며, 몸에 작은 갈색 반점이 불규칙하게 늘어서 있다. 수심 200m가 넘는 깊은 바다에 딱 좋은 큰 눈과 위턱보다 살짝 긴 아래턱, 턱 끝에는 흔적처럼 수염이 붙어 있다. 대구나 빨간대구와 구별되는 명태만의 특징이다. 재물보(才物譜)에는 북쪽 바다에서 나기 때문에 북어(北魚)와 함께 한글로는 ‘북어’라 기록하고 있다.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는 명태어라 기술하면서 한글로는 살아 있는 것을 ‘명태’, 마른 것을 ‘북어’라 구분했다.
1980년 초 동해의 포구마다 명태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한다. 잡는 시기, 장소, 방법뿐만 아니라 크기에 따라서도 다양하게 불리는 명태. 노가리잡이를 허가한 지 40년이 채 되지 않은 2008년, 명태 어획량은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수치까지 떨어졌다. 노가리가 자라서 명태가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새끼명태 노가리를 마구 잡아낸 것이다. 남획의 그늘이 가시기 전에 해양환경의 변화가 더해졌다. 그 사이 명태는 우리 바다에서 점차 자취를 감추었다.
생물을 제대로 인식하는 데 이름은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이름만 제대로 알았어도 명태가 이렇게 빨리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안타깝다. 최근 사람의 힘으로 명태 자원을 회복시키려는 노력이 여러 방면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 우리 바다에서 잡힌 명태가 우리 내 허한 속을 하루빨리 달래주길 기대한다. 생물 이름에 대한 작은 관심도 건강한 지구생태계 유지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김병직·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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