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에게 감사를 올린다는 명분으로 5년마다 동물 수십만마리를 제물로 바치는 네팔의 힌두교 축제가 올해도 동물인권에 대한 국제 연론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열렸다.
카트만두포스트 등 현지 매체와 AFP통신은 3일(현지시간) 부터 이틀간 네팔 남부 바리야푸르의 가디마이 사원에서 대규모 희생제가 열린다고 보도했다. 이 축제는 힌두 여신 가디마이를 기리는 행사로 '대규모 동말 도살극'이란 악명을 가지고 있다.
네팔은 물론 인도에서도 인파가 몰려드는 수십만명의 참가자들 대부분 소, 염소, 닭 등 가축이나 비둘기, 쥐 등의 가축을 제물로 바치기 때문이다. 이들은 5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이 축제 때 가디마이 여신에게 동물의 피를 바치면 집안의 재앙을 막고 소원을 이룰 수 있단 신앙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FP통신 이와 관련해 "날카로운 검과 칼을 쥔 200여명의 도살꾼이 축구장보다 큰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라며 "관중의 환호를 받으며 수천마리의 물소를 잡았다"고 했다. 인도 북부 비하르주에서 하룻동안 걸어서 이곳에 도착 했다는 사부 사하니는 AFP통신에 "이곳에 올 수 있어서 기쁘다"면서 "아기가 없었는데 여신이 우리 부부의 소원을 들어줬다"는 소감을 털어 놓기도 했다.
앞서도 2014년에도 20만마리의 동물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 됐는데, 세계 최대 규모의 동물 도살극인 셈이다. 당시 네팔의 동물복지네트워크 회장인 마노즈 가우탐은 "이 축제가 공중 보건과 정신에도 매우 해로운 것과 별개로 동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 이라며 "축제 기간 희생된 동물의 고기와 가죽을 팔아 엄청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축제가 계속 열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우탐은 "2009년 당시 소 1만 8천600마리를 포함해 동물과 새 등 50만 마리가 희생됐다"고 덧붙였다.
네팔 대법원도 연론을 의식했는지, 2016년 정부에 이런 '동물 살육'을 금지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인도 대법원도 축제 기간에 인도에서 네팔로 동물을 이동하는 것을 금지하기까지 했다. 이에 인도 국경 수비대와 자원봉사자는 네팔로 동물을 들여가려던 순례객과 상인들을 적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법적, 제도적, 행정적 처우에도 불구하고 힌두교도들은 올해에도 어김 없이 가디마이 사원에서 대규모 동물 도살극을 강행할 것이라고 외신 등은 전했다.
가디마이 사원의 승려 람찬드라 사 텔리는 카트만두포스트에 "우리는 사람들에게 살육할 동물을 갖고 오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며 "신도들이 자발적으로 여기에 온 것"이라고 말했다. 텔리는 "우리는 동물 희생을 지지하지도 않지만 반대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행사 주최 측 관계자는 "법원 명령에 따라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는 올해 제물로 바치지 않을 것"이라며 "어린 동물들도 살육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7세기부터 시작돼 무려 5세기를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이 축제는 2009년 언론 등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이후 동물권리보호 운동가들이 반대 운동을 펼쳐왔다. 또한 동물 살육을 중단하라는 비난이 쏟아짐에도 순례객 수는 오히려 갈수록 늘어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우탐은 AFP에 "당국은 법원의 명령보다 개인의 믿음을 더 위에 둔다"며 "당국은 동물 살육을 막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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