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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향후 협상 日 태도에 달렸다”…韓·日 기싸움 팽팽 [지소미아 종료 연기 이후]

입력 : 2019-11-25 06:00:00 수정 : 2019-11-25 10:2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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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이례적 실명보도 자청 / “큰 틀서 보면 韓 외교 판정승 / 왜곡 발표 대해 日 사과 받아” / 수출규제 협상 日 비협조 우려 / 정부 적극적 여론전 나선 듯 / 日 언론 “對韓 강경정책 효과” / 외교성과로 치장 보도 잇따라
日 외무상 ‘표정관리’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지난 23일 일본 나고야 관광호텔에서 G20(주요 20개국)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일 양자회담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굳은 표정으로 악수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미·일 양자회담에서 존 설리번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악수를 나누는 모테기 외무상의 표정과는 사뭇 다르다. 나고야=연합뉴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조건부로 연기하고 일본 수출규제 관련 국장급 대화를 재개하기로 양국이 합의한 지 이틀 만에 서로 ‘완승’을 주장하며 신경전을 벌이는 건 향후 협상의 험로를 예고한다. 이는 양국이 지난 22일 합의 직후 드러낸 시각차에서 이미 엿보였다. 우리 정부는 지소미아 연장이 일본의 수출규제 재검토, 나아가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한국 배제에 대한 원상복구와 연계돼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본 정부는 “지소미아와 수출 규제 문제는 전혀 관계가 없다”(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고 주장하며 “앞으로 관계 당국 간 대화를 할 것”이라고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일본 매체 보도가 24일 나온 건 그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이 합세해 이번 합의의 성과를 유리하게 선전하는 모양새다. 조만간 수출규제 관련 국장급 대화가 재개되면 우리 정부 기대와 달리 일본 정부가 시간을 끌며 비협조적으로 나올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출규제를 해소해야하는 문재인정부로선 정면 반박을 통한 적극적인 여론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靑 경고, ‘조건부 연기’ 결정 변화 가능성 시사

 

청와대가 이날 일본 정부의 ‘언론 플레이’에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을 밝힌 건 ‘경고’의 의미가 짙다는 분석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례적으로 언론에 실명보도를 자청하며 “한·일 간 협상 진전에 큰 어려움이 있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특히 “앞으로 협상은 일본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 대목은 일본 태도와 행동 등에 따라 ‘조건부 연기’ 결정에 언제든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국장급 대화 등 향후 협상 과정에서 여전히 가시밭길을 남겨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 실장은 이날 지소미아 종료 유예에 대한 일본 정부의 언론플레이에 불쾌감을 보였다. 정 실장은 “약속된 발표시간보다 1시간 앞서서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익명으로 보도가 나왔다”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특히 “(합의안 발표를 진행한 일본의 경제산업성이) 일본 측의 합의내용을 아주 의도적으로 왜곡, 또는 부풀려서 발표했다”며 “이는 한·일 간 양해한 내용과 크게 다를 뿐만 아니라 만일 이런 내용으로 합의했다면 합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일본 언론에 등장한 일본 고위당국자들의 발언도 비판했다. 정 실장은 “‘한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다’, ‘일본 외교의 승리다’, ‘퍼펙트 게임이었다’ 이런 주장을 하는데, 이는 사자성어로 말씀드리면 견강부회”라고 잘라 말했다. 정 실장은 “큰 틀에서 보면 우리 문재인 대통령의 원칙과 포용의 외교가 판정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또 “우리 정부는 11월 22일 발표 이후 즉각 일본의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 외교경로를 통해 이러한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강력히 항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우리 측 항의에 대해서 일본 측은 ‘경제산업성(경산성)에서 부풀린 내용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한다’는 점을 재확인해 줬다”고 소개했다.

 

정 실장은 “한마디만 덧붙이면 영어로 ‘try me’라는 말이 있다. 어느 한쪽이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면서 상대방을 계속 자극하면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모른다는 경고성 발언이다. ‘you try me’, 제가 그런 말을 일본에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아베 정부의 ‘꼼수’에 대해 우리 정부와 국민이 참을 만큼 참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日 외교 성과 자평… ‘사과받았다는 靑 발표’ 부인

 

일본 정부 측은 경산성으로부터 사과를 받았다는 청와대 발표를 부인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그런 사실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청와대가 일본 정부의 태도를 비판한 것에 대해 일부 일본 언론은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에선 22일 합의 후 아베 총리의 외교 성과로 치장하는 자화자찬식 평가가 잇따랐다. 혐한 인사인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는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권이 지소미아 종료를 피한 것은 일본의 의연한 태도 앞에 종래의 주장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강경한 정책을 관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케이신문은 전날 일본 정부 관계자가 “일본의 퍼펙트 게임이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익명의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 연기 결정을 끌어내기 위해 주한미군 일부 감축까지 거론했다고 미 국방부가 부인한 내용을 다시 보도했다. 반면 아사히신문은 전날 사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에스컬레이터를 멈췄으니 일본 정부도 이성적인 사고로 돌아가 수출규제에 대한 협의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준 기자, 도쿄=김청중 특파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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