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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배우 엄앵란의 모습을 기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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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16 14:00:00 수정 : 2019-11-15 23:3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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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아래 사진 속 배우가 누구인지 알아보겠는지?

 

영화 ‘단종애사’(감독 전창근, 1956) 스틸. 한국영상자료원 KMDb

 

지난 11월 13일 제39회 영평상 시상식에서 공로영화인상을 받은 배우 엄앵란이 63년 전 데뷔작 ‘단종애사’(감독 전창근, 1956)에서 어린 왕비 역을 연기했던 모습이다.    

 

엄앵란은 이번에 공로영화인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 100주년이 되는 해에 상을 받게 되어 더욱 영광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예전에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음을 아쉬워했다. 

 

오늘은 공로영화인상 수상을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배우 엄앵란의 모습을 소개해 볼까 한다. 

 

어쩌면 많은 이들이 배우 엄앵란 보다는 TV 토크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 엄앵란의 모습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1990년대 이후부터 얼마 전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입담을 선보여 왔기 때문이다. 필자도 배우 엄앵란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본 세대는 아니다. 뒤늦게 한국영화를 공부하며 배우 엄앵란의 모습을 접했다. 

 

영화 ‘맨발의 청춘’(감독 김기덕, 1964) 신문광고.

 

엄앵란은 1956년 데뷔 이후 1976년까지 20여 년간 2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1960년대 초중반에는 ‘청춘영화’ 붐을 일으킨 장본인으로서 전성기를 누렸다. 당시 한국영화가 연 200편에 육박하게 제작되던 시기였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엄앵란의 출연 작품 수는 엄앵란의 인기가 얼마나 높았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1950~60년대 대표적인 한국영화 장르는 멜로영화였다. 그런데 요즘과 달리 멜로영화 속 주인공 연령층이 꽤 높았다. 그도 그럴 것이 1950~60년대 한국영화 주 관객층은 ‘고무신 족’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렸던 중년 여성들이었다. 당연히 비슷한 연령대의 주인공들이 등장한 멜로영화가 많았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1963년경부터 20대가 주인공인 한국영화들이 흥행하기 시작했다. 그 영화들은 ‘청춘영화’라고 불렸다. ‘청춘영화’의 붐 속에는 배우 엄앵란이 있었다. 그리고 상대배우로 매우 자주 등장했던 배우 신성일도 있었다. 

 

1963년 이후 몇 년 동안 제작된 ‘청춘영화’는 50여 편에 달했는데, 그중 엄앵란-신성일 커플이 출연한 영화는 30여 편에 달했다. 게다가 두 청춘스타는 1964년 결혼하게 되면서 더더욱 주목 받았다.  

 

영화 ‘말띠신부’(감독 김기덕, 1966) 스틸컷. KMDb

 

이번 영평상 시상식에서 공로영화인상 시상자로 나선 영화평론가 김종원은 1964년 세기의 결혼식이었던 배우 엄앵란, 신성일의 결혼식장에 모인 수천의 인파 덕분에 결혼식장에 들어갈 수 없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엄앵란은 200여 편의 영화에서 다양한 역할을 연기했지만, 그중 여대생이나 유복한 가정의 귀한 딸 이미지가 꽤 강했다고 할 수 있다. 엄앵란이 당시 영화계 상황에서는 매우 특이하게도 대학 재학 중 데뷔를 했다는 이력과 무관하지 않았다. 엄앵란은 당시 ‘학사배우 1호’로 불리기도 했다.

 

1956년부터 1976년까지 20년 동안 2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청춘영화’ 붐을 이끌고, 어린 왕비, 당찬 대학생, 외교관 딸, 판사 딸, 공장 노동자, 다방 마담, 억척스러운 어머니 역할까지 다양한 역할을 연기한 배우 엄앵란의 모습은 여전히 필름 속에 남아있다.

 

비록 모든 영화를 만나볼 순 없지만, 데뷔작 ‘단종애사’부터 ‘하녀’(감독 김기영, 1960), ‘박서방’(감독 강대진, 1960), ‘청춘교실’(감독 김수용, 1963), ‘김약국의 딸들’(감독 유현목, 1963), ‘청춘교실’(감독 김수용, 1963), ‘맨발의 청춘’(감독 김기덕, 1964), ‘말띠신부’(감독 김기덕, 1966) 등 40여 편의 영화를 한국영상자료원 VOD 서비스로 만나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다양한 빛깔로 한국영화계에 자리 했던 배우 엄앵란의 모습을 기억하길 바라본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해당 기사는 외부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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