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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책 읽어드립니다’…독서의 계절, 이거라도 봅시다 [TV에 밑줄 긋는 여자]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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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05 10:46:57 수정 : 2019-11-05 10:4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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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독서의 계절’ 그거 출판사들이 책 팔려고 만든 말이야. 그것도 모르느냐?” 

 

한 대학에 강의를 갔다가 나오는 길에 언뜻 들은 말이다. 교내 곳곳에 붙어있는 각종 ‘독서의 계절’ 특강 및 독후감, 서평대회에 대한 홍보문구를 보고 학생들끼리 서로 주고 받던 말이다. 무려 2시간 동안 읽고 쓰는 이야기에 대해 말하고 나온 터라 살짝 웃펐다. ‘웃프다’는 어법상으로는 틀린 말이지만 이 단어는 당시 내 심정을 고스란히 설명해준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사실 책을 읽는 것에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 학생의 말처럼 어쩌면 출판사에서 책을 팔기 위해 만든 말인지도 모른다. 

 

요즘은 눈만 돌리면 책방과 크고 작은 도서관이 즐비한 시대이고, 늦게까지 열람과 대여를 할 수 있는 도서관도 일부 있다. 이북(Ebook)이나 다양한 매체를 통해 독서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 더 이상 ‘계절’을 명시하지 않아도, 단군 이래 책읽기가 가장 쉬운 때이다. 

 

그럼에도 책을 읽지 않는 이들은 여전히 많고, 독서 인구는 점점 더 줄어든다고 한다. 책읽기가 어려운 것은 이렇게 마음의 문제도 있지만 어떤 책은 정말 너무 어렵고 이해가 힘들어 읽기가 버겁기도 하다. 이럴 때 살짝 누군가가 쉽게 설명해주는 무엇이 있다면 어려운 책을 읽는 것이 조금은 쉽다. 

 

tvN 화요 예능 ‘책 읽어드립니다’는 우리 시대에 꼭 읽으면 좋은 책들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독서 입문 프로그램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주제나 소재도 쉽게 설명하는 설민석 선생님(사진)의 강의까지 곁들여지니 800페이지를 육박하는, 집에 소장만 해왔던, 어려운 인문학서적(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단테의 ‘신곡’, 올더스 헉슬러의 ‘멋진 신세계’ 등)도 읽어보고픈 생각이 들 정도다. 방송 후 몇몇 책은 베스트셀러로 등극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책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주면 오히려 독서를 방해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책을 너무 읽고 싶은데 이해가 잘 되지 않고 어려워서 도전조차 망설이는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그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 혹은 북 예고편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이 해야 할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독서의 계절이다. 출판사가 책 팔려고 만든 말이라도 그 덕분에 안 읽던 책을 읽고, 안 가던 서점을 가고, 사람 없던 도서관에 인파가 차면 그걸로 족하지 않을까. 

 

며칠 있으면 한 과자회사가 만들었다는 날이다. 초콜릿 과자는 먹으면 살만 찌지만 책은 읽고 나면 삶이 바뀌기도 하고, 안 하던 무언가도 하게 되며, 이것도 저것도 아니더라도 심지어 인테리어용이나 허세용으로도 책만한 것이 없다. 

 

안 읽더라도 그저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 썩 괜찮은 그런 독서의 계절이었으면 하고, 안 읽더라도 책을 다룬 프로그램을 보기만 해도 괜찮은 그런 날들이었으면 한다. 

 

이윤영 작가, 콘텐츠 디렉터 blog.naver.com/rosa0509, bruch.co.kr/@rosa0509

사진=tvN ‘책 읽어드립니다’ 캡처 

 

*이 작가는 방송과 영화, 책 등 다양한 대중 콘텐츠를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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