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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장에 나뒹구는 당신의 흔적… 개인정보가 줄줄 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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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운송장 내 개인정보 주의보

“택배 운송장은 오래전부터 이름이 안 보이게 찢어서 버렸는데.”

 

“본인 정보가 안 보이게 폐기하는 건 기본 아닌가.”

 

“운송장 스티커를 그냥 보이게 버리는 사람도 있었나?”

 

지난해 9월,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쓰레기장에서 나온 택배 상자. 상자에 붙은 운송장에서는 받는 이의 연락처를 포함한 개인정보가 모두 확인됐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름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표기된 채 버려진 택배상자를 다뤘던 ‘버려진 택배상자 살펴보니…당신의 ‘전화번호’가 있네요?(세계일보 2018년 9월26일자 참조)’ 기사에서 누리꾼들은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서울 마포구 일대 아파트 쓰레기장에서 택배 수령인 이름·전화번호 등이 적힌 상자가 나왔다는 내용으로,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운송장 폐기가 당연하다는 게 기사를 본 누리꾼들 의견이었다.

 

1년여가 지난 지금도 이 같은 생각은 똑같았을까. 서초구의 A아파트와 종로구의 한 빌딩으로 장소를 옮겨 운송장 붙은 택배상자가 얼마나 나오는지 살펴봤다.

 

◆이름과 사는 곳이 고스란히 운송장에…쓰레기장에서 나온 당신의 ‘흔적’

 

‘김**. 서울 서초구 **로 **(도로명주소). ***동 ***호’

 

지난달 30일, A아파트 관리소 동의하에 단지 내 쓰레기장 3곳에서 버려진 택배상자를 살피는 동안 받는 사람 이름·사는 곳이 표기된 운송장 10여개가 나왔다. 별표로 가려진 부분은 현장에서 실제 이름과 동·호수로 확인됐으며, 쓰레기더미 사이에서 상자 찍는 기자를 제지하거나 “뭘 하느냐” 묻는 사람은 없었다. 물품명 등이 표기된 운송장을 발견했던 지난해와 상황이 비슷했다. A아파트의 쓰레기 분리배출은 매주 수요일이다.

 

택배 운송장이 붙은 채로 쓰레기장에 버려진 여러 상자들. 독자 제공

운송장을 100% 가깝게 뜯어낸 상자도 나왔지만 극히 일부여서, 폐기가 기본이라던 1년 전 누리꾼 반응은 현실과 달라 보였다. 아파트 주민 최모(36)씨는 “(운송장) 붙은 채로 버려진 택배상자를 종종 발견한다”며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알지만 떼기 귀찮아서 그런 것 아니겠냐”고 방치 이유를 추측했다.

 

사무실이 몰린 업무지역도 사정은 거의 같았다. 같은 날, 종로구 B빌딩에서 만난 경비원 이모(62)씨는 “(이곳 빌딩) 지하 쓰레기집하장만 가도 사람들이 그냥 버린 택배상자를 볼 수 있다”며 “아마 회사여서 안심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금 전 운송장 하나를 찢었다며 쓰레기통을 내보인 이씨를 따라 건물 지하로 내려가니, 그의 말처럼 운송장 붙은 직원들의 택배상자 여러 개가 집하장에서 눈에 띄었다.

 

◆방치된 운송장 ‘보이스피싱·광고 메시지’ 악용…택배기사 위장한 강도도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A아파트 쓰레기장에 택배 운송장이 붙은 채로 버려진 상자들. 해당 운송장에서는 받는 이의 이름과 집 주소가 확인됐다.

구체적인 집계치는 없지만 방치된 운송장은 보이스피싱·광고 문자메시지 발송, 강력범죄 등에 악용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전년(2017년·2431억원)보다 82.7%(2009억원) 증가한 총 444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같은 기간 피해자도 3만919명에서 4만8743명으로 57.6%(1만7824명) 늘었다. 앞서 행정안전부도 보이스피싱 등의 피해를 막고자 물품 수령 후 운송장 파기 등을 포함한 ‘택배 이용자 개인정보보호 캠페인’을 2012년 실시했다. 2008년에는 운송장에서 이름과 전화번호를 빼내 택배기사로 위장한 강도사건이 부산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주부 한모(31)씨는 “인터넷에서 자기 정보가 빠져나가는 데는 민감한데, 택배 운송장을 통한 유출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며 “개인정보를 악용한 범죄 기사를 본 뒤로는 상자를 버릴 때 주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 사는 서모(33)씨도 “운송장을 찢거나 검은 매직으로 이름, 전화번호, 주소를 덧칠한다”고 했다.

 

◆대응책 고민하는 ‘최접점’ 택배업체들…뚜렷한 대응책은

 

운송장이 개인정보 유출 경로의 하나로 지적되면서, 고객과의 최접점인 택배업체도 고민이 많지만 사정이 달라 일관된 대응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수령인 이름·전화번호 일부 글자가 별표(*)처리된 운송장을 출력하는 곳이 있지만, 물품 판매업체가 해당 택배사와 계약을 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한 택배업체는 수기(手記·손으로 작성)방식 운송장을 쓰는 중이었다. 개인정보 없는 운송장 제작법을 묻자 C택배업체 관계자는 “배송 최종 단계에서 고객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며 “운송장에 아무 정보도 출력하지 않는 방법은 내부에서 논의된 적 없다”고 답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A아파트 쓰레기장에 버려진 택배상자들. 해당 상자의 운송장은 모두 떼어진 뒤였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운영하는 롯데택배가 지난 6월, 숫자주소 플랫폼 ‘홈넘버’와 시스템 도입 양해각서(MOU) 체결로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5개월간 큰 진전은 없었다. 홈넘버는 수령인의 이름과 전화번호 등을 11자리 일련번호로 암호화해 운송장에서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는 ‘간편택배주소’ 시스템을 고안한 업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통화에서 “업무 내용을 협의 중”이라며 “시스템 도입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용진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택배 운송장은 물류센터(전국의 배송품이 모이는 곳)의 배송품 분류 기준이어서 중요한 존재로 인식된다”며 “(운송장) 간략화 방안을 여러 업체가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운송장 제작 방식에 대한 고민, 개선을 위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개인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소비자의 주의와 더불어 보유 중인 고객정보를 택배업체가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운송장을 갈기갈기 찢거나 물파스·아세톤으로 문질러 인쇄된 개인정보를 지우는 방법이 1차원적이지만 이보다 확실한 게 없다는 의견도 누리꾼 사이에서 나온다. 택배업계의 한 관계자는 “택배상자를 버릴 때는 반드시 운송장을 뜯은 뒤 따로 버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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