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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와 숙녀’ 시인 박인환의 ‘번역 전집’ 나왔다

입력 : 2019-10-29 03:00:00 수정 : 2019-10-28 16: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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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타인벡 ‘소련의 내막’, 헤밍웨이 ‘바다의 살인’ 등 시-기행문-소설 8편 묶어

‘목마와 숙녀’를 남기고 요절한 시인 박인환(1926∼1956)의 번역 전집이 맹문재 안양대 국문학과 교수의 집념으로 한 권의 단행본으로 나왔다. 2008년 역시 맹 교수가 역은 ‘박인환 전집’(실천문학사)의 완성편인 셈이다.

 

박인환은 1926년 8월 15일 강원도 인제에서 태어나 1956년 3월 20일 서른 살의 나이로 타계했다. 맹 교수에 의하면, 박인환은 시 81편, 산문 72편, 번역시 1편, 번역소설 6편, 서간 13편 등 총 173편의 작품을 남겼다. 혼란한 정국과 전쟁 등의 당대 상황을 감안해보건대 결코 적지 않은 성과라 할 수 있다.

 

2006년 박인환의 타계 50주년을 맞아 ‘박인환 깊이 읽기’를 펴낸 맹문재 교수는 모더니스트, 아니면 리얼리스트라는 두 가지 이름으로만 거론되던 박인환에 대한 기존의 단선적 시각을 지적하며, 박인환의 문학을 ‘모던한 리얼리즘의 시 세계’로 명명했다.

 

맹 교수가 인제군문화재단의 지원으로 엮은 ‘박인환 번역 전집: 박인환문학관 학술연구총서1’(푸른사상)은 박인환의 창작 전집에서 제외됐던 번역물만을 따로 모은 것이다.

 

해방기 이후 한국의 모더니즘 시 운동을 주도한 박인환은 한국의 모더니즘 운동을 위해 해외 문학 및 영화 등을 탐색하였고, 미국 여행까지 다녀오며 새로운 문물을 탐구하였다. 그가 한국전쟁 이후 변화하는 현대 사회를 새로운 감각과 시어로 반영하는 작품 활동을 확장시키고자 번역한 영미 문학의 대표적 시, 기행문, 소설 등을 이 전집에서 볼 수 있다.

 

‘박인환 번역 전집’은 한국의 모더니즘 운동을 확장하는 데 앞장섰던 박인환이 영미 문학론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한국영화평론가협회를 발족하여 영화화된 문학 작품과 영화 시론 등을 발표하는데 주목했다. 박인환은 새로운 감각과 시어로 현대사회를 반영하는 문학 활동을 확대시키고자 외국 작품을 읽고 번역하여 한국 독자에 전달해왔다.

 

이 전집은 박인환이 번역한 작품들을 시, 기행문, 소설로 분류하여 발표 연대순으로 정리하였다. 그리고 전쟁을 반대하는 작품들, 예술 세계를 추구하는 작품들, 추리 세계의 소설들로 나누어 해설을 실었다.

 

시 작품으로는 알렉스 컴포트의 ‘도시의 여자들을 위한 노래’를 번역했다. 알렉스 컴포트의 반전운동은 궁극적으로 죽음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자연으로부터 오는 죽음에 대항하기 위해 인간의 노화에 대해 연구했고, 사회로부터 오는 죽음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사회운동가로서 활동했다. 그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빠져들게 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전쟁을 들었다.

 

기행문으로는 존 스타인벡의 ‘소련의 내막’을 번역하였다. 이 기행문은 존 스타인벡이 1947년 뉴욕 헤럴드 트리뷴 특파원으로 소련에 다녀온 뒤 발표하였다. 정치적인 면보다 민중의 삶을 보고 들은 대로 기록해 제2차 세계대전 뒤 소련의 실정을 구체적이면서도 객관적으로 담아내었다.

 

소설로는 제임스 힐턴의 ‘우리들은 한 사람이 아니다’가 2차 대전으로 인해 민중의 삶이 무너지는 상황을 그렸다. 펄 S. 벅의 ‘자랑스러운 마음’은 한 여성 조각가의 삶을 통해 예술가의 길을 조명했다, 윌라 캐더의 장편소설 ‘이별’은 18세에 시카고로 음악 공부를 하러 간 한 여성을 통해 예술가의 생애와 사랑을 그렸다. 추리 소설로는 윌리엄 아이리시의 ‘새벽의 사선(死線)’,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바다의 살인’, 애거서 크리스티의 ‘백주(白晝)의 악마’를 번역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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