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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 기술” vs “편법 증여”… 손주에 재산 물려주는 ‘생략 증여’ 할증 논란

입력 : 2019-10-13 15:00:32 수정 : 2019-10-14 09: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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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모가 자녀가 아닌 손자녀에게 직접 재산을 증여하는 ‘세대 생략 증여(이하 생략 증여)’가 증가하고 있다. 할증이 붙더라도 세금의 총액을 낮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인데 일부 고소득층이 손주들에게 막대한 재산을 물려줌에 따라 부의 대물림으로 인한 기회의 불평등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년간 생략 증여 2배로 증가… 고소득층일수록 “손자녀에게 물려줄 것”

 

지난해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4389건, 7590억원이던 생략 증여의 건수와 증여액은 2017년에는 8388건, 1조4829억원으로 약 2배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이뤄진 세대 생략 증여는 2만8351건이었으며 증여액은 약 4조8439억원에 달했다. 건당 평균 증여액은 1억7085만원이었다.

 

생략 증여는 고소득층이 선호하는 대물림 방식으로 앞으로 더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8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보유 자산을 손자녀에게 물려주겠다고 밝힌 응답자의 비율이 22.6%였는데 이는 전년 대비 10.6%p 증가한 수치다.

 

고액 자산가일수록 손자 세대에게 재산을 물려주려는 경향이 컸다. 금융자산 50억원 이상 부자의 경우 손자녀에 상속·증여하겠다는 응답자가 43.5%로 금융자산 10~50억원 부자 대비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편법’인가 ‘절세의 기술’인가

 

이처럼 생략 증여가 증가한 데에는 고령화와 더불어 절세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과거 정부는 생략 증여가 증여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자 2004년부터 생략 증여 시 30% 할증 과세(미성년자에 재산가액 20억원 초과해 증여 시 40%)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그런데 할증을 고려하더라도 조부모→자녀→손자녀로 두 단계를 거치는 것보다 조부모→손자녀로 한 단계만 거치는 증여가 세금 총액을 낮출 수 있다는 판단은 여전하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가 아들에게 재산을 증여할 때 내는 증여세가 1000만원에 아들이 다시 자신의 자녀(할아버지에겐 손자녀)에게 내는 증여세가 1000만원으로 전체 증여세 총액이 2000만원이라면, 할아버지가  아들을 건너뛰고 손자녀에게 바로 재산을 증여하면 1300만원이 부과되는 식이다. 특히 주식, 부동산 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평가 가치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어 생략 증여가 많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략 증여는 상속세도 낮출 수 있다. 조부모 사망 후 상속이 개시되면 상속 개시 시점의 피상속인 재산만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계산하는 게 아니라 일정 기간 증여한 재산이 있으면 모두 합산해 과세한다. 따라서 고령이고 이미 자녀에게 물려준 자산이 많다면 손자녀에게 증여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할 땐 최소 10년이 지난 후 상속인이 사망해야 상속 재산 합산에서 제외되지만 손자녀에게 주는 생략 증여에선 5년만 지나도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세무회계학)는 “아무래도 세금을 줄일 수 있으니 생략 증여를 하는 경향이 있다”며 “세법에 규정된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절세의 기술'이라고도 하루 수 있다" 라고 설명했다.

◆“세금 회피하거나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증여세 인상 요구도

 

하지만 생략 증여가 세금 회피 창구로 쓰이거나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말 국세청이 고액 자산보유 미성년자 등 변칙증여 혐의자들을 세무조사한 결과 초등학생이 임대업을 하는 조부로부터 6억5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증여받았지만 증여재산가액을 4억5000만원으로 축소 신고해 증여세를 탈루하거나 외조부가 수십억원의 부동산 처분 후 손주 명의의 금융상품에 가입하며 차명예금을 운용한 사례 등이 발각되기도 했다.

 

김두관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부의 대물림과 소득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세대 생략 증여는 세금을 30%를 가산하고 있음에도 절세와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세대 생략 증여 중 미성년자들의 건물이나 주식에 대한 증여는 재산증식뿐만 아니라 실제 수익 귀속이 부모에게 돌아갈 확률이 높은 만큼 미성년자와 세대 생략 증여에 대한 증여세 인상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생략 증여 할증 불합리… 청년의 고충 덜어줘야”

 

한편 생략 증여 할증 제도가 ‘징벌적’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서울 강남갑 3선인 자유한국당 이종구 의원은 지난 5월 ‘상속세, 바뀌어야 경제가 산다’ 토론회에서 “상속이나 증여 시 높은 세율로 과세하는 건 상당히 후진적”이라며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고령층에서 손주한테 소득을 이전해 소비 촉진하는 걸 바람직하게 보지만 우리는 ‘어린애한테 왜 돈을 주느냐’고 더 나쁘게 본다”며 “손주한테 상속할 땐 과세도 징벌적으로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계를 보면 일본의 60세 이상 노령층이 국가 전체의 45%에 달하는 금융자산을 갖고 있다”며 “우리도 곧 그런 세대가 온다. 금융자산이 많은 고령층이 아들보단 손주한테 상속해서 청년의 고충을 덜어주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나진희·안승진 기자 najin@segye.com

그림=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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