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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막힌 조기총선… 6전 전패의 존슨 ‘브렉시트’ 어쩌나

입력 : 2019-09-10 21:05:58 수정 : 2019-09-10 23: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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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하원, 총리 상정 동의안 부결 / 정회·문서일체 공개 안건은 가결 / 긴 하원 정회 되레 자승자박 형국 / 버커우 의장, 정회의식 진행 거부 / “비정상적”… 의원·의장직 사임 의사 / 존슨, 브렉시트 강행 새 전략 모색 / 10월말 노딜 가능성 남아 있지만 / EU ‘노딜’ 부담 연장 거부 못할 듯
10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강경론자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상정한 조기총선 동의안이 하원에서 가로막힌 가운데 전날인 9일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맞은편에서 친유럽연합(EU) 시위대가 영국 국기와 EU기를 함께 흔들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영국 하원이 취임 7주밖에 안 된 보리스 존슨 총리에게 치명상을 남기고 정회에 돌입했다.

 

하원은 10일(현지시간) 존슨 총리가 상정한 조기총선 동의안을 찬성 293표, 반대 46표로 저지했다고 BBC방송 등 영국 언론들이 정했다. 여권이 반란군 출당 조치와 탈당 등으로 298석(보수당 288석, 민주연합당 10석)으로 쪼그라들었고 야권이 반대·기권 당론으로 응수한 만큼 조기총선에 필요한 434표(하원 650석 중 3분의 2 이상) 획득은 불가능했다. 존슨 총리가 다시 조기총선 카드를 던지려면 새 회기가 시작하는 10월14일까지 기다려야 해 총선은 아무리 일러도 11월 이후에나 열릴 수 있다.

 

앞서 하원은 5주간 의회 정회 결정이 나오기까지의 정부 내 의사소통 내용, 정부의 노 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비상대책인 이른바 ‘노랑멧새작전’ 관련 문서 일체 공개를 요구하는 발의안을 찬성 311표, 반대 302표로 가결했다. 최근 언론을 통해 일부 유출된 노랑멧새작전 문서에는 노 딜 브렉시트 강행 시 몇달간 식품·의약품 부족 등 커다란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원은 정부가 이른바 ‘유럽연합(탈퇴)법’을 준수토록 하는 내용의 발의안도 정식 표결 없이 처리했다. 지난주 상·하원을 통과한 뒤 이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재가를 받아 발효된 이 법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유럽연합(EU)과의 새 합의안 또는 노 딜에 대한 하원 동의를 받지 못할 경우 EU 측에 브렉시트 시한(10월31일)을 3개월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노 딜 불사론’을 내세우며 대권을 거머쥔 존슨 총리는 지난주 하원에서 3개 법안·결의안을 놓고 패퇴한 데 이어 이날 3연패를 추가하며 궁지에 몰렸다. 그는 브렉시트 시한 전까지 의회를 최대한 멈춰 세우겠다는 의도에서 이례적으로 긴 하원 정회를 추진했으나, 오히려 당 안팎의 반발만 커지면서 자승자박의 형국에 빠졌다.

 

이날 정회 의식이 시작되기 전 하원의원들은 ‘침묵당했다’고 쓴 종이를 들고 항의 의사를 표했다. 존 버커우 하원의장은 아예 자리에 주저앉아 행사 진행을 거부했다. 그는 “이는 정상적인 정회가 아니다. 최근 수십년 중에서 가장 긴 정회”라며 분노를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회의장이 소란스러워질 때마다 낮은 음성으로 ‘오더(Order·질서)’를 외치는 모습이 인상적인 버커우 의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각각 22년, 10년 간 이어온 하원의원과 하원의장직에서 모두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법이 발효됐으나 EU 측이 시한 연장을 거부할 수 있는 만큼 10월 노 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연기를 원치 않는다며 EU의 거부를 유도하는 ‘사보타주’(태업) 전략으로 나서거나 헝가리 등 반(反)EU 성향 회원국을 공략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브렉시트 강경파인 이언 덩컨 스미스 의원은 존슨 총리가 노 딜 방지법을 어겨 감옥에 가더라도 ‘브렉시트 순교자’가 될 수 있다며 법 위반을 부추겼다.

 

그러나 노 딜 브렉시트는 EU에도 부담스럽고 자칫 노 딜의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는 만큼 EU가 시한 연장 요청을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내다봤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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