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교수의 딸 부정입학 의혹을 들었을 때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저랑 수업 듣고 학교 다닌 사람이, 있어선 안 될 자리에 있었던 걸 수도 있단 사실이 저를 멍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간 제 노력이 헛되게 느껴졌습니다.”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캠퍼스 중앙광장에서 진행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고려대 입학과정에 대한 진상규명 촉구’ 집회에서 행사를 준비한 이일희씨는 자유발언을 통해 “내 노력은 배신하지 않을 거라 여겼는데 그 노력이 알고 보니 헛된 것일 수 있단 걸 알게 됐다”고 절망감을 토로했다. 그는 “정녕 우리와 그들의 노력은 무게가 다른 것이냐”며 “우리가 이걸 좌시해야 합니까. 언제부터 불의에 항거하는 데 목소리 내길 주저했냐. 이 문제에 좌우가 어디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려대 재학생·졸업생 500여명이 참여한 이날 집회는 조 후보자 딸 조모(28)씨의 부정입학 의혹에 대한 청년세대의 분노가 쏟아진 자리였다. 이들은 집회 내내 ‘정치간섭 배격하고 진상에만 집중하자’ 등 구호를 통해 특정 정치세력이 개입하지 않은 행동임을 거듭 강조했다. 실제 주최 측은 재학생·졸업생을 확인하는 절차를 통해 외부 인원이 개입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모습이었다.
재학생 곽민준씨는 자유발언에서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 중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란 내용을 인용하면서 “6살 차이 나는 제 동생이 재수를 하고 있다. 전국 수험생들이 이번 논란 때문에 동요하지 않고 원래 하던 대로 노력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선언문에서 “조 후보자 딸의 입학 당시 심사 자료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며 자료가 폐기됐다면 문서 보관실 실사 또는 데이터베이스 내역을 공개하라”며 대학 측에 명확한 의혹 해명을 촉구했다.
이날 오후 8시30분쯤부턴 서울대 관악캠퍼스 학생회관 앞 광장에서 서울대 학생들이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매일 드러나고 있는 의혹들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자격뿐 아니라 교수 자격까지 의심케 한다”고 밝혔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은 페이스북에 조 후보자와 딸을 강하게 비난했다. 조씨는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기 전 한 학기 남짓 서울대 환경대학원을 다녔다. 홍 원장은 “다수의 학생을 떨어뜨리고 입학한 대학원에서 한 과목 수업을 듣고 1년간 800만원이 넘는 장학금을 받은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평소 조 교수의 밖에서의 주장과 안에서의 행동 사이에 괴리가 너무 커 마음이 몹시 불편하다”고 말했다.
김승환·윤지로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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