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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베니스에서 만나는 미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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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6-28 21:16:54 수정 : 2019-06-28 21: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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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카날레토의 ‘베니스 풍경’

맑은 하늘 사이로 따가운 햇살이 쏟아지고, 푸른 바다 위에 배가 부산하게 오가고 있다. 피서 철이 다가오는 이때쯤이면 그리워지는 광경이 ‘베니스 풍경’ 안에 담겨 있다. 이 그림은 안토니오 카날레토가 베니스의 실제 모습을 보고 그린 것으로 ‘베두타’라고 불린다. 이탈리아어로 ‘전망’ ‘조망’을 뜻하는 용어인 베두타는 18세기경 귀족들의 여행 기념품으로 팔기 위해 그려진 풍경화이다. 도시 풍경이 아름다운 베니스에서 그려지기 시작했고, 풍경을 지형학적으로도 알아 볼 수 있게 세밀하게 나타냈다. 카날레토는 매력적인 항구도시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종전의 풍경화처럼 인위적 규칙으로 다듬고 꾸미기보다 직접 체험한 풍경처럼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나타냈다.

바다 주변 건물은 지금의 베니스에도 그대로 남아 있는 모습이다. 곤돌라가 서서히 물을 가르며 어디론가 떠나가고, 멀리 보이는 배가 곧 도착할 듯 배 위의 사람이 무척 분주해 보인다. 부둣가에 걸터앉은 이는 한가로이 햇살을 즐기고 있다. 모두가 세밀하게 표현돼 마치 여행 기념품 사진을 보는 것 같다. 공간 구성도 종전의 방식과 다르게 했다. 전체 풍경을 하나의 시점으로 모으는 원근법적 방식이 아니라 한 폭의 띠처럼 풍경이 펼쳐진 것처럼 보이게 나타냈다. 넓고 탁 트인 하늘과 대기층이 그림의 반 이상을 차지해 시원한 느낌을 주고, 전경의 부두와 중경의 배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꽉 짜인 화면 구성을 이루었다.

지금은 베니스에 이렇게 팔기 위한 그림은 없고, 대신 세계인이 주목하는 미술행사가 열리고 있다. 베니스비엔날레가 올해로 57회를 맞이했고, 주제는 ‘흥미로운 시대를 살아가기’이다. 이 시대 우리가 겪고 있는 환경 문제, 전쟁과 난민, 젠더와 인종의 문제 등 다양한 내용을 다룬 전 세계 작가들의 예술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예술이 사회를 직접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문제의식을 던지고 공감을 자아낼 수는 있다. 유럽여행 계획이 있다면, 베니스에 들러 미술작품의 문제의식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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