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욱(54·사법연수원 19기·사진) 대검찰청 차장이 20일 사의를 표명했다. 봉 차장은 지난 17일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임명된 윤석열(59·23기) 서울중앙지검장보다 4기수 높은 검찰 간부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됐다. 그는 넉 장의 자필 사의문을 남겨 검찰 후배들을 격려했다.
검찰에 따르면 봉 차장은 이날 문무일(58·18기) 검찰총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어 봉 차장은 검찰 내부전산망인 ‘이프로스’에도 ‘사직인사. 작별할 시간이 되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봉 차장은 이 글에서 넉 장의 친필 사의문을 자필 편지로 작성해 PDF 파일로 저장 후 첨부했다.
봉 차장은 이 글에서 “오랜 시간 정들었던 검찰을 떠나야 할 때가 다가오니 여러 생각과 느낌들이 마음에 가득하다. 노련한 사공이 험한 바다를 헤쳐나가듯, 세찬 변화와 개혁의 물결 속에서 '공정하고 바른 국민의 검찰'로 새롭게 발돋움하실 것을 믿는다”고 밝혔다.
이날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이 게시글에는 100여개의 후배 검찰들의 댓글이 달리며 봉 차장의 노고를 기렸다.
봉 차장은 서울 여의도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해 1987년 2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3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한 이후 수원지검 여주지청과 법무부 감찰2과 등을 거쳤다. 2000년 김대중 정부 때는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했다.
봉 차장은 2010년부터는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 보임 후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을 거쳐 ▲법무부 인권국장▲기획조정실장▲법무실장을 맡아 검찰 기획 업무를 주도했다. 서울동부지검장을 맡았다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며 대검 차장에 임명됐다. 그 해부터 2년간 대검 차장으로 문 총장을 보좌해왔다.
대검 공안기획관, 법무부 인권국장·기획조정실장 등 특수·공안·기획 분야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로 평가 받는다. 기획·행정에 더해 특수·공안 업무까지 폭넓게 수행한 봉 차장은 검찰 내에서도 선·후배의 신망을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법무부는 지난 13일 오후 경기 과천 청사에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정상명 전 검찰총장)를 열어 봉 차장과 윤 지검장을 비롯해 김오수(56·20기) 법무부 차관, 이금로(54·20기) 수원고검장 등 4명을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봉 차장보다 5기수 아래의 윤 지검장을 차기 검찰총장 후임자에 지명했다.
봉 차장의 사의 표명에 앞서 지난 18일 송인택(56·21기) 울산지검장이 언론을 통해 사의 표명 뜻을 밝혔다. 이에 윤 후보자 위 기수인 고검장 및 검사장급 간부들의 줄사퇴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다음은 봉욱 사의문 전문
<가는 자리를 빛나게 하기 위해 노력하자>
여러 청을 거치면서 힘들고 담담한 상황도 적지 않았지만 선배들의 지혜와 조언을 잊지 않기 위해 애썼습니다.
재벌가 2·3세 주가조작 사건, 증권선물거래소와 코스콤 비위사건, 한화그룹 및 태광그룹 회장 비리사건 , 고리 원자력 발전소 1차 납품비리 사건, 현대중공업 납부비리 사건과 울산 교육감 비위 사건을 수사할 때는, 범죄와 증거에 따라 원칙대로 처리하되 억울함이 없는지 꼼꼼하게 챙기고자 애썼습니다.
만삭 의사 부인 살인사건, 울산 계모 아동학대 살해사건, 건대 앞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건과 같이 가슴 아픈 사연이 담긴 사건들도 마음에 담습니다.
검찰과 경찰이 한마음으로 몰입하여 법에 따른 합당한 심판을 받게 하면서, 피해자와 사건 관계인의 가족들에게 따뜻하게 배려하기 위해 마음을 썼습니다.
정책기획부서와 기관장으로 근무할 때는 ‘정의롭고 믿음직한 검찰, 따뜻한 인권검찰’을 지향하고자 벽돌 한장 놓는 마음이었습니다.
변호인 참여제도 도입, 피해자보도 시스템 마련, 검찰 전문 지식연구회 도입, 검사직무대리제도 도입을 위한 대통령령 제정, 범죄 수익환수 전담반 신설, 대검 피해자와 인권과 신설, 대검 국제협력센터 신설, 산업안전 중정 대응센터와 사이버 범죄 중정 수사센터 출범, 울산지검과 서울동부지검 신청사 신축이사,가정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 마련, 아동학대 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제정안 성안, 중재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제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었던 시간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싶습니다.
힘들고 숨 가쁜 상황에서도 같이 반을 새워 고민하고 열정을 쏟아 의기투합했던 선배, 동료, 후배 검사님들과 수사관님들, 실무관님들께 고개 숙여 참으로 고마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오랜 시간 정들었던 검찰을 떠나야 할 때가 다가오니 여러 생각과 느낌들이 마음에 가득합니다.
부족하고 미흡한 점도 많았고, 그때 왜 그렇게밖에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서로 믿고 동고동락했던 검찰 가족 여러분 한 분 한 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노련한 사공이 험한 바다를 헤쳐 나가듯, 세찬 변화와 개혁의 물결 속에서 ‘공정하고 바른 국민의 검찰’로 새롭게 발돋움하실 것을 믿습니다.
저는 이제 미지의 새로운 길에서 검찰 가족 여러분들 보시기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뚜벅뚜벅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19.06.20
대검찰청 차장검사 봉욱 올림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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