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의 당무 거부 속에서 2명의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24일 나왔다. 손 대표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바른정당계 하태경 최고위원이 ‘나이 들면 정신 퇴락’ 발언으로 노인 비하 논란에 직면해 사과한 데 이어 이번 법원 판단으로 손 대표가 바른정당계와의 대치 전선에서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한 모양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판사 반정우)는 하 최고위원이 “손 대표가 지명한 주승용·문병호 최고위원의 임명을 취소해달라”며 바른미래당과 두 최고위원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이날 기각했다.
재판부는 “손 대표의 최고위원 지명은 헌법상 정당인 바른미래당의 최고위 구성에 관한 것”이라며 “정당으로서의 자율성과 자치가 최대한 보장받아야 하는 사안”이라고 판시했다.
하 최고위원은 손 대표가 지난 1일 공석인 지명직 최고위원 두 자리에 자신과 가까운 주승용 의원과 문병호 전 의원을 임명하자 “‘최고위 협의’ 없이 의사정족수에 미달한 원천 무효 인사”라고 주장하며 가처분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최고위원 임명과 같은 ‘협의 사항’은 하 최고위원의 주장처럼 최고위원의 3분의 1 이상이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며 의사정족수 미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이날 오전 바른미래당 임시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손 대표 측과 바른정당계의 정면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바른정당계 최고위원 3명(하태경·이준석·권은희)이 최고위에 복귀한 이후 처음으로 공세 수위가 한풀 꺾이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하 최고위원은 공격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앉은 손 대표에게 90도로 절하며 앞선 ‘정신 퇴락’ 발언을 사과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손 대표를 향해 “용퇴를 거부했다면 당 운영이라도 민주적으로 해서 더 이상 잡음이 나지 않도록 해달라”며 퇴진 요구를 잠시 접는 듯한 발언도 했다.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여론의 비판이 거센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도 당내 화합 차원에서 사퇴를 요구하다 해임된 당직자 13명을 이날 재임명했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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