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는 저성장의 원인인 수출 부진, 투자 부진 등이 서서히 회복되고 좋아지는 추세다.”(문재인 대통령, 9일 취임 2주년 대담 중)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보다 훨씬 더 심각할 가능성이 있다.”(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일 대외경제장관회의 모두발언)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 진단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경제 상황에 대한 낙관론이 이어지는 반면에 기획재정부 등에서는 경고음을 높이는 흐름이다.
수출이 6개월 연속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2개월 연속 취업자 수 증가폭 20만명을 넘겼던 고용 상황은 10만명대로 꺾였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수출 흐름이 회복되고 고용 상황도 개선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홍 부총리는 미국과 중국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39%를 차지한다는 사실까지 언급하며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경제가 ‘괜찮다’는 메시지와 ‘어렵다’는 메시지가 동시에 섞여 나오면서 시장 혼란이 가중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관세청이 발표한 5월 1∼20일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257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업일수는 전년 동기에 비해 0.5일 늘었지만 일평균 수출액은 19억달러로 15.0% 줄었다. 5월 한 달간의 수출도 감소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우리 수출은 지난해 12월 전년 동월 대비 -1.7%를 기록하며 감소세로 전환한 이후 지난 1월 -6.2%, 2월 -11.4%로 감소폭이 커졌다. 3월에는 -8.3%, 4월에는 -2.0%로 감소폭이 완화하는 흐름이지만 5월에 다시 감소폭이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33.0% 줄면서 반도체 수요 회복이 지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수출을 포함해 하반기에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정부의 ‘상저하고’ 전망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9일 취임 2주년 대담에서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0.3% 감소한 것과 관련해 “정부나 한국은행에서는 2분기부터는 점점 상황이 좋아져 하반기에는 잠재 성장률인 2% 중후반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지금 전망하고 있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 섣불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재부는 지난 17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5월호에서 “광공업 생산, 설비투자, 수출 등 주요 실물지표 흐름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2개월 연속 ‘부진’ 판단을 내렸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이 세계경제 둔화,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대두된다고도 지적했다.
정부가 올해 목표치로 정한 취업자 수 증가폭 15만명을 20만명으로 상향 조정하는 안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이 취임 2주년 대담에서 취업자 수 20만명 상향 조정을 시사한 데 이어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지난 19일 “각종 통계를 종합하면 고용 상황이 작년보다 개선되고 있고, 어렵기는 하지만 희망적”이라며 20만명 상향 조정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전날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경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 속에 그런 말이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20만명으로 조정된 상황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 진단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날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국회를 예방한 홍 부총리에게 “대통령이 경제가 잘되고 있다고 말했는데, 반대로 정부는 경제가 어려우니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역설적 충돌”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현재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사실은 청와대와 정부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현재 경제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등의 낙관적 전망을 하는 것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포함한 지금의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고 지적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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