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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철새들의 귀향’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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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10 00:42:29 수정 : 2019-05-10 00:4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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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사계는 빠르다. 따뜻한 봄 날씨를 충분히 즐기기도 전에 햇볕이 따가워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여름이 코앞으로 성큼 다가와 있다. 한반도에 사는 우리는 변화무쌍한 계절 변화를 매년 준비해야 한다. 이런 우리보다도 계절에 따라 더욱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하는 생물이 있다. 바로 철새들이다.

유엔환경계획 산하의 아프리카·유라시아 이동성 물새 협정에 따라 전 세계는 2006년부터 5월 둘째주 토요일을 세계 철새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올해는 11일이 기념일이다. 우리나라는 10일부터 이틀간 인천 송도에서 세계 철새의 날을 기념하는 ‘철새 및 서식지 보전 국제 콘퍼런스’ 행사를 연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

흔히 ‘철새 같은 사람’이라 하면 상황에 따라 줏대 없이 이리저리 옮기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각난다. 그러나 철새는 실제로는 일정한 시기에 일정한 경로와 방향으로 예측 가능한 이주를 반복한다.

가장 먼 이주를 하는 새 중 하나는 ‘알락꼬리마도요’이다. 크기는 60㎝ 정도에 무게는 1㎏ 남짓밖에 안 되는 이 작은 새는 매년 북반구 시베리아부터 남반구 호주까지 기나긴 여정을 반복한다. 봄·가을이면 우리나라 전국 연안에서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그러나 환경 파괴로 그 수가 많이 줄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는 이 새를 위기종(EN)으로 분류하며, 환경부에서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철새들의 삶의 터전이자 수천㎞에 달하는 철새들의 여행에서 귀중한 휴게소 역할을 한다. 이른 봄이면 제비·꾀꼬리 등이 남녘에서 날아와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면 고니·두루미 같은 대형 새가 찾아와 겨울을 지낸다. 알락꼬리마도요처럼 우리나라에 일정 기간을 머물다 최종 목적지로 향하는 ‘나그네새’도 많다.

그러나 한반도 자연환경은 인공적으로 개발되면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충분한 먹이와 휴식처를 공급받지 못한 철새 상당수는 이동 중에 힘이 빠져 바다로 떨어져 버리는 등 사망률이 높아진다.

환경부는 사라질 위기에 처한 철새를 되살리기 위한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지자체와 합동으로 철새도래지 근처 농민들과 보전사업을 같이하는 것이다. 환경부는 수확한 볏짚을 그대로 놓아두거나, 겨울에도 논에 물을 대는 등의 조건으로 지원금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지역주민과 철새가 안정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터전을 지원한다. 2002년 3개 시군에서 시작한 이 사업은 현재 25개 지자체에서 진행 중이며, 향후 사업규모를 늘릴 예정이다.

대부분의 철새가 국경을 넘어 이주를 반복한다는 것도 철새 보전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도 국제적 협력을 통해 각국 철새들의 현황을 수시로 파악한다. 특히 2020년 하반기에는 환경부를 포함해 한·중·일·호주가 참여하는 철새 양자회의를 우리나라에서 개최하여, 철새현황 및 멸종위기 철새들의 보호에 관해 논의할 계획이다. 습지보전사업이나 훼손지 복원사업 등 철새와 관련된 정책들도 확대 추진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철새가 도래하는 지역사회의 이해와 협조다. 전통적으로 철새들은 계절의 변화를 발 빠르게 알려주는 친근한 존재였다. 우리가 철새를 모른 척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흥부전에 나오는 제비의 생김새를 알지 못하고, ‘꾀꼬리 같은 목소리’에서 꾀꼬리의 소리를 떠올리지 못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사라져가는 철새들을 떠올려야 할 때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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