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거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후폭풍에 휩싸이면서 소방청이 말 못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여야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편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등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지방직인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법안도 언제 처리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지난 2일 기자와 만나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관련 법이 언제 통과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웠다. 이 관계자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은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과 각 지방자치단체장도 합의한 사항”이라며 “강원 산불 이후 고조됐던 국가직 전환 여론도 이슈에서 멀어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위한 소방기본법과 소방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국가공무원정원법 개정 논의를 위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 심사도 언제 열릴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23일 열린 행안위 법안심사소위는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소위 소집에 항의하는 자유한국당 반발로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방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자유한국당·더불어민주당 정당 해산 청원도 소방청에게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청와대 국민청원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주세요’는 올라온 지 사흘 만인 지난달 8일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을 정도로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사였다.
이에 정문호 소방청장은 지난달 24일 정은애 전북인산소방서 센터장, 청와대 정혜승 디지털소통센터장과 함께 한 국민청원 답변에서 “소방관 처우 개선을 넘어 국민의 안전권 보장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며 “국민 안전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차원에서 관련 법안이 빨리 통과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22일과 29일 각각 한국당과 민주당 해산에 관한 국민청원이 제기되고, 이들 청원이 3일 오후 4시 현재 174만여명, 29만여명 동의 등 여야 지지층 간 세 대결 양상으로 번지면서 소방관의 국가직화 법안 처리가 요원해진 것은 물론 국민들 관심에서도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또 한 번의 반전이 숨어 있었다. 소방청 관계자는 “정 청장 답변 이후 하루 4000명 정도에 불과했던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자가 정당 해산 관련 청원 이후 하루 1만명 선으로 껑충 뛰었다”고 전했다. 한국당 해산을 요구하는 이유 중 하나로 소방 예산 삭감이 거론된 데다 청와대 국민청원 추천순 톱5에 올라온 청원을 뒤늦게 본 국민이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각 지자체마다 소방에 관한 관심 정도가 다르다보니 서울의 경우 4명의 대원이 출동하는 사고 현장에 2명, 심지어 1명만 출동하는 지역이 많다”며 “정 청장 말대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는 소방관 처우가 아닌 국민 생명·안전과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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