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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칼럼] 추락하는 수출, 낮잠 자는 환율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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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4-21 21:23:48 수정 : 2019-04-21 21: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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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엔화에 대해 37%나 고평가 / 과거 IMF·서브프라임 위기 단초 / 경제 비상시국 환율 조작도 필요 / 적합한 환율 회복은 국가의 의무

지난 3월 수출은 471억달러(통관기준), 증가율은 -8.2%였다. 작년 12월부터 4개월 연속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다. 수출 증가율이 넉 달쯤 마이너스라고 뭐 대단한 일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지난 3월 수출은 8년 전 2011년 3월 481억달러보다도 10억달러나 더 작은 규모다. 사실 수출 증가율은 2012년 이후 거의 정체됐다고 보면 틀림없다. 2012년 -1.3%, 2013년 2.1%, 2014년 2.3%, 2015년 -8.0%, 2016년 -5.9%에서 보듯 소폭 늘다가 줄다가를 반복해 왔을 뿐이었다. 다만 2017년과 2018년에 반도체 수출이 각각 1630억달러와 1846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전체 수출 증가율을 크게 끌어올렸던 것이 반도체 불황으로 전체 수출 부진이 다시 드러났을 뿐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 경제학

그렇다면 장기적 수출 부진의 원인은 무엇인가. 물론 그동안 제조업 경쟁력이 많이 떨어졌다. 설비도 영세 낙후되고 기술인력도 고령화됐으며, 인적자산 교육도 뒤떨어졌다. 정부의 지원도 대기업 중심이었고, 첨단산업 중심이라 전통산업의 추락은 가속화됐다. 게다가 최근 들어 가파르게 오른 임금도 경쟁력 추락에 일조했다. 그러나 그와 함께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원화 환율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실질실효원화환율은 2010년 100에서 2018년 114.1로 14%나 올랐다. 반면 일본 엔화는 같은 기간 100에서 77로 23% 약세로 떨어졌다. 그러니 원화는 엔화에 대해 상대적으로 37%나 고평가된 셈이다. 한국 제품이 가격 면에서 도저히 일본 제품을 이길 수가 없는 형편이 된 것이다. 다른 요인 중 특히 원화와 엔화의 상대적 환율 고평가가 지난 2011년 이후 한국 수출을 부진하게 만든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원화가 엔화에 대해 상대적으로 크게 고평가되면서 한국경제가 위태로워졌던 실례는 여러 번 있었다. 1988년 올림픽 직후 원화강세-엔화약세(15%)로 1989년 심각한 수출 부진(2.8% 증가)이 있었고, 1992년 총체적 위기로 이어졌다. 1995년 원화강세-엔화약세(10%) 직후 1996년 수출 부진(3.7% 증가)과 사상 최대 경상수지 적자(245억달러)를 겪었고, 결국 IMF 위기의 단초가 됐다. 2005∼2007년의 원화강세-엔화약세(약27%) 이후 320억달러나 되던 경상수지 흑자는 2008년 117억달러로 쪼그라들었고, 성장률도 5%에서 2%대로 위축되면서 서브프라임 충격이 훨씬 증폭됐다.

환율은 인위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는 미국으로부터 환율조작국이라는 오명을 덮어쓸 수도 있고, 또 주변국으로부터 환율이나 관세 등의 보복조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2015년 2월 미국 무역증진법(소위 BHC법안)의 환율조작이라는 세 가지 정의, 즉 200억달러 이상 대미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는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 그리고 GDP의 2%를 넘는 과도한 외환시장 개입이라는 개념 자체가 자의적인 것이라서 언급하기 민망할 정도이기는 하다. 하지만 미국이 엄연히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으니 눈치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수출이 계속 부진하고 경제성장률이 계속 하락하면서 국내 기업이 지속적으로 해외로 빠져나간다면 한국은 물론 미국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출 부진을 완화시키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기업과 자금을 되돌리기에 적합한 원화환율 수준을 회복하는 것은 조작이 아니라 정당한 정책 집행이며 국가의 의무이다. 잃어버린 20년을 되찾기 위해 2013년부터 동원한 일본의 아베노믹스, 즉 적극적인 엔화 정책이 그 효과를 지금 톡톡히 보고 있다. 2012년 4분기 적자이던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면서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금 같은 경제 비상시국이라면 경제를 살리기 위한 환율조작도 필요하다. 하루가 다르게 추락하는 경제를 두고도 환율을 시장에만 맡기는 것은 수수방관이고 직무유기가 아닌가.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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