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이뤄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표시하고 있다. 미국은 문 대통령이 북·미 사이에서 가교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문 대통령이 남북 경협 추진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전선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문 대통령이 이번 방미 기간 미국의 기대에 충족하고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는 게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바람이다.
마이크 폼페이오(사진) 국무부 장관은 9일(현지시간) 상원 세출위 소위 증언을 통해 북한에 대한 제재 유지 방침을 강조하면서 대북 압박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뜻도 굽히지 않았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조기 수확론’(early harvest)과 ‘괜찮은 거래’(good enough deal)를 화두로 던졌다. 이는 북한에는 ‘영변 핵시설 폐기와 플러스 알파’를 설득할 테니 북·미 간 포괄적 비핵화 로드맵 합의 이후에 이를 단계적으로 이행하자는 대미 제안이다. 미국은 그러나 여전히 FFVD가 이뤄지기 전에는 대북 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또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 상태에 대해서는 한·미 간 의견이 일치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 로드맵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한·미 양국이 비핵화라는 최종 상태가 무엇을 수반하는 것인지 아직 세부사항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한국과 미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접근책을 놓고 진짜로 하나가 돼 있어도 양국이 서로 다른 대본을 읽고 있을 수 있다”며 “한국이 향후 프로세스에 관해 미국과 거리를 두고 있는 여러 가지 징후가 있고, 한·미 간에 오해와 불신이 상존해 있다고 한국 정부 관리들과 전문가들이 설명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때문에 오는 11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대북 공조 체제를 재정비하기를 바라고 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미국이 한국과의 동맹관계를 확고히 하면서 대북 접근방식을 일치시키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괜찮은 거래’를 반기지 않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WSJ는 이와 관련해 “문재인정부가 최근 남북 경협 프로젝트 추진 필요성에 관한 입장을 누그러뜨렸다”며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유연한 입장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만약 문 대통령이 비핵화 외교의 다음 단계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을 받아내는 데 실패하면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 대한 영향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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