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정치·경제 혼란에 빠져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또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지지세력이 반(反)마두로 그룹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에 대한 면책특권을 박탈, 물리적인 체포 압박까지 나섰다.
외신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제헌의원들이 2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과이도 의장의 면책특권 박탈을 결정했다. 디오스다도 카베요 제헌의회 의장은 야당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외국의 침공을 유발하고 내전을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날 마두로 대통령 동료인 마이켈 모레노 대법원장이 과이도 의장의 면책특권 박탈을 요구한 지 하루 만에 속전속결로 이 같은 결정이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그(과이도 의장)를 잠재적으로 체포할 수 있는 길을 닦은 것”이라고 했다.
다만 베네수엘라 헌법은 선출직 관리에게 주어진 면책특권을 박탈하려면 대법원 심리를 거치고 국민의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과이도 의장을 미국 등 약 50개국이 합법적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있어 마두로 정권이 실제 체포에 나설지는 불확실하다. 일단 과이도 의장에 대한 압박 수단을 확보하는 차원으로도 볼 수 있다.
베네수엘라는 초인플레이션과 마두로 정권의 해외 원조물품 반입 차단, 최근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정전 사태로 그야말로 최악의 암흑기를 지나고 있다. 이날 콜롬비아 이민청은 이날 하루 동안 베네수엘라인 수천명이 한꺼번에 콜롬비아로 넘어왔다고 밝혔다. 마두로 정권은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국경 다리 사이에 트럭과 화물 컨테이너박스를 겹겹이 설치해 바리케이드를 쳐놨다. 베네수엘라인들은 식료품과 의약품 등을 찾아 양국 국경을 따라 흐르는 타치라 강을 건너 콜롬비아로 넘어갔지만, 최근 폭우로 이마저 어렵게 되자 바리케이드를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티안 크루거 콜롬비아 이민청장은 국경다리에 이민자들이 몰린 탓에 안전성이 우려된다며 마두로 대통령이 이 대규모 탈출 사태로 벌어질 수 있는 문제를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전체 국민의 94%가 빈곤 상태에 놓여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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