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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칼럼] 한국 제조업의 엑소더스, 원인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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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17 20:47:26 수정 : 2019-03-31 20: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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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최저임금 잇단 인상 부담 / 생산거점 해외 이동 추세 가속화 / 작년 해외투자 거의 두 배로 늘어 / 일자리·자본 유출 경각심 가져야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2017년까지 우리나라의 제조업 부문 해외투자는 놀라우리만치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52억달러로 떨어진 경우나 2011년 1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을 제외하면 꾸준히 연간 80억달러 내외의 해외직접투자가 유지됐다. 그러나 2018년에는 상황이 급변해 해외투자가 전년도 85억달러의 두 배 수준인 164억달러를 기록하고, 투자건수도 5000건으로 지난 5년 중 가장 높은 8.2%나 증가했다.

제조업 해외투자 규모가 한 해 동안 거의 두 배로 늘어난 사례는 지난 30년간 1993년 6억달러에서 다음 해 15억달러로 늘어난 경우와 2000년 17억달러에서 다음 해 40억달러로 늘어난 경우를 제외하면 없다. 1994년 제조업 해외투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1980년대 말 민주화운동 당시 급격한 인건비 상승과 1988년 이후의 원화 강세로 인해 제조업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진 것과 연관이 있다. 2001년 제조업 해외투자가 폭증한 것도 2000년의 원화 강세를 회피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 경제학

제조업 해외직접투자의 지역적인 특징을 보면, 2018년 아시아 투자가 89억달러로 전체의 54%, 중남미와 유럽이 각각 27억달러로 16.5%, 북미는 19억달러로 11.6%였다. 해외투자 대상국은 중국 44억달러, 베트남 20억달러, 미국 19억달러, 오스트리아 12억달러, 인도와 홍콩이 각각 9억달러, 폴란드 5억달러 순이었다. 2017년과 비교해 늘어난 규모는 중국 20억달러, 미국 11억달러, 홍콩 7억달러, 베트남 6억달러, 인도 5억달러 등이다. 이는 필리핀 4억달러, 멕시코 3억달러, 말레이시아 2억달러와 같이 줄어든 경우가 없지 않지만 거의 모든 나라에 대해 제조업 해외투자가 늘어났다.

2018년 제조업 해외투자가 급격히 늘어난 원인을 살펴보면 대외적 요인으로 먼저, 세계경기 확산을 예상해 발빠른 글로벌화 전략을 펼침을 들 수 있겠으나 국제 고금리와 세계경제의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설득력이 낮다. 다음으로, 개도국 시장 선점을 위한 현지화 투자 가능성으로 이는 적극적인 개방을 통해 성장정책을 펴고 있는 중국이나 인도에 대한 제조업 해외투자의 급증현상을 통해 알 수 있다. 이어, 보호무역장벽을 우회하기 위한 현지화 전략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 멕시코, 캐나다에 대한 해외투자 증가를 설명할 수 있지만 멕시코 투자는 2017년 4억달러에서 0달러로 줄었고, 캐나다 투자도 2017년과 2018년 모두 0달러였으므로 설득력이 떨어지고, 오직 미국만 설득력이 있다. 이러한 대외적 요인의 한계는 2018년에 유독 제조업 해외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여건이 좋지 않아 해외투자가 증가하는 대내적 요인이 설득력을 보여준다. 즉, 국내 생산여건이나 경영여건 악화에 따라 제조업체가 생산거점을 해외로 옮기는 추세가 가속화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2017년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제조업 경영여건은 눈에 띄게 악화했다. 이를테면 법인세 인상과 함께 최저임금이 2년 연속 올랐고, 주 52시간 근무제가 법제화했다. 이러한 급격한 노동여건의 변화는 제조업 경영주로 하여금 경영의 디아스포라(이산) 다시 말해, 제조업의 거점을 국외로 옮기게 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특히 임금 인상이나 규제 강화, 법제도의 변혁 등으로 국내 생산상황이 악화할 때 기업은 경영환경이 좋은 나라로 거점을 옮기기 마련이므로, 이 경우 새 지역으로의 해외투자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해외투자가 돼 왔던 지역 즉, 중국 등으로 투자가 늘어나는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체의 해외투자는 일자리의 해외유출일 뿐만 아니라 세원과 국제수지 흑자 원천의 유출이며 동시에 인적자원과 경제영토의 상실과 다름없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는 제조업체의 해외이탈에 대해 경각심을 더욱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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